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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달러에 배를 전세 내 유람할 수 있는 나라가 또 있을까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5/10/16 10:06
  • 수정일
    2015/10/16 10:0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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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삿갓 북한 방랑기> 동포시인 정찬열과 떠나는 북한 여행 (6)
정찬열  |  noproblem101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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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15  08: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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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열 / 재미동포 시인

 

연재를 시작하면서

 지난 해 10월, 3주일 동안 북한을 방문했다. 평양을 비롯, 개성, 사리원, 묘향산, 원산, 금강산, 함흥 등 여러 곳을 돌아보았다. 북녘 동포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내가 보고 듣고 느꼈던 생생한 이야기를, 앞으로 스물한 번에 걸쳐 독자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이다.  분단 70년을 맞는 해다.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화해와 통합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해가 되길 바라면서 얘기를 시작한다. / 필자 주

 

향산읍 풍경- 향산역 광장 수학여행 온 학생들로 붐벼


10월 9일(목) 맑음. 북한 방문 6일째다. 5시 기상.  6시에 읍내 산책을 나갔다. 새벽달이 떠 있다. 무슨 미련이 남았기에 저렇게 머뭇거리고 있을까.

읍내가 새벽 어스름에 잠겨있는데 김일성 동상이 서 있는 곳만 불빛이 환하다. 저 앞쪽에 큰 건물이 보이기에, ‘저게 무슨 건물일까’혼자 말 비슷하게 했는데, 마침 내 곁을 지나가던 할머니가 들었던지 ‘고등학교 건물’이라고 말해 준다. 80은 넘어 보이는 할머니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이 새벽 어느새 그분이 내 곁을 지나게 되었는지 사실은 좀 놀랐다.

그 분에게 초등학교는 어디쯤 있냐고 물었더니, “난 외지 사람이래요, 딸내 집에 와 있시유.”대답한다. 몇 발자국을 걸어가니 로라스케트장이 있다. “와우, 이 시골에 로라스케트장이 다 있네”했더니, 그 할머니 내 말을 받아 ”모두가 우리 원수님 덕택이디요“라고 맞장구를 치면서 저쪽으로 총총 사라져가신다.

   
▲  아동공원, 어린이 놀이터다. [사진제공-정찬열]

아동공원 앞을 지난다. 어린이 놀이터다. 여러 가지 놀이 기구가 설치되어있다. ‘생선국집’간판이 전광판이라 멀리서도 보인다. 새벽 식사를 파는 집인지 모르겠다.

향산 식료품 상회를 지나니 역전이 나온다. 역 광장에 중학생으로 보이는 백여 명 남녀 학생들이 옹기종기 앉아있다. 잠바 깃을 세우거나 보자기로 머리를 싸매며 쌀쌀한 새벽을 견디고 있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니 평양에서 묘향산으로 수학여행을 왔다고 한다. 어제 밤새워 기차를 타고와 새벽에 내렸단다. 밤새 기차에서 시달렸을 텐데, 별 대단찮은 얘기를 하면서도 저희들끼리 깔깔대며 웃어대는 저들의 얼굴에 행복이 넘쳐난다.

아, 수학여행. 저맘때쯤의 내가 생각난다. 당시 우리도 중 2학년이 되면 수학여행을 갔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병석에 누어계시는데 수학여행 가겠다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수학여행지는 서울. 다음에 크면 서울이야 가볼 수 있는 곳 아니냐며 스스로 위안을 삼았지만, 며칠을 풀 죽어 지내야 했다. 더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수학여행이 끝난 다음, 아이들이 여행에서 있었던 일들을 화제로 삼을 때, 그리고 여행 중 찍은 사진을 나누어 갖거나 돌려보던 때였다. 어린 시절의 상처는 오래가는가 보다. 그런 일들은 잘 잊혀지지도 않는다.

역전 사진관, 공업품 상점이 보인다. 공업품 상점의 간판 밑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현지지도하신 공업품상점 주체58(1969년)7월 21일”이라는 글씨가 보인다. 최고 권력자가 다녀가는 곳은 저렇게 역사가 되는 모양이다. 국토종단 때 문경 새재를 넘어가는데, 문경 시내에 20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문경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할 때 하숙 했던 집을 ‘청운각’이란 표지판을 붙여, 문화재로 지정하여 보존하고 있던 것을 보았다.

향산군 체신소 간판이 눈에 띈다. 우체국인 모양이다. ‘오늘의 신문’간판이 눈에 띄는데 지방 신문사인 모양이다. 향산군인민병원 앞을 지난다. 일찍 일어난 아주머니 한 분이 리어카를 끌고 지나간다. 리어카에 꽉 차도록 무언가 실었다. 잠에서 깨어난 사람들이 집 앞을 비로 쓸고 있다. 멀리 묘향산 봉우리들이 산중턱에 낀 안개 띠를 뚫고 봉긋하게 솟아있다.

향산 소학교에 도착했다. 3층 건물인데 기와지붕이다. 내려 쓴 학교 이름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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