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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이 전투식량에 입맛을 맞춰야 하는 한국군의 현실

문형철 2015. 10. 23
조회수 29 추천수 0
 

  가을은 그 어느때 보다 먹거리가 풍성한 계절이지만 수확의 기쁨은 잠시일뿐, 군대는 곧 다가올 겨울을 대비하기 위한 고민을 해야한다. 특히 비상사태를 대비해 전투원의 전투력 보존을 위한 식량과 식재료를 어떻게 가공하고 보존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어떤 상황에서든 충분한 식사와 영양공급 없이 군인들이 전쟁을 치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스코티? 비스켓? 전투식량의 유래
 
 정확한 전투식량의 유래를 말하는 것은 쉽지않다. 하지만 건빵과 같이 현대에 까지 내려오는 가공식 전투식량을 이야기한다면, 고대로마의 비스코티가 유명하다. 비스코티는 오늘날의 건빵과 달리 비스켓의 형태에 가까은 바삭한 빵의 한 종류이다.
 비스코티는 빵처럼 밀가루로 반죽하여 만드는데, 일반적인 빵과 달리 두 번 구어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라틴어로 비스(bis)가 두 번 이란 의미고 켓 또는 콕(coctus)은 굽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오늘날 비스켓의 어원이 비스코티라고 할 수 있다. 원래 비스코티는 물과 밀가루, 소금이 주 원료로 맛은 오늘날의 비스켓처럼 좋지 않았다. 딱딱한 특성으로 인해 물에 불려먹거나, 오트밀같은 죽처럼 끓여먹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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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스코티: 오늘날의 비스코티는 비스켓 처럼 견과류와 설탕을 첨가해 커피와 잘 어울리는 형태로 발전했다
 

 로마제국의 영역이 넓어지자 갈리아지역에 살고있던 골족과 게르만 용병이 로마군으로 유입되었다. 곡물과 치즈, 생선을 주식으로 하던 로마인과 달리 유입된 이민족 군인들의 주식은 육류가 많았으며, 이 육류를 보존하기 위한 염장식품이 로마군의 주된 전투식량이 되기도 했다.
 동양의 경우는 서양과 달리 쌀과 콩과 같은 곡물이 주식이었기 때문에 쌀을 주원료로 한 보존식이 전투식량으로 사용되었다. 찐쌀을 말려서 데운물에 풀어서 먹거나 쌀과 콩을 등을 빻아 미숫가루 형태로 휴대하기도 했다. 맛을 내기 위해 베와 같은 섬유에 간장을 적시고 말리기를 반복한 천을 물에 풀어 맛을 내기도 했다. 몽고가 중국과 유럽을 휩쓴 중세에는 육포와 같이 말린 육류가 전투식량으로 사용되기도 하였고. 식초와 소금에 절인 밥이 급조된 식사로 활용되었다. 
 하지만 이런 식사들의 문제는 균형잡힌 영양의 제공이 어려워 괴혈병과 같은 질병을 불러오기도 했다. 물론 맛 또한 엉망이었다. 과학기술과 함께 근대화된 군 장비와 함께 전투식량도 발전하게 된다.

 

 병조림에서 3분요리까지

 

 1804년 나폴레옹은 맛과 영양을 제공하면서도 식품을 장기간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고, 12,000프랑의 상금을 걸고 기술공모를 했다. 당시 제과업자였던 니콜라 아페르(Nicolas Appert)는 유리병에 조리한 음식물을 담아 코르크 마개로 덮고, 파르핀으로 밀폐시켜 비교적 장기간 음식물을 보관 할 수 있는 병조림으로 공모에 당선되었다. 보관기관이 길었던 병조림 효과는 컸다. 프랑스군이 뛰어난 기동성과 원활한 보급을 통해 각 국과의 전쟁에서 연전연승을 거둘 수 있는 한 요인이 되었다.
 프랑스와 라이벌 관계였던 영국은 병조림 보다 뛰어난 전투식량을 개발한다. 피터 듀런트(Peter Durand)는 주석을 이용해 깡통을 만들어 통조림의 발명 특허를 낸다. 통조림은 병조림보다 장기간 음식물 보관이 가능했고, 파손되기 쉬운 병과 달리 견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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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식 건빵의 원조인 건면포와 구일본군의 주먹밥 

 

  이후 통조림은 병조림을 대체해 각국의 전투식량이 되었고 전선을 넘어 가정의 식탁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앞서 이야기한 비스코티의 발전형태인 건빵 또한 비슷한 시기에 전투식량에 포함되게 된다. 건빵은 십자군 전쟁을 거치면서 유럽으로 흘러 들어오게 되고, 수분이 매우 적어 보존성이 좋아 선원들과 각국 해군에서 애용되었고. 1801년 미국으로 건너간 건빵은 남북전쟁 당시 규격화된 형태로 만들어지게 되고, 북군에 배급되면서 전투식량의 하나로 자리잡게 된다. 오늘날 우리군이 사용하는 건빵은 유럽과 미국의 건빵과 달리 말린 빵의 형태로 러일전쟁에서 일본군이 사용하던 말린 떡에서 유래된 것이다. 초창기 일본군의 건빵은 쌀과 밀의 가루를 반죽으로 빚어 말린 것이었으나 파손되기 쉬워 이동 중에 가루가 되어버리기 십상이었다. 물을 부어 죽처럼 먹어야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빵에 구멍을 뚫어 말린 형태로 만들게 되었고 건빵과 함께 별사탕을 보급하기도 했다. 
  별사탕은 원래 1569년에 포르투갈인 선교사 루이스 프로이스(Luís Fróis)가 선교 허가를 위해 오다 노부나가에게 이를 선물한 것에서 유래가 되었고 포루투갈어로 사탕을 의미하는 confeito가 일본식 한자(金平糖:コンペイト) 콘베에토로 변환되었다. 

  통조림과 건빵이 전투식량으로 보급되면서 전투식량은 세트로 패키지화 되게 된다.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통조림과 사탕, 쵸콜렛, 비스켓, 인스턴트 커피와, 캔따개와 성냥 등이 포함되는 레이션이 등장하게 되었고 이러한 통합전투식량은 군인 이외에도 식량과 물자가 부족하던 민간인들에게 구호물품으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특히 미군의 C 레이션은 세계 각국의 전투식량 개발에 표준 모델로 자리잡게 되고, 이후 미군 전투식량은 명칭이나 메뉴 구성품에는 변화가 있었지만 C 레이션의 기본 구성 자체는 한국전쟁과 베트남전까지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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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8년도에 개발하여 1980년까지 보급했던 미군 전투식량 MCI(Meal Combat, Individual) 2차 세계대전때의 C-Ration(Combat Ration)을 업그레이드 시킨 것으로 12가지의 메뉴로 돼 있었다

 

  통조림 전투식량은 무게가 무거워 병사 개인이 전체를 휴대하기 힘들었다. 특히 통조림은 제작 단가도 비쌌다. 이러한 문제점을 최초로 해결한 것은 스웨덴 군이었다. 레토르트라고 불리는 주머니 형태의 용기를 끓는물에 넣어 데워먹는 방식은 전투식량의 형태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통조림의 등장으로 스팸이라는 인스턴트 햄이 나왔듯, 레토르트 전투식량은 오늘날 ‘3분요리’라고 부르는 레토르트 식품을 민간에 상용화하는 것에 큰 영향을 주게되었다. 일본의 오오츠카 식품(大塚食品)은 1968년 본카레를 출시하면서 세계최초로 민간에 판매하게 되었다. 이러한 추세와 함께 미군은 1960년대부터 통조림을 대체하면서 음식을 장기간 보관 할 수 있는 신형 용기 개발에 나선다. 1981년 미군은 레토르트 식품을 응용한 새로운 형태의 전투식량 MRE(Meal, Ready to Eat)를 개발했고, 1992년에는 물만 부으면 발열이 되는 발열 팩이 추가되면서, 불 없이도 따뜻하게 전투식량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전투식량은 맛이 없어야 하는가?


 미군의 이 전투식량(MRE)은 다양한 메뉴들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첫 등장 당시에 12가지 메뉴였지만, 그 종류는 갈수록 늘어 2000년대 들어서는 24종류까지 늘어났다. 심지어 채식주의자용 메뉴나 회교도용 메뉴 등 병사 개개인의 개성을 고려한 메뉴까지 선보이고 있다. 전투식량은 전투를 하기 위해 영양분을 공급받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단순히 영양만을 제공하는 식사는 전투에 지친 전투원의 사기를 올리기에는 부족하다. 미군의 MRE는 종교와 식성을 고려한 다양한 메뉴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의 요리사와 미군들의 평은 그리 좋지 못하다.
 미국 유타주의 솔트레이크 시티의 지역 일간지인 <솔트레이크 트리뷴(The Salt Lake Tribune)>의 조사에 따르면 요리사 3명에게 미군 MRE 18종을 10점 만점으로 평가를 하도록 했는데 5.7점을 받은 것이 최고점이었고 최하점은 1.3점이었다고 한다. 군대 짠밥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이 들지 모른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2차대전 당시 미국은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국민성의 영향인지, 삶은 감자 정도의 당도를 유지하면서도 고칼로리를 지닌 맛 없는 쵸콜렛을 전투식량으로 채택했었다. 하지만 요리가 맛있기로 유명한 이탈리아군은 자국의 식문화 탓인지 2차대전 당시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전투식량을 보급했다. 롬멜장군의 부관이었던 슈미트 중위는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이탈리아군이 젤라또(아이스크림)를 즐기는 모습은 충격이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심지어 이탈리아는 총탄보다 와인의 보급을 중요시 할 정도로 군인의 식사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이와 관련해 유명한 일화가 두 가지 있다.
  이탈리아군의 주요보급품으로 와인을 이야기하는데, 이탈리아군의 와인에는 이런 경고문구가 있었다고 한다. “한 잔의 와인은 우리를 용감하게 한다. 하지만 취하지는 마라” 또 다른 일화는 이탈리아군에 포로로 잡힌 영국군 파일럿의 이야기다. 영국군 파일럿이 이탈리아군에 포로로 잡혔는데 영국군 파일럿은 자신에게 제공된 식사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놀랐다고 한다. “이렇게 양질의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다니, 이것이 나의 최후의 만찬일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탈리아군 장교가 급하게 찾아와 그에게 “미안하다. 장교에게는 장교용 식사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실수로 병사의 음식을 제공했다. 우리의 실례를 용서해 달라”고 이야기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탈리아는  패전국가였지만, 자국의 식문화를 반영한 훌륭한 식사를 통해 장병의 사기를 증진했었다. 현대 이탈리아군 역시 프랑스, 스페인과 함께 최상의 군대식사를 누리는 군대로 유명하다. 이탈리아군의 전투식량 중에는 코르디얼 샷이라는 술이 든 디져트가 포함돼 있다. 전세계 전투식량중 단연 1등의 맛이라고 불리는 프랑스는 전투식량에 민간에서 인기가 많은 제품들을 활용하고 있다. 스페인 군도 모츠라고 불리는 내장요리와 마드리드풍 먹물조림 등 자국민의 인기요리를 전투식량으로 제공하고 있다. 고된 군생활을 식사를 통해서 풀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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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투식량 중 가장 맛있기로 유명한 프랑스군 전투식량(RATION DE COMAT)

 

  맛 대신 전투적 합리성을 중요시하는 미국도 전투식량의 맛을 꾸준히 개선하고있다. 미국의 매사츄세스주에 위치한 나틱(NATIC) 연구소는 1954년부터 군이 사용, 소비하는 아이템의 대부분을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소의 급양감독부는 레이션(전투식량)을 포함한 포장기술, 제조설비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미군의 전투식인 MRE도 매년 이 연구소에서 메뉴를 변경하고 장병들의 선호도를 기준으로 맛을 개선하고 있다. 최근에는 ‘TTI’라고 불리는 회기적인 기술로 전투식량을 열지 않고도 취식 가능여부를 알수 있는 소형 칩을 부착하고 있다. 나틱연구소는 또 전투식량의 질과 맛 개선을 위해 매년 장병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장병 입맛은 고려하지 않는 업체선정

 

 한국군은 어떤가? 지난 9월10일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국방위)은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국군복지단이 2013년 육군훈련소 장병 증식용(간식) 단팥빵 업체 선정과정에 비리혐의가 드러났음에도,  국군복지단 담당 기무사 정 모 중령과 국군복지단 업체관리과장 곽 모중령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업체선정 과정 당시 육군훈련소는 ‘여름철 내용물(단팥 등)로 인한 변질 우려가 있는 품목 제외’라는 요구조건을 내세웠지만 업체 관리과장 곽 중령은 이를 무시하고 임의변경했고  맛 40, 중량 40, 기타 20으로 수치화된 평가방식을 임의 변경하여 무자격 업체가 단팥빵 납품에 선정되게 했다. 선정업체는 당시 단팥빵을 생산하지도 않았고 자격조건도 없었지만 문서를 허위로 작성했고 국군복지단 담당 기무사 정 중령이 입찰에 개입했다. 정 중령은 자율적 납품수량 주문방식을 20% 이상 이상 납품이라는 터무니 없는 규정으로 바꿔 장병의 선호도와 관계없이 주문량을 확보하도록 특혜를 주었다.
 그나마 기무사 정 중령은 위계공무집행방해, 방실침입 등으로 고작 벌금100만원의 의견으로 기소돼 1심이 진행 중이지만, 곽 중령은 국군복지단의 제 식구 감싸기 식 처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비록 전투식량은 아니지만, 훈련중에 허기를 달래며 고된 훈련의 위안이 되는 장병용 간식이 이렇게 허술하게 선정된다는 것은 군의 사기와 신뢰를 떨어뜨리는 중대한 이적행위다. 군이 앞장서서 장병의 입맛을 맞추려고 하는 외국의 군대와  달리 장병들이 업체에  입맛을 맞추라고 하는 것은 전근대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군대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 비롯 단팥빵 뿐만이 아니라 PX에 불량식품을 납품하거나 납품기일을 지키지 않음에도 대표자 이름만 바꿔 납품하는 실체가 없는 군출신 통판들의 횡포도 무시 할수 없는 상황이다. 장병의 높은 사기와 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장병의 먹거리부터 확실하게 바뀌어야 한다. 업체선정의 공정성을 위해서는 미군처럼 장병 선호도 조사와, 민간평가단의 공정한 평가가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나틱연구소 처럼 장병들이 소비하는 물자에 대해서는 군이 더 적극적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문형철 기자 captin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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