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는 외국 지도자의 방문이 국내 정치인의 위상을 유지하는 데 활용됐다. 2024년 7월 CPAC 브라질에는 아르헨티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1970~)가 참석했다. 그는 사회주의를 공격했고, 청중은 룰라를 비난하며 투옥을 요구했다. 당시 공직 출마가 제한된 보우소나루의 복귀를 바라는 환호도 나왔다. 로이터는 이 행사가 지방선거 후보들의 지지를 모으고 차기 대선을 앞두고 보우소나루의 영향력을 드러내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로이터, 2024.7.7.)
국내에서 정치적 제약을 받는 인물이 국제행사에서는 외국 현직 대통령이 찾아오는 지도자로 등장했다. 보우소나루 진영은 그 방문을 세력 과시와 지지층 결집에 활용할 수 있었다. 국제적 친분이 국내 정치의 자원으로 바뀌는 장면이다.
선거 불신을 둘러싼 국제적 호응은 이번 결선 직후에도 이어졌다. 패배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Flávio Bolsonaro, 1981~)는 선거 무효화를 요구하겠다고 밝혔고, 트럼프도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자유당 지도부는 이후 선거 결과를 인정했다. 후보 개인과 정당의 대응까지 같았던 것은 아니다. (로이터, 2026.10.26.)
이는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내의 불복 주장에 외국 정치인의 발언이 힘을 보탤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그 호응만으로 결과를 뒤집을 힘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국내 제도와 정치세력, 시민이 그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
■ 조직의 경험과 종교적 관계도 정치적 힘이 된다
국제연대는 발언의 교환에 머물지 않는다. 사람을 모으는 방식과 행사 운영의 경험, 교육 자료도 이동한다. 반복적인 만남은 국내에서 새 조직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빌드업코리아 대표 김민아는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2020~2021년 미국 청년 보수단체 TPUSA 행사에 꾸준히 참석하며 인맥을 쌓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단체에서 영향을 받아 2023년 빌드업코리아를 설립했다. 참가자로 시작한 교류가 국내 행사를 조직하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국민일보, 2025.1.17.)
2025년 9월 한국 행사에는 TPUSA 창립자 찰리 커크(Charlie Kirk, 1993~2025)가 직접 참석했다. 그는 한국 참가자들의 정치적 투쟁을 자신들의 투쟁과 연결하며 연대를 호소했다. 미국에서 접한 행사 모델이 한국에 도입되고, 그 모델을 만든 인사가 한국 무대에 서서 공동의 목표를 강조한 것이다. (시사IN, 2025.9.12.)
이런 행사는 정치적 주장을 전달하는 동시에 함께 행동할 사람을 만나는 자리가 된다. 영상과 음악, 연설과 교류를 통해 참가자는 정치적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지속적인 조직화로 이어졌는지는 이후의 교육과 지역 활동, 참가자의 활동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
브라질에서는 정치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선교·교육이 또 다른 연결을 보여준다. 미국의 캐피톨 미니스트리스는 2019년 브라질 의회에서 선교 활동을 출범시켰다. 미국 창립자가 출범 행사에 참석했고, 미국에서 사용한 성경 공부 자료는 포르투갈어로 번역돼 현지 정치 지도자 대상 교육에 활용됐다. 현지 목회자가 정기적인 교육을 맡았다. (캐피톨 미니스트리스, 2019.9.21.; 2019.10.12.)
이 사례에서는 교육 자료와 인력, 정치권에 접근하는 방식이 함께 이동했다. 선교 활동 자체가 불법 정치운동이나 헌정파괴 가담의 증거는 아니다. 다만 일회성 지지 발언을 넘어 정치 지도자와 지속적으로 만나는 관계가 형성됐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중 집회에서는 종교 지도자가 직접 조직과 비용을 맡기도 했다. 그리스도 안의 승리 하나님의성회(Assembleia de Deus Vitória em Cristo·ADVEC)를 이끄는 실라스 말라파이아(Silas Malafaia, 1958~)는 보우소나루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온 브라질 개신교 목사다. 그는 2024년 2월 25일 상파울루의 보우소나루 지지집회를 조직하고 행사 시설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한다고 밝혔다.
CNN 브라질에 따르면 말라파이아는 연설 차량 두 대와 구급차, 안전펜스 등을 마련했다. 정당 소속 정치인들이 참석했지만, 행사 조직과 시설 비용은 종교 지도자가 맡았다. 정치인의 세력 과시가 정당 조직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CNN 브라질, 2024.2.25.)
캐피톨 미니스트리스의 사례는 미국 조직의 자료와 경험이 브라질 정치권에 들어가는 경로를 보여준다. 말라파이아의 사례는 국내에서 집회를 열고 사람을 모을 자원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준다. 두 활동이 같은 조직의 지휘를 받는다는 뜻은 아니다. 국제적 교류와 국내의 동원 기반이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구분해 살펴야 한다.
행사 모델을 참고하는 것과 해외 조직의 지시를 받는 것은 다르다. 교재를 제공받는 것과 정치자금을 지원받는 것도 다르다. 교류의 존재를 확인한 뒤에는 그 내용과 지속성, 국내 정치에서의 활용을 따져야 한다.
■ 정치적 교류가 외국의 압력을 요청하는 통로가 될 때
해외 인사의 발언을 국내에 전달하는 것과 외국 정부의 힘으로 자국의 결정을 바꾸려는 것은 행위의 수준이 다르다. 지금까지 살펴본 한국 사례가 주로 발언의 재유통과 조직 교류를 보여준다면, 에두아르두의 미국 활동은 국가 차원의 압력 요청까지 보여준다.
에두아르두는 2025년 미국에 머물며 아버지의 사법처리에 대한 제재를 요청했다. 같은 해 8월 로이터 인터뷰에서는 브라질 수출품에 대한 미국 관세를 아버지를 겨냥한 사법적 공세를 막기 위한 ‘쓴 약’이라고 설명했다. 자국의 기업과 시민이 입을 경제적 피해를 아버지의 재판에 압력을 넣는 수단으로 정당화한 것이다. (로이터, 2025.8.14.)
트럼프 행정부는 그해 7월 30일 브라질산 일부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은 보우소나루에 대한 사법처리를 부당한 박해로 규정했다. 국내 정치인의 압력 요청과 외국 정부의 경제적 조치가 같은 방향에서 만났다.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 제14323호, 2025.7.30.)
CPAC이 미국 정부의 조치를 지휘했다고 볼 근거는 없다. 그러나 국제행사를 조직하던 인물이 미국 당국과 접촉하며 국가적 압력을 구하는 연결자로도 움직였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교류를 통해 형성한 인맥이 국내의 사법적 결정을 바꾸려는 활동에 이용된 것이다.
이 대목에서는 국가의 이익을 지킨다는 주장도 검증해야 한다. 자국의 사법절차를 바꾸기 위해 외국의 경제적 압력을 요청한다면,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하고 누구의 이익은 보호되는가. 정치지도자와 가족을 보호하려는 목적이 국민 전체의 이익과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다.
브라질 사법기관은 이 활동에 책임을 물었다. 연방대법원 재판부는 2026년 6월 에두아르두에게 사법절차상 강요죄로 징역 4년 2개월을 선고했다. 미국의 제재와 경제적 조치를 통해 아버지의 재판에 영향을 주려 한 행위가 유죄 판단의 대상이었다. 연방검찰은 그가 미국 당국자들과의 접촉과 압박 활동을 언론과 SNS를 통해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활동 자체가 국내 지지자에게 보여줄 정치적 메시지이기도 했던 것이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연방검찰, 2026.6.16.)
따라서 브라질 극우의 재결집을 국가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결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처벌과 대응이 있었는데도 조직은 활동을 이어갔다. 법적 책임을 묻는 성과가 정치적 영향력의 약화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이다.
■ 해외의 지원이 시민의 동의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국제연대의 효과를 판단할 때에는 몇 가지 질문을 나누어야 한다. 조직이 활동을 지속할 기반을 얻었는가. 기존 지지자의 참여를 강화했는가. 그 바깥의 시민까지 설득했는가. 정책이나 사법적 결정을 실제로 바꾸었는가. 어느 하나의 성과가 나머지까지 입증하지는 않는다.
해외 행사가 열리고 유명 인사가 참석했다는 사실은 교류의 존재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국민의 지지가 확대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외국의 압력은 오히려 국내 시민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미국의 관세 압박이 그 사례다. 제니아우/콰에스트(Genial/Quaest) 조사에서 룰라정부에 대한 지지는 2025년 5월 40%에서 7월 43%, 8월 46%로 높아졌다. 8월 조사는 13~17일 전국 유권자 2,00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최대 오차범위는 ±2%포인트였다. (로이터, 2025.8.20.)
같은 조사에서 71%는 미국의 관세 부과가 잘못됐다고 답했다. 69%는 에두아르두가 브라질보다 자신과 가족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고 평가했다. 조사기관은 식료품 물가에 대한 인식 개선과 관세 압박에 대한 대응을 정부 평가의 회복 요인으로 제시했다. 지지 회복을 외압 대응만의 성과로 해석할 수는 없다. 다만 외국의 압력이 극우에 유리하게만 작용하지 않았다는 점은 드러난다. (콰에스트, 「2025년 8월 정부 평가 조사」)
해외의 지원은 기존 지지자에게 결속의 근거가 되면서도, 다른 시민에게는 외국의 힘으로 자국의 결정을 뒤집으려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민주정부는 그 반발에 응답할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외압에 반대하는 시민이 정부의 모든 정책까지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주권에 관한 판단과 생활정책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다.
이번 결선에서는 시민의 참여가 극우의 재집권을 막는 힘으로 작용했다. AP는 룰라가 결선에서 지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온라인 선거운동을 정비하고, 첫 투표에서 자신을 선택하지 않았던 유권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점을 보도했다. 정부와 시민의 연결이 이미 사라졌다고 전제해서는 이번 승리를 설명할 수 없다. 다만 선거에서 지지를 모은 경험이 집권 이후의 지속적인 협력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AP통신, 2026.10.26.)
대통령선거의 승리와 의회에서의 힘도 구분해야 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보우소나루의 자유당과 동맹 세력은 새 의회 양원에서 다수를 형성한다. 재선은 극우의 대통령직 복귀를 막았지만, 룰라의 개혁을 추진할 의회 조건까지 유리하게 바꾼 것은 아니다. (로이터, 2026.10.26.)
의회의 반대 자체가 반민주적 행위는 아니다. 정책을 둘러싼 정당한 경쟁과 견제는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뒤에도 상당한 제도적 영향력을 유지한다는 사실은 극우세력의 기반을 평가할 때 빠뜨릴 수 없다.
국제연대는 국내 세력에 발언 기회와 조직 경험, 지지의 상징과 압력 수단을 제공한다. 그러나 그 자원이 국민 다수의 동의로 바뀌는지는 국내의 조건과 시민의 판단에 달려 있다. 선거 결과를 평가할 때에도 해외 지원의 존재와 실제 효과, 시민의 참여와 정부의 대응을 함께 살펴야 한다.
■ 위법한 공격에 책임을 묻는 국가여야 한다
민주정부는 국경을 넘는 위법한 압력과 폭력에 대응해야 한다. 판단의 기준은 구체적인 행위와 증거다. 해외 단체와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 그러나 헌정질서 파괴나 폭력을 기획·지원한 혐의가 있다면 조직과 자금의 경로까지 조사해야 한다.
범죄를 알면서 참가자를 모집하거나 비용을 제공했는지, 국내외 자금이 누구를 거쳐 어떤 활동에 쓰였는지도 규명해야 한다. 지도자 몇 사람의 처벌로 끝낸다면 같은 행위를 가능하게 한 지원 체계가 남을 수 있다. 보수적 견해나 합법적인 교류·후원과 범죄의 기획·지원은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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