- 입법조사처가 새롭게 시도한 일이 더 있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불평등 종합보고서>를 발간하고, 소득·자산·교육·건강 네 개 분야의 불평등을 통합해서 설명하는 '다차원 불평등 지수'까지 개발했다. '공정'이 시대정신 같은 시대에 왜 '불평등'인가.
"이 연구주제는 우원식 의장 제안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내) 을지로위원회를 오래 하면서 우리 사회 불평등이 심각해지는데, 한국 사회 불평등의 전체적인 그림을 이해하는 것과 국가 차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사실 '불평등 종합보고서'라는 정도의 큰 비전까지는 아니었는데, 기존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니까 최근 10년 동안 한국의 불평등에 대한 종합적 연구가 없었다. 또 (여러 학문을 융합한) 다학제 연구가 되어야 하는데, 개인은 할 수 없고, 국책연구기관은 분야별로 다 나뉘어져 있고, 전 분야를 아우르는 곳이 입법조사처밖에 없었다. 또 우리 트레이드마크로 가져갈 만한 연구라고 판단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그래서 한국의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는 건가, 완화되고 있는 건가' 논란이 있었다. 소득 불평등은 나아지고 있는데, 실제로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경제는 좋은데 민생은 안 좋다'는 식의 추상적 논쟁이 정책 수준으로, 증거 기반으로 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인식의 괴리를 누군가는 설명해야 했다."
- 다차원 불평등 지수는 0에서 1로 갈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인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살짝 낮아졌다. 하지만 자산이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은 2025년 36.0%에서 40.0%로 늘어났고, 소득 불평등(30.0%)보다 심각하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정부도 맞고, 국민도 맞았다. 정부는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정책을 쭉 해왔고, 충분하진 않지만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전체적으로는 불평등이 더 나빠졌는가? 우리의 불평등 정책 중 사각지대가 있었다. 자산 불평등이다. 적어도 1980~1990년대까지는 열심히 노력해서 소득을 많이 창출하면 계층 상승이 가능했다. 그런데 2010년 이후 한국 자본주의가 상당히 단단해지면서 계층 이동이 쉽지 않아졌다. 가장 결정적 이유는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자산, 사회 네트워크나 문화 자본의 영향이다.
또 하나, 2010년 이후로 수도권 집중이 너무 심해졌다. 간단히 얘기하면 비싼 부동산이 너무 서울 일부 지역에 집중되면서 자산 격차가 벌어졌다. 그 차이를 다른 소득으로는 메울 수 없었다. 처음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얘기가 나왔을 때 그걸 단순히 청년들의 불평이라 생각할 게 아니라 뭔가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구나 해서 자산 불평등에 관심을 갖고 정책들을 개발했으면 이렇게까지 심화했을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이미 경고등이 들어와 있었는데 대응이 너무 없었다. 그런 부분을 드러냈더니, 보고서 낸 다음 1년 내내 '자산 불평등'이란 단어가 곳곳에서 쓰였다."
더 다양하게, 더 자세하게... 지역 불평등에 개헌까지
- 입법조사처의 또 다른 관심사는 무엇인가.
"올해는 두 가지를 새로 했다. 하나는 '지역 불평등'이다. 11월 공개 예정인데, 전체 256개 지자체의 5개 분야 16개 지표를 국토연구원과 함께 작업했다. 정부에서 쓰는 지역 불평등 지표가 400개다. 부처별로 보는 지수가 다 따로 있다. 하지만 개별 부처의 지표는 그냥 보여줄 뿐이다. 정말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정책인지, 이 지역에는 좋은데 저 지역에는 안 맞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설명해서 보여줄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
그리고 국민인식조사를 시작한다. 국민 전체 대상 조사가 몇 개 있는데 교육수준, 가계소득 등 다 팩트 위주로 묻는다. 국가 차원에서 공신력 있게 '진보인가, 보수인가'라든지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처럼 인식을 물어보는 조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입법을, 국가적 거시정책을 어떻게 하는가."
- 지난 2년 간 입법조사처의 역할이 가장 두드러졌던 장면은 아무래도 공신력 있는 기관 중 가장 먼저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판단한 일 같다. 국회가 그 후속 작업으로 개헌을 추진할 때는 어떤 역할을 했는가.
"저희와 국회사무처는 함께 국민 의견 수렴을 기획했는데, 전문가 조사부터 바꿨다. 이전에는 법학자들한테 물었다. 그들은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60대 남성이다. 이 구성을 30대부터 70대까지, 성별도 반반으로 하고, 분야도 과학, 경제, 보건복지까지 다양하게 했다.
여론조사도 보통 2000명 규모로 하는데 1만 2569명으로 키웠고, 자세하게 물어서 교차분석이 가능하도록 조사했다. 그 결과 올해 개헌안에 제시됐던 것처럼 헌법 전문 변경, 계엄 부분 중심으로 해서 우선 단계적으로 개헌하는 것이 좋겠다는 국민 의견이 상당 부분 확인됐다."
- 결과적으로 개헌은 무산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서 다시 한 번 '부마민주항쟁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는 개헌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낙관하기 힘든 상황 아닌가.
"결국 개헌이 된다는 건 여야 간에 합의가 된다는 건데, 지금은 지방선거 전보다 더 어려운 국면이다.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점점 더 쉽지 않을 거다. 그럼에도 여야가 합의하는 부분이 있다면 내년에 합의해놓고 총선 이후에 (23대 국회에서 개헌)하자는 합의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이번 국회에 안 되니까 다음에 하자' 그러면 안 된다. 매번 반복됐다."
토론 사라진 국회... "우리가 불 끄러 다니느라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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