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세월호의 비극, 불평등 사회가 만든 감정절벽

우리나라를 정상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불평등의 구조를 바꾸어나가는 것
 
박찬운  | 등록:2017-04-03 13:16:30 | 최종:2017-04-03 13:38:5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목포신항을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만나겠다 해놓고 별다른 설명 없이 현장을 떠나버렸다. 약 한 시간을 차가운 바닥에서 농성하며 황 총리를 기다린 유가족들은 분노하며 오열했다. 지난 토요일 일어난 일이다.

사진 출처: 아시아경제

나는 절망감을 느낀다. 나 또한 분노에 손발이 떨린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국민을 섬긴다는 공복 중 제1 우두머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휴일 아침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어떻게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심리적 배경은 무엇인지, 이 시대는 어떻게 저런 괴물ㅡ나는 감히 박근혜나 황교안을 이 시대가 만든 괴이한 인물, 곧 괴물이라고 말하겠다ㅡ을 탄생시켰는지.

박근혜가 3년 동안 세월호 유족들을 지속적으로 박해하고 황교안이 그에 동조해 온 것은 그들의 비정상적 (인권) 감수성ㅡ공감능력의 부재ㅡ에서 비롯되었다. 이들에겐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어야 할 어진 본성(이것을 仁이라 함)이 결여되어 있다. 맹자가 말한 仁이 있다는 단서로서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을 발견할 수 없다.

이런 심리상태는 박근혜나 황교안에게서만 발견되는 게 아니다. 세월호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방해한 세력들(몇몇 특조위원, 관련 공무원, 국회의원, 정치인들의 선동에 동조한 극우단체 등)에게서도 공히 발견된다. 이들도 모두 인권 감수성이 없거나 부족하다. 이들에게서 측은지심이 발견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어찌해서 이들에게선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감성 결여 현상이 생겼는가.

나의 판단으론 이들과 비극의 희생자들 사이에 ‘감정절벽’이 있고, 이 절벽이 있는 경우엔 맹자의 인간본성론이 수정된다는 것이다. 박근혜와 황교안 그리고 이들 추종세력은 비극의 희생자들을 보아도 특별한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이 아무리 슬피 울어도 그것이 가슴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전달되긴 커녕 귀찮을 뿐이다.

감정절벽은 상대가 같은 사람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때 생긴다. 계급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노예제 사회에서 상대가 노예라 생각해 보라. 노예의 주인은 노예와는 전혀 다른 감정세계에서 산다. 나는 이런 현상이 우리 사회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지금 우리사회는 계급화 되어가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이 염려하는 것처럼 지난 30년 동안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세계 최고 수준이 되었다. 양극화는 은연중에 우리 사회를 신분사회로 만들어버렸다. 요즘 학생들의 친구관계를 보아도 강남학생들은 강북학생이나 지방학생들과 교류가 적다고 한다. 사회경제적으로 자신들과 맞지 않는다는 내면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상대를 나와 같은 부류로 여기지 않는 심리기제가 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 근저엔 계급화되어 가는 불평등 사회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나는 이것이 세월호 사고 이후 이 비극을 우리 사회가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박근혜와 황교안은 불평등 사회구조를 대변하는 인물들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를 정상사회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근본적으로 힘쓸 일은 불평등의 구조를 바꾸어나가는 것이다. 양극화 사회에서 탈출해 이 땅의 모든 사람이 너도, 나도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세월호와 같은 비극이 없어질 것이라 믿는다.

박찬운 /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4156&table=byple_news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