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죽어 있는 고양이가 있길래,
고생했을 걸 생각하니 안쓰러워 언땅에나마 묻어줬다면..
이거 ‘불법’일까요 ‘합법’일까요.
불법이랍니다.
합법적으론 그럼 어찌하면 되길래?
쓰레기봉투에 담아 폐기물 처리함에 버려야 한다네요.ㅋ
(어느 영화평론을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용.. 핫핫)
국가라는 게 동서고금할 것 없이, '구체적인 실감'의 질감 따위 훌러덩 벗겨낸
매끈한 ‘질서 유지’가 사명이자 본능인 조직임을 감안하면
딱히 이상할 것도 없긴 합니다만..^^:
우리처럼 법 제정의 주체이긴커녕 적용 대상이기 일쑤인 입장에서 보자면,
구체적 실감을 도려낸 ‘법-질서’의 성실한 준수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워질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아닌가 해요.
경찰들이 저 따위 법리의 주술에 들린 양 ‘불법’ 운운 해제낄 때 느끼는 갑갑함 내지 황당함이란 건,
어쩌면 저 고양이를 다루는 법률에서 받게 되는 느낌과 비슷하잖나도 싶고요.
이른바 ‘합법’과 ‘불법’의 경계라는 게 따지고 보면
이렇듯 자의적이다 못해 생뚱맞기조차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물론 고양이를 다루는 법만 이렇냐면,
다들 짐작하고 또 겪어보셨겠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죠.
해고와 노동유연화의 자유는 합법적 수단으로 법률이 정해주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삶의 위기와 불안에 대해 문제삼으려는 움직임들만큼은
‘불법’ 행위로 원천봉쇄하려는 법 논리가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버젓이 횡행해온 게 사실입니다.
한국의 경우만 보면 얼추 이십 년 새,
기업/대학의 경계가 때론 노골적으로 때론 은밀하게 허물어지면서
이런 풍경은 예외가 아니라 정상으로 받아들여졌고,
심지어 선진화에 필수적인 미덕으로까지 설파돼왔고요.
어처구니 없이 본말이 전도돼버린 이런 현실에 맞서 싸우려면 그래서,
‘합법/불법’이라는, 잘못되도 아주 잘못된 프레임에서부터
우선 탈피해야잖나 싶어요.
이 프레임이야말로,
기업/대학법인을 위시해 소위 ‘고소영/강부자’들의 탐욕은
자유란 미명 아래 잘도 보장해주면서 이런 탐욕으로 인해
우리 같은 장삼이사들이 갈수록 궁핍해지는 데 맞서 싸울 자유는
불법이란 딱지를 붙여 잘도 매장하고 있으니까요.
이는 단지 프레임만의 문제로 보기도 힘들죠.
현행 법률체계 (어쩌면 입헌체제) 자체가 이윤과 탐욕의 자유만 보장한 채,
이로부터 실질적으로 자유로워질 자유는 억압하고 있으니까요.
오죽하면 비록 소수이나마 판사들까지 나서서
현행 집시법이 헌법도 보장한다는 자유 자체를 ‘범죄화’하는 거라며
위헌법률 제청을 하구 있겠어요.
이런 녹록치 않은 상황 속에서,
조합원 19분 중 15분이 지노위에서 부당해고 인정을 받으셨다죠.
전원 인정을 받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그나마 무척 반갑고 한편으론 다행스러운 소식입니다.
달리 보면 대학당국의 일처리가 얼마나 병따개 같고, 또 무대뽀스러웠는지 방증하는 것이겠지요.ㅋㅋ
다만, 지노위의 부당해고 인정을 의미 있는 성취로 여기되,
법률적 판단 자체가 '실질적인 성취'를 보장하진 못한다는 점 역시
냉정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다소 김 빼는 소릴지 모르겠지만요.^^:
철도공사 경영진의 케이티엑스 여성조합원들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작년 말 법원에서 났을 때, 어느 여성조합원이 그랬죠.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대응과 투쟁이 뒷받침됐기에 그나마 나올 수 있었던 판결 같다고요.
이렇듯 소위 '법률적 판단'이란 건,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워낙에 본말이 전도돼 있기도 한데다,
스스로 천명하는 ‘엄정무사함’과는 달리
탐욕에 압도된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이 어떤 압력을 형성하느냐에 따라
줏대 없이 펄럭대기 쉬운 깃발 같은 거거든요.ㅎ
(이 역시 <우.소.꿈>에서 했던 얘깁니다만ㅋ;;)
‘법적으로 문제 없음’ 혹은 ‘합법’이란 이름으로 온갖 생뚱맞은 탈법과 패악이
명지대를 위시한 주요 기업/대학법인들에게 사실상 보장되고 있는 마당에,
그 패악질을 '쌩얼'로 맞닥뜨려야 하는 사람들의 (집단)대응이
굳이 법 테두리 안에 머물러야 하는 이윤 뭘까요.
기업임원실이나 대학본부에서 영광 함 보겠다는 ‘대가리’들이나 있다고 침을 튀길까,
아아~무 이유 없다고 전 봅니다만,,ㅋㅋ
법이란 게 (본디 그렇지만) 우리 같은 장삼이사들의 삶을 좀더 윤택케 만드는 무기는 못 될지언정,
우리 삶을 팍팍케 만드는 흉기 내지 족쇄여서야 어디 될 일이겠냐는 거졍.
현행 법에 기대어, 더구나 그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만 우리 행동의 ‘정당함’을 보장받으려다가는
마치 ‘뭐라 떠들어도 좋아, 좋은데 입술은 떼지 마’ 식 요구에 스스로 갇힐 수 있음을 경계해야잖나 싶어요.^^:
일단 지노위의 부당해고 (부분)판정이 난 이 시점에서,
우리가 앞으로 벌일 행동의 두께와 폭을 늘이기 위해서도
이 투쟁에 함께하는 분들 모두 부디 이 점을 유념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