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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3대 복지, 재래시장 상인들 “숨통 틔워준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6/02/05 11:16
  • 수정일
    2016/02/05 11:1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르포] 성남시 ‘청년배당’에 호떡집이 웃는 까닭

성남시 3대 복지, 재래시장 상인들 “숨통 틔워준다”

성남시 중원구 은행동에 위치한 남한산성시장
성남시 중원구 은행동에 위치한 남한산성시장ⓒ민중의소리
 

“새벽 도매시장에 가면 다른 지역에서 온 상인들이 부러워해요”

성남 중원구 남한산성시장에서 12년째 생선 가게를 운영 중인 차인태 씨(43)의 말이다. 차 씨는 매일 아침 노량진 수산시장이나 가락시장으로 생선을 사러 간다. 그는 도매 시장에서 만난 인근 지역의 상인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성남으로 이사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그는 왜 부러움을 사고 있는 것일까.

그의 가게가 있는 남한산성시장은 설 명절을 앞두고 장을 보러 온 주부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 시장은 20년 전 은행골목시장으로 시작해 지난 2014년 남한산성시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걸어서 10분이면 남한산성 입구에 다다르다 보니 지역 주민은 물론 관광객들도 심심치 않게 들르는 곳이다.

차인태 씨가 타 지역의 상인들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이유는 성남시의 정책 때문이다. 성남사랑상품권은 재래시장을 비롯해 영세한 상점가를 살리기 위해 성남시가 운영하는 지역 화폐다. 성남시는 지난 1월부터 3대 무상복지정책으로 청년배당과 산후조리지원금 90억원을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 상품권은 성남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고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해 지역 상권으로 소비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예전에는 9대 1 비율이었다면 지금은 5대 5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차 씨는 3일 정도 모아둔 상품권들을 서랍에서 꺼냈다. 1만원, 5천원 상품권 50여 장이 그의 손에 들려있었다. 차 씨에 따르면 이 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품권은 총 3가지였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온누리상품권과 성남사랑상품권,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공동 쿠폰이 그것이다. 예전에는 온누리상품권이 전체 유통 상품권 중 9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비율이었지만 올해 초 성남시에서 상품권을 지급하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그 비율이 비슷한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차 씨는 “전국에 전통시장이 등록된 곳만 1500개 정도인데 작년 한 해 1300개로 준 걸로 알고 있다. 1년 새 200개가 사라질 만큼 전통시장은 어렵다”면서도 “그래도 여기는 이러한 상품권도 있고 시장의 자체적인 노력도 있기 때문에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남한산성시장 배득영 상인회 회장에 따르면 3대 복지정책 시행 이후 시장 전체 매출이 15~20% 정도가 증가했다.

3일치 들어온 성남사랑상품권을 들고 있는 상인 차인태 씨
3일치 들어온 성남사랑상품권을 들고 있는 상인 차인태 씨ⓒ민중의소리

호떡을 파는 한미나(49)씨는 매일 오후 1시부터 저녁 8시까지 장사를 한다. 호떡은 1개 700원, 3개에 2000원이다. 점심시간도 다가오고 출출함도 때울 겸 호떡 하나를 주문했다.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호떡을 기다리며 ‘호떡도 상품권으로 살 수 있냐’고 물어봤다. 기자의 질문에 한씨는 “물론”이라고 답했다.

한미나(49)씨는 최근 청년배당이 지급되면서 상품권을 사용하는 손님이 늘었다고 했다. 한씨는 “손님 중에 '우리 딸이 청년배당 받아서 산다’며 자랑하면서 사가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년에 우리 딸도 만 24세가 돼서 청년배당 받을 수 있다”며 내심 기대했다.

“청년들이 상품권을 받고서 부모님께 드리는 경우도 많다는데 어떻게 하실거냐”고 묻자 한 씨는 “3만 원만 달라고 하죠 뭐”라며 웃었다.

이번에는 질문을 바꿔 “청년들이 배당받은 상품권을 직접 쓰지 않고 부모가 대신 쓴다며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그녀는 “말도 안 된다. 이것 자체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인데 그렇게 생각하는 건 너무 악의적”이라고 말했다.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위치한 금호재래시장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위치한 금호재래시장ⓒ민중의소리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아파트 대단지에 위치한 금호 재래시장이었다. 금호 재래시장은 외관상으로는 여느 아파트 상가와 다를 바가 없었다. 입구에 ‘금호 재래시장’이라는 간판을 보지 못했다면 아마 한참을 헤맸을 터였다.

시장은 지하 1층은 식품, 1층은 여성 의류, 2층 식당가로 이뤄져 있었다. 이 곳은 1990년대 분당 신도시 계획 당시 재래시장 부지로 선정된 14곳 중 하나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현재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하루 유동인구는 약 2,500명 정도로 전통시장 특유의 왁자지껄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손님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엄마한테 딸기 사다 주려고 한다면서 사가더라”

박진식 씨는 21년째 금호시장 지하 1층 식품 매장에서 과일 장사를 하고 있다. 박 씨는 대목을 앞두고 배달을 나가기 위해 과일 박스가 쌓인 복도 사이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상인회장으로서 “상인들한테 우리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 하는 거니까 무조건 하자고 했다”며 “성남사랑상품권 가맹점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의지로 금호시장은 시장 전체가 가맹점으로 가입되어 있다. 시장 건물 밖에 내걸린 현수막에는 ‘우리 금호전통시장은 성남사랑 상품권을 적극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아파트 단지 내에 걸려있었다. 박 씨는 “현수막을 보신 손님들이 상품권을 쓰기 위해 더 많이 찾아와 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씨에 따르면 분당 지역은 기존에 성남사랑상품권의 유통량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월부터 무상복지 정책이 시작되면서 들어오는 성남사랑상품권의 개수가 확실히 늘기 시작했다. 그가 아내의 핸드백 속에서 4일간 모아놓은 상품권 더미를 꺼냈다. 그는 “오늘만 해도 25만원어치는 들어왔다”며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박 씨는 “실제로 식품 매장의 경우 상품권이 늘면서 전체 매출의 10% 가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청년배당이 시작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는 '과연 청년들이 상품권을 쓸까’하고 의구심을 가졌다고 했다. 그의 예상과는 달리 실제로 청년들은 작게라도 상품권을 사용하기 위해 시장을 찾았다. 그는 “과일 가게다 보니 큰 돈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한테 딸기 사다 주려고 왔다며 상품권을 내미는 청년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점포도 반응은 비슷했다. 맞은편 수입 식품점 주인도 “청년배당 이후 엄마들 뿐 아니라 청년들도 많이 오는 편”이라며 “평소에는 하루 1장도 들어올까 말까였는데 지금은 평균 10장 정도씩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상인들, 온누리 상품권에 비해 불편하다는 지적도

한 상인은 “성남사랑상품권은 온누리 상품권에 비해 불편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온누리 상품권의 경우 상가번영회에서 바로 현금으로 바꿔 주는데 반해 성남사랑은 가게를 비워놓고 은행에 가야 한다”며 “혼자서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에겐 불편함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상인도 “아직까지는 가맹점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재래시장 뿐 아니라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맹점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27일 지역 전통시장 26개 상인회 회장들을 만나 “전국적으로 새누리당이나 언론이 집중폭격을 하지만, 정작 성남시 안에서는 시민들이 이해도가 높아서 선의를 잘 알아주고 있다”며 “앞으로 생활보조비, 처우개선비, 수당 등 신규 복지지출을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줄 생각”이라며 확대 방침을 밝혔다.

이날 성남지역 상인회는 이러한 방침에 대해 “성남시의 성남사랑상품권 활용 정책이 복지사업의 본래 취지와 실질적 효과까지 얻는 일거양득의 정책이며 어려운 우리 성남 상인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환영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시장 안에 걸려있는 성남사랑상품권 가맹점 표시
시장 안에 걸려있는 성남사랑상품권 가맹점 표시ⓒ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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