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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화력 안전관리 ‘구멍’… 세월호 희생학생 이모부, 감전사고 희생

 

다혜 엄마 “대한민국, 하나도 안 변해…여전히 4월16일에 멈춰서”김미란 기자  |  balnews21@gmail.com
 

지난달 3일, 한국동서발전이 운영하는 충남 당진화력발전소 1호기 전기실에서 6.9KV 고압차단기 보조접점장비 점검 중 감전 및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전병호(51)씨와, 이모(37)씨가 사망했고, 박모(35)씨가 화상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자 중 전병호 씨는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故 정다혜 양(2학년 9반)의 이모부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전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암투병 중이던 다혜 아빠를 대신해 하던 일을 내려놓고 팽목항으로 달려갔다. 바지선에 올랐고, 실종자들이 수습될 때마다 다혜를 찾는 일에 다혜 아빠를 대신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 안전한 사회로 가고 있을까’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은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을까. 잇따른 불행을 겪은 ‘다혜 엄마’ 김인숙 씨는 “대한민국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며 “여전히 ‘안전하지 않았던’ 4월16일 그 날에 멈춰있다”고 말했다.

다혜 엄마는 동생 남편의 사고를 지켜보면서 마치 세월호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유가족들은 사고 한 달이 넘도록 정확한 사고 원인조차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혜 이모는 운영 중인 어린이집을 동료 교사들에게 부탁하고 남편의 명예회복을 위해 뛰어들었다. 지난해 다혜 아빠가 세상을 떠난 후 강원도 영월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는 다혜 엄마도 동생과 함께 당진과 안산을 오가며 진실 찾기를 계속하고 있다.

   
▲ 인터뷰 내내 말을 아꼈던 다혜 엄마는 취재를 마친 기자를 다혜 방으로 안내했다. 동생이 없는 곳에서 “다혜 아빠를 보내고 제부 일까지 겹쳐서, 지금 너무 힘들다”며 “이제 잘 안 운다”던 좀 전의 말이 무색하게 눈물을 보였다. Ⓒ go발뉴스

지난 2일 안산 다혜 집에서 만난 ‘다혜 이모’ 김인옥 씨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을 ‘감히’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 일을 겪고 나서 언니한테 너무 미안했어요. 다혜는 제가 많이 예뻐했던 조카였어요. 2014년도엔 힘들었어요. 아니, 힘든 척 했던 거예요. 그 마음 헤아리지도 못하면서요. 100% 다 이해하진 못해도 이젠 알 것 같아요. 내 딸이고, 내 남편이고, 내 조카 일이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내려놓을 수 있겠어요. 내 아이가, 내 남편이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 알리고 싶어요.”

“비츠로는 원청 눈치, 원청인 당진화력은 ‘책임없다’ 오리발”

현재 당진화력발전소 감전 및 폭발사고를 두고 사고 원인에 대한 책임 논란이 일고 있다.

김인옥 씨는 “비츠로테크는 원청인 당진화력의 눈치를 보고, 당진화력은 책임이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원청인 당진화력은 고압차단기 제작업체 (주)비츠로테크(이하 비츠로)에 하청을 줬다. 비츠로는 기계 설치 작업을 다시 ‘광명기전’에 재하청을 줬다. 하청에 하청을 주는 구조다. 김씨의 남편은 광명기전을 운영했다.

김씨는 “당진화력에서 메인 전기만 제대로 차단했어도 사고가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현장에 안전관리자 조차 없었다. 또 당진화력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르는데도 작업자 안전장비 조차 갖춰지지 않았다. 이번에 사고가 나니 이제야 갖췄다고 하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당진화력에서는 앞서 지난 4월에도 20대 노동자가 작업 중 석탄분쇄기 안으로 빨려 들어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당진화력에 공사 작업 중지 명령과 함께 종합적인 안전진단을 통해 현장 유해 위험요인을 개선하도록 조치한 바 있다.

“원래 통전(通電) 상태에서 작업” vs “고압전기는 무조건 차단시켜야”

당진화력 측은 이번 사고에 대해 메인 전기를 차단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전기 차단 여부가 사고의 주된 원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실에 따르면, 당진화력은 “통상 작업을 할 때 전기가 흐르는, 다시 말해 통전(通電) 상태에서 작업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진화력 측의 이 같은 주장은 비츠로테크 前 직원의 증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자신을 비츠로 前 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go발뉴스’에 “그쪽(원청)에서 ‘전기 차단했으니 작업해라’고 하면, 그 말만 믿고 작업을 하는데, 차단이 안 돼 있으면 그냥 작업에 나섰다가 사고가 나는 것”이라며 “전기 자체가 고압이다 보니, 무조건 차단시키고 작업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가 만약 차단돼 있었다면 감전도 아니고 폭발도 없었을 것”이라며 “차단기가 부서지면서 튀어나와 단순 타박상으로 끝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원 B씨도 “(차단기에)크랙이 갔다고 하더라. 전기가 차단됐다면 폭발은 있을 수 없고 (차단기가)깨지기만 했을 것”이라며 “전기가 이미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스파크가 튀면서 폭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과수, 작업 중 과실 및 차단기 자체 결함 여부 수사 중

현재 국과수는 당시 고압차단기 점검 작업 중 문제가 있었는지, 또는 기계에 결함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진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당진화력 감전 및 폭발사고 원인에 대해 “수사 중인 사건”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국과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조만간 국과수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이를 토대로 수사 방향을 정해 사고 원인을 조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기구 의원실 관계자 역시 “일단, 국과수 결과를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면서 “국과수 조사 결과와 당진화력 측에 요구한 안전관리 계획이나 관리감독 자료를 제출 받으면 이를 검토하고 차단기 전문가에 별도로 자문을 구한 후 문제점이 발견이 되면 국감까지 사안을 가지고 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원청인 당진화력은 국과수 발표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며 “하청업체 또는 작업자 과실로 몰아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사람이 죽었는데… 당진화력, 남편 빈소에 찾아오지도 않아”
“고인 앞에 와서 진심으로 사과하라… 원하는 건 명예회복”

특히 김인옥 씨는 고인을 대하는 당진화력과 비츠로테크의 태도에 분개했다. 김씨는 “당진화력 일을 하다가 사람이 죽었다. 그런데 남편 빈소에 당진화력 관계자는 찾아오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편 온몸에 스탬플러가 박혀 있더라. 지금도 온몸이 다 타버린 남편 모습을 생각하면 울분이 터진다. 고인 앞에 와서 진심으로 사과하라”며 “남편의 명예회복을 원한다”고 말했다.

   
▲ 김인옥 씨의 남편 전병호 씨가 생전에 사용하던 휴대기기.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 go발뉴스
   
▲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 <사진제공=뉴시스>

어기구 의원 등 더민주 산자위 소속 의원, 7일 당진 방문

한편, 어기구 의원을 비롯해 더민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오는 7일 충남 당진 동서발전 당진화력과 당진에코파워 건설예정지, 송전탑 인근 지역 등을 방문해 석탄화력발전 관련 실태점검을 벌인다.

 

의원들은 이날 오전 당진화력본부(본부장 배상규)를 방문해 발전소 대기관리 및 비산먼지 방지설비, 환경 감시설비 등을 점검한 뒤 이번 감전사고와 관련한 안전관리 실태도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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