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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열병식에 정말 1조 원이나 썼을까?

북한 열병식에 정말 1조 원이나 썼을까?

 
 
 
 
 

북한이 당창건 70주년을 맞아 진행한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모았다.

심지어 국내 한 종편 방송은 열병식 전체를 생중계하기도 하였다.

 

ⓒ 신은미

ⓒ 신은미

한국은 과거 국군의 날(10월 1일)에 열병식을 진행했는데 2004년부터 중단됐다가 건군 65주년인 2013년에 한 번 진행하였다.

한국에서 열병식을 구경하기 힘들어서인지 한국에서는 북한 열병식을 북한의 상징처럼 여기곤 한다.

군인들은 열병식 선발을 선호해

북한은 주요 기념일 가운데 '꺾어지는 해'(5년, 10년 주기)에 주로 열병식을 한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열병식은 국방력을 포함한 국력을 과시하며 국민들에게 국방에 대한 관심과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에서 진행된다.

북한은 특히 선군정치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열병식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

2013년 7월 7일 채널A '이슈 와이드/평양 스토리' 방송과 2014년 4월 29일 MBC '톡톡 북한 이야기' 방송에서는 북한 열병식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방송에 따르면 열병식 참가는 북한 최고지도자 앞에 설 수 있기 때문에 "가문의 영광"으로 여겨지며 군인들이 열병식에 선발되는 것을 무척 기뻐한다고 한다.

또 일반 병사는 참가할 엄두도 못 내고 중사, 상사들 가운데 핵심만 선발된다고 한다.

열병식에 참가한 군인들은 휴가는 기본이고 공로메달과 전사영예훈장 등을 받으며 우선 입당 대상자가 된다고 한다.

열병식장에는 다양한 색깔의 종이꽃을 들고 배경을 만드는 주민들과 거리 환영인파, 관람객까지 포함해 20만 명 이상이 참여하며 열병식 끝나면 군인들이 평양 시내를 한 바퀴 돌면서 평양 시민들의 환영을 받는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열병식은 군인들의 사기를 높이고 주민들이 군대에 대해 호감을 갖도록 하는 작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열병식은 이제 더 이상 군대 행사가 아닌 일종의 문화 행사가 되고 있다.

이번 열병식에도 현역 군인이 아닌 로농적위군, 붉은청년근위대 등 한국으로 따지면 예비군 성격의 부대가 참가하는가 하면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 조선소년단처럼 아예 민간인이 열병식에 참가하기도 하였다.

또 열병식에 이은 평양시 군중시위와 청년 횃불행진은 전부터 하나의 묶음으로 진행되는 행사들이다.

열병식 행사 비용이 1조 원이 넘는다고?

한편 10월 10일자 연합뉴스는 보도를 통해 북한이 열병식 행사에 1년 예산의 3분의 1인 1~2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각종 건설사업, 전시용 무기 준비, 주민 동원, 행사 도구 마련, 외신 초청 비용 등"에 예산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함정이 있다.

첫째는 건설이나 무기 준비가 열병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올림픽 유치를 위해 경기장을 지으면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철거하지 않고 계속 경기장으로 활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 열병식을 위해서는 별도의 건물이 필요하지 않고 광장이나 도로는 이미 존재하는 것이므로 추가 건설 비용이 얼마나 들었을지도 의문이다.

무기 역시 전쟁에 대비해 어차피 군대가 개발, 보유해야 할 무기들이지 열병식만을 위해 무기를 개발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주민 동원 역시 일당을 줘가며 주민들을 모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군인들이 열병식 참가를 선호하듯 주민들 역시 열병식장 가까이에서 구경하는 걸 선호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과 비교해도 말이 안 된다

둘째는 중국 전승절 열병식 예산과 비교해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9월 3일 열린 중국 열병식에는 10개국 군인 1만2천여 명이 참석해 역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었다.

일부 언론들은 중국이 전승절 열병식 때문에 3조87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구체 항목을 살펴보면 청명한 날씨, 이른바 '열병식 블루(blue)'를 위해 20일 동안 2천여 개 공장 가동을 중단시킨 경제손실이 3조4600억 원으로 90%를 차지한다.

베이징의 공기가 매연 때문에 너무 탁해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면서까지 대기 오염을 정화했다는 것인데 중국은 대규모 국제 행사를 할 때 종종 이런 극단적인 처방을 한다.

그러나 평양을 방문한 이들 가운데 매연이 심각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북한이 열병식 때문에 공장 가동을 장기간 중단시킬 이유가 없는 것이며, 실제 그런 징후도 없었다.

설사 북한이 평양 공장을 장기간 중단시켰다고 해도 중국처럼 수 조 원의 경제손실을 보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 전승절 열병식 예산의 절반 가까이를 북한이 소비했다는 것은 합리적 분석으로 보기 어렵다.

이처럼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북한이 열병식에 1~2조 원의 막대한 돈을 사용한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할 것이다.

문경환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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