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노동자와 근로자는 어떻게 다른가?

오늘은 125회째 맞는 노동자의 날입니다
 
김용택 | 2015-05-01 09:29:0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오늘은 125회째 맞는 노동자의 날입니다. 우리나라 노동절은 참 이상합니다. 노동자는 쉬고 근로자는 일하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노동절입니다. 노동절이 어떤 의미 인지 학생들에게 한 번 물어볼까요?

다음 중 노동자가 아닌 사람은…?

회사택시기사, 종합병원의사, 교사, 교수, PC방 아르바이트, 건설일용직, 환경미화원, 농구선수, 공무원, 철도기관사, 아나운서, 소방관, 현장실습생, 학습지교사, 택배기사, 보험설계사, 경찰…

만약 시험문제를 내주고 이 중에서 노동자가 아닌 사람을 찾으라고 하면 뭐라고 대답할까요? 틀림없이 열이면 열 모두가 ‘종합병원 의사나 교수, 혹은 교사, 공무원, 아나운서, 경찰’과 같은 사람은 노동자가 아니라고 답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배우는 노동자에 대한 개념은 ‘노동자란 사무직이 아닌 육체적인 일을 하는 사람’ 정도로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화이트칼라가 아닌 블루칼라가 노동자라는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머리 속에는 노동이란 ‘천한 사람들이 하는 일’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위와 같은 답을 한 학생들은 다 틀린 답입니다. 위의 제시한 사람들은 모두 노동자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선생님, 의사나 대학교수가 어떻게 노동자입니까?”라고 항의 하는 학생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노동자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노동자란 직업의 종류는 물론하고 임금을 받기 위해 하는 노동, 즉 정신노동자인가 육체노동자 인가의 여부가 아니라는 뜻이지요.

작업의 형식이 상용이든 일용이든, 임시직이든 촉탁직이든 시간제… 와는 상관없이 또 근무형태나 직종, 직급 등과는 관계없이 ‘노동을 제공해 주고 댓가로 임금을 받는 모든 사람’을 노동자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제 말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의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사실상 근로를 제공하는 취업근로자’를 노동자라고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선생님 그렇다면 노동자는 뭐고 근로자는 무엇입니까?” 이런 질문이 쏟아질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근로자와 노동자의 차이를 뭐라고 설명하시겠습니까? 노동자는 천하고 불쌍하고 근로자는 고상하고 귀한 것입니까?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이라는 말에는 그런 이미지가 풍기도록 사회화되어 있는듯합니다. 아니 자본의 목소리지요. 실제로 몇 년 전만 하더라고 교실 흑판 한쪽에 “공장가서 미싱할래, 대학가서 미팅할래?”이런 급훈이 버젓이 붙어 있었으니 말입니다.
 
노동자와 근로자가 어떻게 다른 지 국어사전을 한 번 찾아 볼까요?

 

☞ 노동자 (勞動者)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 법 형식상으로는 자본가와 대등한 입장에서 노동 계약을 맺으며, 경제적으로는 생산 수단을 일절 가지는 일 없이 자기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삼는다. 2 육체노동을 하여 그 임금으로 살아가는 사람.
☞ 근로자 (勤勞者)
근로에 의한 소득으로 생활을 하는 사람.

 

이 정도면 헷갈릴 만도 하지요? ‘노동력으로 임금을 받아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과 ‘근로에 의한 소득으로 생활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지 말이지요? 영어로 한번 볼까요? 영어로 노동자는 ‘Labour’라고 하지요. 우리말로 해석하면 ‘노동’이라고 할 수도 있고, ‘근로’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 처음에는 ‘Labour’ 란 용어를 우리말로 번역할 때 ‘노동’이란 말로 번역했을 것입니다.

분단의 비극은 언어를 비롯해 대부분의 우리 생활양식이나 문화에서조차 분단되기 시작한 것이지요. 북한에서 사용하는 말은 좌익의 냄새가 난다. 그래서 북한에서 쓰는 ‘노동’이라는 말대신 ‘근로’라는 말로 바꾼 것이 아닌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본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이나 하라는 뜻도 반영되었을 것이라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에~ 설마요…?” 할 사람들이 있겠지만 ‘인민’이라는 말도 북한에서 사용하니까 우리는 ‘국민’이 되고 ‘동무’라는 말도 북한에서 사용하니까 ‘친구’로 바뀐 게 아닐까요?
 
저는 노동자와 근로자의 뜻을 달리 해석하고 싶습니다. 자본이 필요로 하는 사람, 즉 ‘노동은 천하고 부끄럽지만 입에 풀칠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짓’이라고 생각하는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라 ‘노예’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이 시키면 기계처럼 일하고 운명론적으로 사는 사람이지요. 대신 ‘노동은 신성한 것이다. 나의 노동으로 내 가족과 국민들이 보다 행복하고 보다 질높은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권리와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사람이야말로 당당한 노동자가 아닐까요?

오늘은 제 125회 노동절을 맞아 생각해 본 노동자의 뜻을 풀이해 보았습니다. 노동절의 유래와 노동에 대한 개념은 제가 지난해 썼던 글을 참고로 소개하면서 제 얘기를 마치겠습니다. “노동자 여러분 여러분들의 명절, 노동절을 축하합니다. 행복한 노동절을 보내십시오.” 인사를 하고 보니 미안하네요. 택시기사, PC방 아르바이트, 건설일용직, 환경미화원, 현장실습생, 학습지교사, 택배기사… 이런 분들,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들이 행복한 노동절이 될 수 있을까요? 그런분들이 ‘자신의 주인이요 역사의 주인이 되는 날’이 진정한 민주주의, 보편적 복지사회가 아닐까요?

관련 글 : 아직도 근로자는 귀하고 노동자는 천한가?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0&table=yt_kim&uid=114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