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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성공과 박근혜의 행복

[손석춘 칼럼]
 
입력 : 2015-02-03  11:01:18   노출 : 2015.02.04  09:51:10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2020gil@hanmail.net    

성공과 행복. 좋은 말이다. 둘 다에 초연할 사람도 있겠지만, 힘없고 돈 없는 국민 대다수에게 성공과 행복을 아예 마다하기란 쉽지 않다.

바로 그렇기에 두 말을 대통령 후보로서 공약해 ‘뜻’을 챙긴 정치인이 있다. ‘국민 성공시대’를 내건 대한민국 17대 대통령 이명박과 ‘국민행복시대’를 내건 18대 대통령 박근혜다. 박근혜의 대통령직은 진행 중이지만, 마침표를 찍은 이명박에 대한 평가는 이미 뭇 조사에서 나타났다. 그의 역대 대통령 순위는 흔들림 없다. 꼴찌다.

하지만 당사자 생각은 다르다. 그가 800쪽 가까운 회고록을 출간했다. 스스로 회고록 말미에 자화자찬을 경계했다고 썼음에도 내용은 자찬 일색이다. 일흔이 한참 넘은 사람에게 ‘성숙’이란 말을 꺼내들기란 민망한 일이지만, 주관적 환상에 매몰되어 객관적 현실을 모르는 인간을 우리는 ‘미숙하다’고 말한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성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성숙으로 접어든다. 선인들이 ‘철들었다’고 할 때가 바로 그 순간 아니던가.

이명박 회고록은 주관적 환상의 대표적 보기다. 그는 자신이 ‘국민 성공시대’를 약속하며 당선된 사실조차 잊은 듯하다. 케케묵은 낙수효과를 내세우며 747(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을 부르댄 사실에 회한이나 성찰이 있을 리 없다. 그러기에 ‘부자감세’를 여태 부르댄다. 감세는 ‘투자와 소비를 촉진시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세계적인 추세’였다고 언죽번죽 주장한다.  

무지의 극치다. 과연 그의 주장처럼 감세로 투자와 소비를 촉진시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살렸는가? 2008년에서 2013년까지 ‘대통령의 시간’을 보낸 우리 국민에게 그 물음은 한낱 우문일 뿐이다. 

회고록이 살천스레 외면한 것은 그 뿐이 아니다. 서울 용산의 철거민 참사와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살인적 탄압에 대해서도 성찰이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로 몰아간 검찰 수사도 모르쇠다. 오히려 고 노무현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기 전에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을 해결하지 않았다며, 비난하는 투의 ‘회고’를 늘어놓았다.

대통령직 평가 이전에 인간 이명박의 민낯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더 있다. 두루 알다시피 세월호 침몰은 해운자본의 요구를 덜컥 수용해 선박연령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비롯됐다. 바로 그 규제 완화를 이명박 정권이 단행했다. 수학여행 길에 부푼 청소년들의 생때같은 죽음, 부모들의 저 피눈물 앞에서 대체 인간 이명박은 아무런 책임도 못 느낀 걸까.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명박 임기는 끝났지만 ‘규제 완화’와 ‘기업 친화’ 따위는 고스란히 국정 지표이기 때문이다. 후임자는 외려 한 술 더 뜨는 언행을 서슴지 않고 있다. 

명토박아 두거니와 나는 대통령 박근혜가 전임자의 후안무치한 전철을 밟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박근혜는 후보시절 ‘국민 행복시대’를 내걸었다. 국민 성공시대를 내건 이명박 치하 5년 동안 성공은커녕 불행한 사람이 양산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표를 얻으려면 그 언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터다. ‘국민 행복’은 ‘국민 성공’이 그렇듯이 먹혀들어갔다. 물론,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주요기관들의 선거개입도 대통령 당선에 큰 몫을 했을 터다. 

하지만 이명박과 선을 그은 차별성은 선거와 함께 시나브로 사라졌다. 규제완화를 부르대거나 대기업을 중심에 놓고 경제 살리기를 추진하는 언행도 어금버금하다. 심지어 747 논리와 같은 474까지 주장했다. 잠재성장률을 4%, 고용률 70%를 달성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제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그것이다. 

개탄할 일이다. 대통령이 대선에서 국민에 약속한 것은 747 아류 474가 아니었다. 그가 후보 시절 내내 외친 말은 ‘경제민주화’ 아니던가. 국민 행복시대와 경제 민주화를 내걸었던 박근혜 집권 2년 동안 과연 행복해진 국민은 얼마나 될까. 경제는 얼마나 민주화 되었을까. 

   
▲ 손석춘 언론인
 

이명박에게 성찰이 전혀 없듯 현직 대통령도 그렇다면 국민적 비극이다. 이명박이 자신은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착각하듯이, 현직 대통령도 자신은 행복한 대통령이라 생각하는 걸까. 딴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대통령의 표정은 자못 행복해 보인다.

하여, 정색하고 경고한다. 이명박이 자신의 성공을 약속한 게 아니라 ‘국민 성공’을 공약했듯이, 박근혜 또한 자신의 행복을 약속한 게 아니다. ‘국민 행복’을 공약했다. 국민 성공시대를 내걸고 자신만 ‘성공’한 대통령에 이어, ‘국민 행복시대’를 내걸고 자신만 ‘행복’한 대통령을 보기란 국민의 한사람으로 참을 수 없는 고역이다. 아직도 3년이나 남은 임기, 국민 행복에 조금이라도 눈 돌리기를 촉구하는 까닭이다. 이명박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 박근혜에게 주는 산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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