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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딜레마에 처한 박근혜 정부

 
김종대 2015. 04. 20
조회수 200 추천수 0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미국의 선택은 미·중 관계를 재조정하는 강대국 정치에 있어서의 대사건이 될 수 있다. 이미 동일한 맥락의 지정학적 변동을 미국은 유럽에서 겪은 바 있다.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합병한 것은 미국과 나토 세력의 동진정책, 즉 유럽판 미사일방어(MD)로부터 초래된 지정학적 변동이다. 그와 유사한 사건이 동북아에서는 한국에 사드 미사일 배치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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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 중반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천명한 전략방위구상(SDI) 상상도

 

무기의 생태계 변화와 지정학적 도전

 

 무기체계의 세계는 거대한 생태계와 같다. 수많은 무기가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하면서 멸종과 진화를 거듭한다. 문제는 이 생태계가 그리 안정적이지 않고 견고하지도 않다는 데 있다. 어느 날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여 예기치 않은 위협이 등장하면 기존의 생태계는 깨진다. 이미 만들어진 무기체계는 무용지물이 되고 신기술이 주도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창조와 혁신, 모방과 확산으로 이어지는 그 변동은 국가간의 세력균형을 한 순간에 붕괴시키는 지정학적 사건으로 이어진다. 유사 이래 인간의 역사는 바로 그러한 변동의 역사였다. 근대 유럽의 패권은 누가 거대 함선을 많이 보유했느냐로 결정되었다면 현대에 와서는 핵무기의 숫자로 그 중심이 이동했다. 절대무기라 할 수 있는 핵무기는 냉전시대의 긴 평화를 거치면서 일견 안정적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체제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여서 그 투발수단이 무엇이냐(미사일, 폭격기, 잠수함), 이에 대한 억제와 방어수단이 무엇이냐를 두고 변화무쌍하고 불안정한 국제질서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현대에 와서 그러한 지정학적 변동의 위험성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소련이 카리브해 인근의 쿠바 영토에 핵 미사일을 배치하려고 한 시도는 미·소 두 나라를 핵전쟁 직전까지 몰고 갔던 것이다. 
 지금 그러한 변동이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고고도요격시스템, 일명 사드(THAAD) 체계의 한국 배치 논란이 그것이다. 이 논쟁의 핵심 논리를 보면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인 노동 미사일에 핵탄두 장착 가능성이 현실화되면 한국이 기존에 보유한 방어체계는 전부 무용지물이 된다. 따라서 새로운 방어무기가 배치되어야 하는데 지금 검토할 만한 유일한 대안은 150km 상공의 고고도에서 북한의 노동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미국의 사드 체계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이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그 여파는 단지 남북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동북아에서 미·중간의 세력균형에 영향을 미쳐 격렬한 군비경쟁과 분쟁을 초래할 지정학적 변동으로 이어지는 위험을 수반하게 된다. 무기체계의 세계는 어느 일부분에서 일어난 변화가 전체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속성을 갖기 때문이다. 부분과 전체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 때문에 신무기의 영향은 부분에서 전체로 확산된다. 
 그런 위험성을 알려주는 사례가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2009년 9월 개정된 유럽 탄도미사일방어계획(EPAA : European Phased Adaptive Approach)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주로 이란에서 불거지는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유럽을 방어하기 위해 독일에 미사일방어 지휘통제 센터를 둔다. 요격미사일은 터키에 사드 요격체계, 루마니아에 스탠다드미사일(SM-3)을 두고, 2018년에는 폴란드와 체코에도 이를 배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계획은 러시아의 극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런 미사일방어계획은 러시아의 핵 억지력을 무력화하면서 서방의 영향력이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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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진주한 러시아군 

 

 유럽 미사일방어에서 크림반도 합병까지

 

 비록 이란의 미사일로부터 유럽을 방위한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유럽 미사일방어계획은 매우 중대한 부수적 효과를 내포하고 있었다. 과거 소련의 위성 국가였던 루마니아와 체코까지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에 편입될 경우 소련은 서방의 강력한 전략적 공세에 직면하게 된다. 1990년대 초에 당시 소련의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이 동유럽의 민주화와 독일 통일을 지원한데는 서방의 나토가 소련을 향해 동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유럽 미사일방어(MD)를 명분으로 미국과 나토세력이 러시아를 고립하는 방향으로 동진하고 있지 않은가? 이 때문에 미·러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핵미사일을 증강하고 공격적인 군사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이것이 지정학적 변동으로 이어진 것이 작년에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는 초유의 사태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지난 20세기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에 국경을 변경하는 데 미국이 주도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적은 없다. 그런데 이번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분할과 병합은 미국의 역량이 전혀 개입할 수 없었던 단 하나의 현상변경 사건이며 힘으로 영토를 변경시킨 국제정치 초유의 사태였다. 그 여파는 이제껏 평화 국가였던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이 징병제를 부활하고 군사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적어도 21세기에 유럽의 세력균형을 변경시키는 데 이보다 더 큰 사건은 없다. 이렇게 되자 미국의 유럽 미사일방어계획도 흐지부지되면서 이제껏 신뢰해왔던 미국의 패권도 의심을 받기에 이르렀다. 러시아의 대반격에 미국의 입지도 흔들린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와 똑같은 사건이 바로 한반도에서 시작되려는 조짐이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가 가속화되고 2020년경이면 북한이 약 100여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불안과 공포를 겪은 한국이 미국에 사드 미사일 배치를 협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물론 한미 정부는 “아직까지 사드 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할 계획은 없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 위협이 가중될수록 사드 배치에 대한 국내외 압력이 가중되면 과연 정부가 언제까지나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유럽의 미사일방어에 러시아가 반발했던 것과 유사하게 중국은 즉시 이에 대해 반발했다. 작년 7월에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직접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리고 올해 2월에는 중국의 창찬위안 국방부장이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이 문제를 거론하며 “사드 요격체계가 한국에 배치되면 한·중 관계에 심각한 훼손이 있을 것”임을 통보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 내 사드 배치론자들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우리의 정당한 방어체계 구축에 중국이 간섭하는 것은 “명백한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 중국을 우려하며 사드 배치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대론자들을 향해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라고 거칠게 비난한다. 그러면서 핵 위협에 노출된 한국에 미국의 야전군 사령관들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먼저 주장하고 나선 것은 정작 우리보다 더 우리의 안전을 걱정해주는 “민망한 제안”이라며 감격해마지 않는다.


 한반도의 사드 배치는 미·중 관계의 급소

 

 여기에 한국 정부의 심각한 딜레마가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구체적 위협이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한 어떤 관리능력도 없다. 보수·안보세력은 핵과 미사일을 앞세워 북한이 ‘통일대전’을 수행할 준비를 끝냈다는 사실을 내세우며 우리도 북한과 결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군사적 준비를 할 것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사드 미사일 배치는 그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고 북한의 전략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킬체인(kill-chaine)과 같은 능력을 구비함과 아울러 북한 정권을 전복시키는 ‘제4의 전쟁’ 개념도 구체화할 것을 요구한다. 이와 함께 유엔사령부 정전 교전규칙에 구애받지 않고 북한의 지휘부를 타격할 수 있는 적극적 억제, 또는 능동적 억제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가하면 정부는 미국이 자국의 미사일방어에 한국이 통합될 것을 요구하는 데 대해서도 궁색한 모습이다. 중국을 의식하여 미국의 미사일방어에 편입되는 것을 유보하고 한국형미사일방어(KAMD)를 독자적으로 구축하며 한국형 사드미사일이라고 할 수 있는 중거리요격무기(L-SAM)을 개발하겠다는 것이 현재 국방부 입장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형 미사일방어는 ‘찢어진 우산’으로서 여전히 신뢰하기 어렵고 미국의 미사일방어망과 사실상 통합된 방어체계만이 궁극적 대안이라는 데 대해 정부의 대응논리는 취약하기만 하다. 그런가하면 정부는 중국의 반발에 대해서도 속수무책이다. 아무리 사드 체계가 대북한 방어용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중국은 이것이 동북아 세력균형의 변화라고 본다. 전 세계 미군기지 중에서 베이징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오산 미 공군기지에 사실상 중국을 적성국으로 하는 미국의 전략자산이 배치된다는 걸 눈 뜨고 못 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른 문제라면 몰라도 바로 중국의 대문 앞에서 분쟁의 요인이 생긴다면 중국은 핵심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중국의 반발은 중국의 북한 편들기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한국의 안보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최근 중국발 외신은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이래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는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 논란이 불거진 지난 해 말부터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의 중국 방문 일정을 전격적으로 취소하였다. 3월에 <한국일보>는 “우리 정부가 안보실장의 중국 방문에 대해 여러 번 타진하였으나 중국 정부는 답변조차 하지 않고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또한 중국은 3월에 열리기로 되어 있었던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도 거부하여 한 단계 낮은 차관급 회담으로 대체되었다. 북한은 사드 문제가 한국에서 불거진 이후 단연 동맹 외교에 활기를 띠고 있다. 5월에 열리는 러시아의 전승절 기념행사에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하게 되면 북·러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내친 김에 중국과도 한동안 소원했던 관계가 풀리게 된다면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여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도 더욱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된다. 이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거의 없기 때문에 ‘통일 대박’도 헛소리가 된다. 
 그렇다면 사드 배치로 인한 정치적 부담을 완화하면서 미국과 중국, 북한을 관리할 수 있는 우리의 외교 역량이 준비되어야 하는 데 지금의 상황은 매우 비관적이다. 미국의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은 과거사 문제나 거론하는 한국의 정치지도자는 “값싼 박수나 받으려는 민족주의 감성”이라고 비난하며 노골적으로 일본을 편든다. 일본은 외무성 홈페이지에서 “한국은 일본과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기본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라는 표현을 삭제하며 연일 과거 역사를 미화한다.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막말로 비난하는 건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중국은 아예 노골적으로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를 거부하는 주권국가다운 태도를 보이라”고 더 노골적으로 한국을 압박한다. 이렇게 사방이 포위된 상황은 냉전이 붕괴된 이후 지난 25년 이래 한국이 직면한 가장 치명적인 딜레마다.   


사드가 초래하는 안보 딜레마

 

 역설적으로 이 딜레마는 사드 요격체계가 아직 완전한 무기체계가 아니라는 데서 더 깊어졌다. 사드가 주된 요격대상으로 상정하는 중거리 미사일을 상대로 시험 발사를 한 것은 2012년 10월에나 이루어졌다. 그러나 실제로 지상에서 발사한 미사일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항공기에서 떨어뜨린 공대지 미사일을 상대로 한 것이다. 2013년 9월의 시험 역시 외부로는 성공했다고 알려졌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미사일을 상대로 한 것인지 미 정부는 밝히지 않았다. 대부분의 시험은 탄두와 추진체가 분리되지 않은 항공기에서 떨어뜨린 미사일로 몸체도 크고 속도가 느리며 발견하기도 쉽다. 그렇게 불완전한 무기체계이기 때문에 미국은 아직도 대량생산을 하지 못하고 겨우 3개 포대만 보유하고 있는데, 한반도에서 북한 미사일을 방어하려면 적어도 3개 포대가 필요하다. 즉 미국이 한반도에 배치하고 싶어도 당분간은 배치할 사드 포대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불완전하기 때문에 중동의 카타르와 아랍에미레이트 외에 어떤 아시아와 유럽의 국가도 사드 구매를 타진한 나라가 없다. 그렇다면 왜 지금 한반도에서 사드 논란이 불거진 것인지, 이것은 일종의 유령논쟁이 아닌가, 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정작 사드 요격체계의 운용 실태와 자세한 성능에 대해 우리 국방부를 비롯한 그 누구도 자세한 내용을 밝힌 적이 없다. 개발이 착수된 지 26년이 지난 이 무기가 아직도 시험평가나 하고 있다면 도대체 그것이 언제 완성될지도 우리는 모른다. 이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의도는 2015년에 미국이 추가로 확보할 계획인 2개의 사드 포대의 획득 비용에 한국의 부담을 내심 원하는 것 아닐까? 이것이 한국 내 사드 배치론자들을 부추겨 이 논쟁이 확산되도록 한 진짜 이유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에 북한의 위협에 노출된 미국령 괌에 사드 포대를 배치하게 되자 미 의회는 국방부에 “괌에 배치하는 사드 관련 비용을 한국 정부가 분담하도록 하라”는 권고를 전달했다. 이것이 정작 한반도에서 지정학적 변동을 일으키는 사드 논란이 벌어진 배경이 아니지 의문이다.
 최근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는 미 백악관이나 국무부, 국방부도 아닌 야전사령관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작년부터 한국 내 사드 배치를 위한 부지조사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당사자는 미 국방부의 하급관리들과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다. 3월 초에 연합사령부는 돌연 사드 포대가 배치될 5개의 한국 내 부지를 공개하며 “작년에 이 부지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비공식적이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주한미군 측이 사드 배치에 대한 강력한 희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국의 주한미군사령관은 전세계 4성 장군이 지휘관으로 있는 미국의 야전부대 중에서 가장 무장이 빈약하다. 전임 월터 샤프 사령관 시절부터 “전 세계 미군 대장 중에서 아파치 공격헬기 부대가 없는 지휘관은 나 밖에 없다”며 주한미군 전력 운용에 상당한 불만을 표출시켜 왔다. 게다가 본국으로부터 주한미군 경비지원까지 삭감되는 상황이다 보니 이제 한국에서 4성 장군 직위인 사령관의 위상도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현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재임 초기부터 본국에 사드 배치를 일관되게 요구하면서 주한미군의 전력 규모를 확대하는 데 유달리 많은 관심을 표명하였다. 그럼으로써 4성 장군의 지위가 유지되고 주한미군의 위상을 높이는 조직의 논리에 강한 집착을 보여 온 것이 사실이다. 이렇듯 야전사령관이 주도하는 미국의 전략 자산 운용에 대한 논의에는 지정학이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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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시온사의 SM-3 미사일

 

 따라서 연합사령관의 의도대로 사드가 배치되지 않는다면 주한미군 측은 사드가 아닌 다른 전력이라도 확충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작년에 사드 논란이 불거지기 이전에는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에서 운용하는 요격미사일인 스탠다드미사일(SM-3) 도입 여부가 쟁점이었다. 그러나 이 미사일이 한국 지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토에서 배제되자 여론은 재빨리 사드 문제로 옮겨온 상황이다. 한국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와 미국의 미사일방어를 통합함으로써 한국 내에서 대중 전략적 자산이 운용되는 단계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태평양사령부의 예하 부대장이다. 태평양 사령부의 제1의 핵심 임무가 바로 중국 견제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한국에서 미사일방어를 위한 전략적 자산을 배치하게 되면 주한미군의 위상은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당장 미국의 전략 자산이 실제로 배치되느냐를 떠나 이러한 논쟁이 촉발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전략적인 이점이 있다. 유럽에서도 실제 사드가 배치되지 않았는데 단지 계획을 세웠다는 이유만으로 지정학적 변동이 초래되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80년대 말에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천명한 전략방위구상(SDI)은 존재하지도 않은 구상일 뿐이었는데 냉전을 종식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만큼 무기체계로 이루어진 국제정치의 생태계가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이 불안정성 자체가 우리에게는 딜레마가 되는 것이고, 만일 이 딜레마를 잘못 관리하게 되면 우리는 국가 생존과 번영에 있어 매우 심각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런 만큼 이 생태계는 우리에게 진화에서 도태될 수도 있는 끔찍한 공포를 선사한다.  

 

김종대 디펜스 21+ 편집장 jdk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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