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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종교 보고서는 사실을 말하고 있을까?

 
 
 
 
 

지난 10월 14일 미국 국무부는 '2014 국제 종교자유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미 국무부는 북한을 15년째 '종교자유특별우려국' 명단에 올렸다.

보고서는 "북한의 헌법과 법률 등에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돼 있지만, 실제론 종교의 자유가 전혀 없는 상태"라며 "개인이 종교적 신념을 선택하고 밝힐 수 있는 권한을 북한 당국이 지속적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보고서는 탈북자의 증언을 인용해 "북한에선 종교 서적을 소지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고 적발 시 수감 등 혹독하게 처벌하고, 일부 경우엔 사형에 처해진다"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의 주장은 사실일까?

미 국무부의 보고서는 북한을 직접 방문해 북한 종교의 실태를 살펴본 것이 아니다.

일부 탈북자의 증언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있었던 거짓 증언 논란으로 탈북자의 증언을 곧이곧대로 믿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2004년 이순옥이라는 탈북자는 북한이 기독교인들에게 철물을 부어 화형시킨다고 미국 하원에서 증언했으나 나중에 거짓말인 것이 드러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탈북자 신동혁 씨가 자신의 증언 중 일부가 거짓임을 고백하여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와 관련 송지영 싱가포르 경영대학교 교수는 10월 4일 NK NEWS에 기고한 '일부 탈북자들의 증언이 무너지는 이유'라는 글에서 "16년 동안 탈북자에 대해 연구하며, 필자는 모순적인 이야기와 고의적인 생략, 거짓말을 수없이 많이 경험했다. 또한 사기와 불법행위에 연루된 일들을 목격하기도 했다. 한 번은 연구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를 잃은 적도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북한 종교생활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2014년 9월 북한을 방문해 북한의 종교 시설을 돌아보고 신앙생활 실태를 살펴본 재미동포 최재영 목사는 북한이 종교에 대한 자유가 없다고 하는 미 국무부의 보고서와 반대되는 이야기를 했다.

최재영 목사는 지난 2014년 10월에 있었던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에는 사역교회, 사적지교회, 다용도교회, 직장교회, 대학교회 등이 있으며 500여 개의 가정교회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가정교회 신자들과 한국 교회 관계자들이 함께 찍은 사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북한 가정교회 신자들과 한국 교회 관계자들이 함께 찍은 사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최재영 목사의 말에 따르면 북한의 교회에서는 가정교회가 핵심이라고 한다. 북한의 교인들은 대체로 십자가가 달려있는 예배당 건물이 아닌 일반 가정집에서 주일예배를 드리는 데, 이것을 가정교회라고 부르는 것이다. 가정교회교인들은 10명에서 12명 정도의 인원이 주일날(일요일) 10시-11시에 모여서 빙 둘러앉아서 예배를 하는데, 피아노와 풍금없이 아코디언으로 찬송가를 반주하는 가정교회도 많다고 한다.

최재영 목사는 북한도 지하교회에 대해서는 제재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지하교회인들이 종교생활을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공식적인 교회와 가정교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 세력과 음성적이며 조직적인 세력을 구축하는 것이 정상적인 신앙생활이 아니라 반정부활동, 체제전복활동에 가깝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은 사회주의 헌법 68조에서 "종교를 외세를 끌어 들이거나 국가사회질서를 해치는 데 이용할 수 없다"고 규정해놓은 바 있다.

실제 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장 오성훈 목사는 2015년 8월 있었던 광복 70주년 연합컨퍼런스에서 '1995년과 2000년에 발생한 선교사 납북사건', '최근 선교사 억류사건' 등 몇 가지 선교사례가 정황상 정보기관과 연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외부에서 북한선교를 활용해 북한 내 반정부활동을 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북한에 대한 국가정치테러에 가담했다고 밝힌 김국기 선교사. 사진 출처 : MBC 캡쳐

자신이 북한에 대한 국가정치테러에 가담했다고 밝힌 김국기 선교사. 사진 출처 : MBC 캡쳐

반정부활동이나 체제전복활동에 대해서는 미국도 강력한 처벌규정을 마련해두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반역죄는 '누구든지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꾀하거나 적과 유착해 미국 내외에서 도움을 주는 자는 사형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1만 달러 이상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만약 미국이 반역죄를 저지른 특정 종교인들을 체포하게 된다면 미국도 종교 탄압국이 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최재영 목사는 "성공회가 영국 여왕을 교회의 수장으로 삼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어도 개신교의 주요 교단 중 하나이듯이, 북한 교회도 북한 체제와의 관계를 볼 때 낯선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 교회가 가짜 교회라고 말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북한 정부가 가진 종교에 대한 입장은 무엇일까?

2015년 7월 11일자 통일뉴스에 따르면 사회과학원 주체사상연구소 소장 박승덕은 주체사상은 사람중심의 방법론에 기초하여 종교에 나쁜 점만 아니라 좋은 내용이 있다는 것을 밝히고 그것을 응당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인간의 본성적 요구를 반영하고 있는 종교의 좋은 점을 긍정하고 그것을 더욱 조장 발전시켜 나가도록 종교인들을 도와주는 것이 북한의 방침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500개에 달하는 북한 가정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성경을 읽는 교인들은 "북한에선 종교 서적을 소지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고 적발 시 수감 등 혹독하게 처벌하고, 일부 경우엔 사형에 처해진다"는 주장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할까?

미국이 일부 증언을 인용하여 북한을 종교탄압국으로 규정한 것이 신빙성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동훈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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