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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K스포츠 자금내역 최초공개


박 대통령 '관심 사업'에 거액 지출

[단독] '에꼴 페랑디'에만 6.6억 투입, 오영훈 "청와대가 나서 의혹 밝혀야"

16.10.13 22:55l최종 업데이트 16.10.13 23:09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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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중기 만난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11일 오전 서울 한식문화관에서 열린 K-Style Hub 한식문화관 개관식에 참석해 배우 송중기 등과 함께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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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의 권력형 비리 의혹에 휩싸인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자금 내역이 처음 공개됐다. 전국경제인연합을 통해 재벌 대기업들로부터 수백억 원의 자금을 모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관심 사업을 이행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의 '프랑스 사랑', 미르재단이 꽃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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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영훈 "미르·K스포츠재단 수출입 내역서 제출해 달라"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 참석해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미르·K스포츠재단의 수출입 내역서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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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 제주시을)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의 설립 이후 수입-지출 내역을 분석한 결과, 먼저 미르재단은 지난해 10월 설립 이후 올해 8월까지 출연금과 이자수입으로 총 486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같은 기간 지출내역은 총 18억9300만 원이다. 

 

미르재단은 이 가운데 총 6억6200만 원을 프랑스 명문 요리학교 '에꼴 페랑디'(아래 페랑디) 관련 사업에 지출했다. 전체 지출예산의 30%가 넘는 돈을 이 사업에 쏟은 것이다. 인건비와 운영비 등 고정 지출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예산이 여기에 투입됐다. 해당 사업은 미르재단의 설립 직후 시작됐다. 

이 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관심 사업이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문화융성사업'을 정부의 핵심의제로 설정했고, 특히 '한식 세계화'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또 지난 2013년 취임 후 프랑스를 처음 방문한 자리에서 2015, 2016년을 '한불수교 130주년 상호 교류의 해'로 선포하기도 했다.

이후 이 사업에 총대를 멘 것은 농수산식품유통공사(아래 aT)였다. aT는 페랑디와 '한식수업 개설을 위한 협약'을 추진했다. 박 대통령의 2013년 프랑스 방문 직후부터 2015년까지 3년 동안 페랑디와 협력해 한국 농식품 홍보와 페랑디 내 한식수업 개설을 위한 사업을 펼쳤다. 마지막 행사는 2015년 10월 20일에 이뤄졌다. 미르재단이 설립되기 직전이다. 

같은 달 27일에 설립된 미르재단은 마치 페랑디와 협력 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사업에 뛰어들었다. 미르재단은 설립 바로 다음 달인 11월에 페랑디 관련 사업에 2100만 원을 지출했고, 같은 달 30일 양측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3년 동안 공공기관이 벌였던 사업을 단 1개월 여만에 달성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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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르재단 수출입내역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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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미르재단은 거의 매달 페랑디 관련 사업에 예산을 투입했다. 올해 1월 4200만 원, 2월 1000만 원이 들어갔다. 특히 3월에는 2억3000만 원이라는 거액이 한꺼번에 투입됐다. 이것은 3월 25일 페랑디와 함께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 프랑스 미식주간 '마스터 클래스' 행사비용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행사에 직접 참여해 "페랑디가 한식과 융합을 모색하고자 한국에 요리학교를 세우고 페랑디 안에 한식과정을 만드는 것은 참 의미가 큰 일"이라고 말했다. 이후 미르재단은 4월 22일 페랑디에 한식수업을 개설하고 서울에 '미르-페랑디 요리학교'(페랑디 분교)를 여는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이후에도 미르는 4월 5100만 원, 5월 5100만 원, 6월 1억4000만 원, 7월 7100만 원, 8월 4600만 원을 페랑디 관련 사업에 지출했다.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이 들어간 6월, 박 대통령은 프랑스를 세 번째 방문해 미르재단이 준비한 한식홍보행사에 참석하고 페랑디 유학생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 같이 미르재단이 단 10개월 만에 페랑디 사업에 쏟아 부은 예산은 6억6200만 원으로, aT가 3년 동안 2억 원 가량을 투입한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돼 공공기관이 해오던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재벌 대기업의 돈으로 사실상 사업을 완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K스포츠가 '시각장애인 스포츠', '태권도 시범단'에 몰두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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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스포츠재단 수출입내역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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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포츠의 사업도 박 대통령의 행보와 맞닿아 있었다. 올해 1월 설립된 K스포츠는 재벌 대기업들의 출연금과 예금이자로 총 289억7200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같은 기간 지출한 금액은 11억4200만 원가량이다. 주요사업은 K-Spirit라는 태권도 시범단 운영과 시각장애인 스포츠와 관련된 '가이드러너스 컨퍼런스'였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에 참석해 "정부는 시각장애인 여러분이 스포츠를 통해 역경을 이겨내고 인생을 개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K스포츠의 가이드러너 컨퍼런스는 이런 대통령의 발언에 맞춤형 행사라고 볼 수 있다. 

또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우리의 태권도 등 스포츠가 K팝, 정보기술과 융합될 때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다"라며 "스포츠도 이제 하나의 문화로 진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 직후 설립에 들어간 K스포츠는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이란 등 해외 순방 때 태권도 시범단을 파견했다. 

이와 관련해 오영훈 의원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는 재벌 돈으로 누군가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설립된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며 "청와대와 비선실세로 언급된 사람들은 모든 의혹들을 규명하는 차원에서 모두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고, 국민들께 소상히 전모를 밝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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