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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전쟁 와중에 ‘비밀 광복군’ 둔갑 박정희

이장우“박정희 비밀광복군” 정운현 “어불성설”
 
역사왜곡의 극치, 역사교과서 전쟁 와중에 ‘비밀 광복군’ 둔갑 박정희
 
임두만 | 2015-10-22 08:43:0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박근혜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에 대해 ‘역사전쟁’으로 명명했다. 지난 17일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산악회 발대식 축사에서 “이제 역사전쟁이 시작됐으며, 우리 학생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절대 물러설 수 없는, 꼭 이겨야만 하는 전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이 자리에서 “지금 대한민국의 국사학자들은 90%가 좌파로 전환돼 있다”면서 “그들에 의해 쓰인 중·고교 교과서는 현대사를 부정적 사관으로 기술하고, 패배한 역사라고 가르치고 있다” 강변하여 국사학자들과 국사 교사들에게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20일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을 추진하며 한나라당을 ‘친일’로 압박했다”며 “그러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친일파로 분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오히려 독립운동을 한 공로로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은 백강 조경환 선생님께서는 박 전 대통령을 독립군을 도운 군인으로 기억했다는 증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대변인은 “야당이 자신들의 왜곡된 역사관을 고수하기 위해 10여 년 전과 같은 우를 범하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새누리당은 현존하는 그 어떤 정당보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역사를 존중하고 있음을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강변했다. 따라서 이들의 교과서 국정화 목표가 무엇인지 그 검은 속내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

때문에 이 같은 이장우 대변인의 논평이 나오자 당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사무처장을 지낸 전 언론인 정운현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정희의 비밀광복군 설에 대해>라는 글을 올려 이 대변인의 논평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1959년 경남 함양에서 출생했으나 대구에서 성장, 경북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한 정운현 전 사무처장은 출신성분으로 보면 TK다. 이런 그는 중앙일보를 시작으로 대한매일(현 서울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오마이뉴스 편집국장까지 약 20여 년을 기자로 살았다.

이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사무처장을 지낸 뒤 한국언론재단 연구이사 등을 지내는 과정에서 특히 한국근현대사의 어두운 부분인 친일파문제와 일제 강점기 역사 등을 추적, 이에 대한 글을 발표했으며 여러 권의 현대사 관련 저서를 냈다.

그의 대표적 저서로는 <친일파-그 인간과 논리>(김삼웅/정운현 공저, 학민사)를 시작으로 <친일파 2> <친일파 3> <창씨개명> <친일파 죄상기> 등을 공저 또는 편역의 방법으로 출간하여 후세들에게 친일파의 역사를 알리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후에도 그는 <서울시내 일제유산답사기> <중국대만 친일파재판사> <호외, 백년의 기억들> <학도여 성전에 나서라> <잃어버린 기억의 보고서-증언 반민특위> <나는 황국신민이로소이다> <실록 군인 박정희> 등을 펴냈으며 최근에도 <임종국 평전>을 펴내는 등 일제 강점기 이후 우리의 근대사를 계속 추적, 책으로 남기고 있다.

따라서 정운현씨 입장에서 보면 ‘박정희 비밀광복군’설은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역사왜곡이며 특히 자신이 사무처장을 지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박정희를 친일파가 아니라고 면죄부를 줬다는 발표는 더욱 그를 나서지 않을 수 없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정운현 전 처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전문이다.

 

<박정희의 ‘비밀광복군’설에 대해 -정운현->

이런 주장이 왜 안 나오나 싶더니 결국 나오는군요. ‘박정희 미화’의 극치가 드디어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이런 식으로 ‘거짓 역사’가 ‘사실’로 둔갑되고 또 특정인 영웅 만들기에 악용되기도 합니다.

저는 현역기자 시절 박정희의 해방 전후 친일 및 좌익 활동을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또 참여정부 시절에는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사무처장으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관계자’랄 수 있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박정희의 '비밀광복군 설'에 대한 진실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간단하게나마 몇 자 적습니다.

1.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20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을 추진하며 한나라당을 '친일'로 압박했다”며 “그러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친일파로 분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 맞습니다. 당시 친일규명위에서는 박정희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선정하는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습니다. 군인은 '소위 이상'이었기에 해방 당시 만주군 중위였던 박정희는 당연히 대상이 되었습니다. 다만 최종 선정 때 박정희는 빠졌습니다. 그 이유는 친일규명위가 ’증거주의‘를 엄격하게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박정희의 만주군 장교 복무는 분명한 사실이지만 독립군을 사살한 행위와 같은 구체적인 증거자료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친일행적은 분명하지만 증거가 없어서 최종 선정에서 제외시킨 사례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위원회가 최종 선정한 명단에 박정희가 빠졌다고 해서 그의 친일 행적마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박정희는 친일파 맞습니다.

2. 이장우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오히려 독립운동을 한 공로로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은 백강 조경환(‘조경한’이 맞음) 선생님께서는 박 전 대통령을 독립군을 도운 군인으로 기억했다는 증언을 했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 백강 선생의 발언은 그 출처가 어디인지 저로선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생전에 ‘국립묘지에는 친일파가 여럿 누워 있다’며 국립묘지 안장조차도 거부하신 백강 선생께서 언제 어디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이 대변인은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박정희의 ‘비밀광복군’ 설은 박정희가 집권한 1960년대 이후부터 제기돼 오다가 1984년 장창국(전 합참의장)씨가 <육사졸업생>이란 책에서 ‘광복군 비밀요원설’을 주장하면서 처음 활자화됐습니다. 이어 2년 뒤 <월간조선> 1986년 8월호에 실린 ‘박정희의 만군인맥’이라는 기사에서는 박정희가 버젓이 비밀광복군으로 둔갑했습니다.

위 두 글의 출처는 박영만이 1967년에 출간한 <광복군>(상·하 2권, 협동출판사)이 그 원전이랄 수 있습니다. 지난 97년 박정희 취재과정에서 저는 이 책의 내용이 거짓임을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오죽했으면 박정희조차도 이 책의 저자 박영만에게 호통을 쳤겠습니까? 이런 점에서는 박정희가 일말의 양심은 있다고 하겠습니다.

 

▲사진출처 : 정운현 페이스북

 

위 사진은 ‘박정희 비밀광복군’ 설을 처음 유포시킨 문제의 책 <광복군>(상.하 2권, 협동출판사). 이 책은 박영만이란 자가 1967년에 펴낸 것으로 97년 박정희 취재과정에서 우연하게 입수했습니다. (<광복군> 책 사진 '펌' 무방함)

아래 사진은 필자가 2004년에 펴낸 <실록 군인 박정희>(개마고원) 표지이며, 다음 사진은 이 책에 실린 <월간조선> 86년 8월호 기사인데요, 박정희를 비밀광복군으로 둔갑시킨 엉터리 조작기사입니다.

 

▲사진출처 : 정운현 페이스북

 

 

▲사진출처 : 정운현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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