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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일송 <뉴스타파> 취재1팀 기자 (사진=<뉴스타파> 홈페이지) |
1. <뉴스타파>로 온 후 달라진 점
“취재를 해서 기사를 쓴다는 본질 자체는 바뀐 게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건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에 대한 ‘자율성’은 여기만큼 존중되는 곳이 없을 것 같다. 사실 개별 사안은 <국민일보>를 포함해 일반 언론에서도 기자의 자율성이 존중되는 편이다. 그런데 중대한 사안이 생겼을 때에는 기자보다는 편집국 상층부의 논의를 통해 기사 방향과 제목이 정해진다. 사실 기사는 ‘부장’이 쓰는 경우가 많다. 몇 개 면에 실릴 몇 매짜리 기사를 몇 시까지 보내라고 이렇게 돼 있지 않나.
하지만 <뉴스타파>는 기자 개인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한다. 보도 시점도 마찬가지다. 다른 곳은 보도 시점이 정확히 정해져 있어서 조금 설익은 기사들도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여기는 취재 기한을 충분히 주어서 ‘아, 이제 농익었다’ 할 때까지 기다린다. 사실관계 확인 다 거쳐서 기자들 스스로 자기 양심에 비춰 진실에 접근했다고 느꼈을 때 보도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2. <뉴스타파> 보도 중 기억에 남는 ‘자신의 보도’를 꼽아 달라.
“지난해 제 기억에 남는 보도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세월호 리포트, 하나는 한체대 리포트다. 세월호 취재 때는 걱정이 많았다. 저희는 실시간으로 기사를 올리는 통신사나 타 매체에 비해 제작시간이 느리고, 이미 수백 개의 기사가 쏟아진 상황에서 기존 기자들과 어떻게 다른 관점과 사실을 보여줄까 하는 고민이 컸다.
오후 2시에 출발했는데 가면서도 계속 기사를 봤다. 그런데 막상 가 보니 제가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과 방송 카메라에 담긴 모습이 너무나 달랐다. 전원구출 오보도 있었고, 사상 최대의 구출작업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실종자 가족들의 말은 달랐다.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보고 들은 사실을 그대로 담자고 마음먹었다. 저희는 매거진 개념에 가까워 속보 경쟁에 대한 부담이 있었는데, 세월호 첫 리포트(<정부 재난관리시스템 불신 자초>)를 하고 나니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리포트가 세월호 사안을 꾸준히 좇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한체대 리포트는 제보자가 있었다. 그분은 다른 매체에도 제보를 했지만 촬영까지 마치고도 불방된 적이 있다고 했다. 아마도 검증하는 작업이 워낙 지난하고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취재를) 포기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도 처음 제보 받고 리포트할 때까지 두 달 가까이 걸렸다. 한체대 교수 112명 중 100명을 조사했으니… 제보자가 말하는 표절 의혹을 검증했고, 저희가 새로 찾아낸 것도 있다.
일반적인 언론사에선 어려웠을 것 같다. 저희는 후원회원들이 있고, 내부에서도 취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아이템은 충분한 취재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만약 중요한 사실관계 확인이 안 됐으면 꼭 오늘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편성이 돼 있으니까 취재한 것까지만 방송하는 것이 아니라, 설익은 것은 가려내고 ‘완료’된 결과를 내보내는 게 가능해서 한체대 리포트를 준비할 수 있었다. 보통 시청자분들이 생체실험 관련 팩트 검사한 리포트만 기억하시는데 최근 교육부 감사결과 리포트(<한체대 교수 백여 명 사상최대 징계사태>)가 핵심이다. 보도 이후, 교육부가 감사를 했고 한체대 교수, 조교 등 116명이 연구윤리 위반 및 연구비 횡령 혐의로 징계를 받게 된 것이다”
3. <뉴스타파> 3주년을 맞는 소감은?
“맨 처음에 뉴스타파 오게 된 건 이근행 PD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집에서 놀지 말고 같이 있어 보자(* 황일송 기자는 <국민일보> 해직기자다)고 한 거였다. 그래서 정말 일 안하고 같이 있기만 했는데 사람들이 정말 열심히 일하더라. 1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밤을 꼬박 새고. 잠 안 자고 일하는 걸 보기 미안해서 저도 조금씩 거들어주고 리포트도 하다 보니까 방송기자 일을 하게 됐다.
지난 3년은 시민들이 원하는 언론매체가 시민들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진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권력 눈치를 보지 않고 광고주 입김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사실은 사실대로 보도하는 매체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 <뉴스타파>를 통해 일부 해소가 되고 다시 확산된 게 아닌가… 현재 언론 상황이 바뀌지 않은 한 <뉴스타파>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 같다.
저희가 지향하는 건 진보 매체, 이런 이분법적 구분이 아니다. 기자들이 기자의 양심에 따라 대다수 국민들이 알아야 할 진실에 대해 리포트한다는 것이 저희 목표다. 꼴통 우익 매체는 아니지만 진보 매체라고 하는 것도 좀 어렵다. 3년 동안 어느 정도 성장했으나 앞으로도 더 많이 성장해, ‘독립언론’으로서의 역할을 더 많이 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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