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인천 시국미사 “괴물 된 국정원, 근본적 개혁 필요”


“부정선거라는 정권 한계 극복 없이 ‘국민의 대통령’ 될 수 없어”
정현진 기자  |  regina@catholic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4.03.10  18:01:3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10일 오후, 인천 부평1동성당에서 ‘부정선거 규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인천교구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10일 오후 3시 인천 부평구 부평1동성당에서 ‘부정선거 규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인천교구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지난해 시국미사에 이어 인천교구에서 두 번째로 봉헌된 이번 시국미사는 천주교 인천교구 사제연대와 천주교 정의구현 인천교구 사제단을 비롯해 각 교구와 수도회 소속 사제 100여 명과 수도자와 신자 500여 명이 참여했다. 또 인천교구 원로사제인 김병상 몬시뇰과 황상근 신부가 각각 주례와 강론을 맡았다.

이날 황상근 신부는 강론에서 “아버지는 새벽에 총을 들고 한강을 넘어와 민주정권을 빼앗았는데, 그 딸은 역사 이래 가장 큰 부정선거로 대통령이 되었다”고 말문을 열며, 국가 범죄 중에 가장 큰 범죄인 부정선거를 통해 국민을 속이고도 발뺌하고 다른 이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부정을 저지른 사람들보다 더 질이 나쁜 행위라며 질책했다.

황상근 신부 “앞으로 부정선거 않겠다는 어떤 의지도 보이지 않아”

황 신부는 ‘서울시 간첩사건’ 증거 조작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을 향해, 지난 대선 불법 개입에 대한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뤄질 선거에도 개입하지 않으리라는 신뢰를 가질 수 없다면서 “통제는 물론 개혁하지도 못할 거대 세력, 이 나라의 괴물처럼 되어버린 국정원이 이번 기회를 통해 근본적으로 개혁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상근 신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 통제, 국가기관 장악, 인권정책 외면, 공약 파기 등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하며 “공권력이 사람들을 해치고 나쁘게 되면 해적과 같다”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말씀을 인용했다. 이어 “부정선거에 대한 어떤 책임과 개선 노력을 하지 않기에 사퇴를 넘어 대통령 퇴진을 위한 운동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3.1 독립운동,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저항의 역사에 대한 성찰과 하느님께서 작은 일을 통해 큰일을 이루신다는 믿음으로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미사에는 기독생명연대 윤익중 목사가 참여해 지지 발언에 나섰다. 윤익중 목사는 엘살바도르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의 “독재를 멈추십시오. 탄압을 멈추십시오. 군부는 이 말을 들으십시오. 만약 여러분이 쏘려면 나를 쏘십시오”라는 말을 여기 모인 이들에게서 다시 듣는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윤 목사는 작년 엘살바도르 정부가 로메로 대주교의 죽음에 정부가 개입된 것을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듯이, 박근혜 정부 역시 과오를 인정하고 사퇴 촉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함께 이 길을 걸어서 반칙이 아닌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원칙을 지키는 이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나승구 신부는 “사순 시기에 우리는 세상의 유혹을 묵상한다. 이 자리에는 먹을 것이나 권력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유혹에 자유로운 이들이 모여 자유롭게 진실된 소리를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나 신부는 “조금만 눈을 돌려도 마음 아픈 일들이 넘치는 세상, 우리는 무엇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큰 하느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 걷고 있다”면서 “함께하셨으니, 모두 함께 기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10일 오후, 인천 부평1동성당에서 봉헌된 시국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정현진 기자

“국민을 적으로 규정한 행위 중단 · 사죄하고, 대통령 사퇴해야”

“숨죽인 고요는 평화가 아니다. 믿음의 공동체가 고백하는 하느님의 평화는 더욱 그러하다. 뒤틀린 것은 바로잡고 무너진 것은 다시 고쳐 세워야 한다. 그것이 하느님의 정의이고 믿음이 고백하는 평화다. 곧 ‘평화는 정의의 작품’(사목헌장 75항)이라는 말씀이 우리가 마음을 쏟아야 할 자리다.”

이날 사제단은 ‘숨죽인 고요는 평화가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불법 선거 개입 책임자들의 사법처리, 국민을 적으로 규정하는 행위의 중단과 사죄,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수사,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 등을 촉구했다.

사제단은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 개입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 등의 요구는 유권자들의 상식적이고도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각계의 호소를 해묵은 이념의 잣대로 왜곡하고 낙인찍어 이적행위로 규정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안일하고 비상식적인 태도”라고 질책했다.

이어 이러한 광기의 범람에 누구보다 충실히 부역한 것이 언론이며, 덕분에 이 나라는 갈등과 반목으로 두 동강나고 민주주의는 빈사 직전에 이르렀다고 개탄하면서, “특히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정치적 판결은 이 땅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중차대한 기로에 직면해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참된 민주주의의 실현은 규범들을 형식적으로 준수한 결과 이상의 것이며, ‘모든 인간의 존엄, 인권존중, 공동선에 대한 투신을 통해’ 얻어지는 상위의 개념이다.”

사제단은 교회의 가르침을 통해 “민주주의의 가장 기초적인 요건인 형식적 규범 준수조차 충족시킬 수 없는 정권에게 참된 민주주의 실현 따위를 기대하는 것만큼 과한 일은 없다”고 선언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부정선거’라는 정권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권력자’일 수는 있으나 결코 ‘국민의 대통령’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 10일 오후, 시국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이 인천 부평1동성당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현진 기자

부정선거 규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인천교구 시국선언문

숨죽인 고요는 평화가 아니다.
박근혜 정권 1년을 보내며

“그들이 입을 다물면 돌들이 소리를 지를 것이다” (루카 19,40)

이 땅의 민주주의는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다져진 고통의 역사인 동시에 자유와 평등을 향해 쉼 없이 걸어온 희망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대선 기간 중 벌어진 국가 권력기관들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불법적 선거 개입은 무명의 헌신들의 희생과 고통, 희망으로 일궈온 이 땅의 민주주의 역사에 크나큰 수치요 상처다.

더욱 개탄스러운 일은 이를 대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안일하고 비상식적인 태도다. 선거 과정 중 벌어진 범죄행위에 대한 진상규명과 그에 응분하는 책임자 처벌은 절차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를 지키는 일인 동시에 투표를 통해 권력을 위임한 유권자들의 상식적이고도 당연한 권리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집권당이 지금까지 몰두한 것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각계의 호소를 해묵은 이념의 잣대로 왜곡하고 호도하는 일이었고, 이와 관련한 일체의 비판을 적으로 규정하는 일이었다. 국민을 적으로 삼는 것만큼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은 없다. 덕분에 나라는 갈등과 반목으로 두 동강났고, 민주주의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어디 그뿐인가. 공정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지금이라도 역사의 퇴행과 훼손된 민주주의의 가치를 회복하려는 시도들마저 부당한 압력으로 모조리 무위로 몰아간 일이나, 죄과가 명백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정치적 판결’ 역시 이 땅의 민주주의의가 얼마나 중차대한 기로에 직면해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반성과 사죄는 고사하고 겁박과 은폐만이 난무한다.

교회는 참된 민주주의의 실현은 규범들을 형식적으로 준수한 결과 이상의 것이라 가르친다. 그것은 “모든 인간의 존엄, 인권존중, 공동선에 대한 투신을 통해” 얻어지는 상위의 개념이다(사회교리 407항).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일 년이 넘도록 우리가 목도한 것은 역사의 퇴행과 민주주의의 역행이다. 거의 모든 공약은 퇴보하거나 번복되었고, 진보정당 해산시도, 노조 탄압, 공공재의 민영화 시도, 역사왜곡 등 정권의 잇속만을 위한 일에 열을 올리는 사이 노동자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삶은 더욱 곤궁해졌다.

이로써 대선 이전 여당과 대통령 후보가 입에 올렸던 민생과 복지, 국민행복시대 모두 기만적 선거용 구호였음이 자명해졌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초적 요건인 형식적 규범 준수조차 충족시킬 수 없는 정권에게 참된 민주주의 실현 따위를 기대하는 것만큼 과한 일은 없다. 언감생심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부정선거’라는 정권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권력자’일수는 있으나 결코 ‘국민의 대통령’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한다. 권력은 허망한 것이다. 힘으로 군림했던 권력들의 말로는 언제나 참담했다.

숨죽인 고요는 평화가 아니다. 믿음의 공동체가 고백하는 하느님의 평화는 더욱 그러하다. 뒤틀린 것은 바로잡고 무너진 것은 다시 고쳐 세워야한다. 그것이 하느님의 정의이고 믿음이 고백하는 평화다. 다시 한 번 우리는 “그들이 입을 다물면 돌들이 소리를 지를 것이다”(루카 19,40)라는 말씀에 위로를 얻고 “평화는 정의의 작품”(사목헌장 76항)이라는 정언에 희망을 건다. 세상이 침묵한다면 기꺼이 돌이 되어 외치겠다.

우리는 이 시대 모든 양심의 소리와 선의의 마음에 동참하며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1.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등 불법선거 개입의 책임자들을 사법처리하라.
2, 이념의 잣대로 국민을 적으로 규정하고 낙인찍는 일체의 모든 언행을 중단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라.
3. 지난 대선의 최고 책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을 구속 수사하라.
4. 박근혜 대통령은 이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겸허히 사퇴하라.

2014년 3월 10일
천주교 인천교구 사제연대
천주교정의구현 인천교구 사제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