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집단의 이름으로, 전체의 이름으로

안드로이드님의 "LG 정유 파업에 대한 단상"에 트랙백한 글입니다.

 

와, 진보넷 블로그 외부에서 트랙백이 걸린 건 이게 처음이네요.

블로그에서 포스트 사이의 네트워킹, 말로만 수없이 떠든 것 같은데

실제로 이렇게 트랙백이 걸리고 걸고 하니 이제야 실감이 납니다.

 

안드로이드님의 감정을 불타오르게 한 첫 번째 요인에 대해

전 완전히 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 요인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동의하고

세 번째 요인에 대해서는 (저는 안그렇지만)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첫 번째 요인에서 말한 그 "피해"라는 점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논리와 철학과 이념을 배제하고 감정적으로 봐도 말이죠.




저는 자본주의적인 노동을 합니다.

매일 8-9시간씩, 일주일간 44-50시간을 말이죠.

누구를 위해서? 당연히 절 위해서죠.

정확하게 얘기하면 노동력을 재생산하기 위해 + 취미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좀 더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돈" 때문입니다.

 

회사를 위해 일한다는 생각, 전혀 없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볼 때 "저 놈이 나을 위해 일해 주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멍청한 관리자는 없을 겁니다.

회사와 노동자와서 관계는 서로 피해 안 주고 협력하는 관계가 아니라

임금으로 얽힌 계약 관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죠.

 

국민과 국가 경제를 위해 일한다는 생각, 역시 전혀 없습니다.

매달 임금에서 원천 징수되는 각종 세금을 내고 나면

제가 국가를 위해 하는 일은 다 끝난 겁니다.

 

저는 누군가 다른 사람을 위해 강제노동하는 게 아닌거죠.

 

그래서 파업-즉 노동을 멈추게 되면

회사에 대한 피해, 국민에 대한 피해라는 말이 나오게 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사회에서 누군가 회전을 멈추게 되면

다른 바퀴에 피해를 주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계속 돌아가기 위해서

다른 바퀴에게 계속 회전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옳은가요?

지하철 파업을 하면 내가 지각하고 불편하니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더라도 참고 계속 일하라고

지하철 노동자들에게 말하는 것이 정당한가요?

집단이기주의에 의해 "피해"를 받는 "국민들"은

정작 자신들이 이기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 것인지

매우 궁금합니다.

 

국가 경제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마 국가 경제를 위해 모든 국민들이 개미처럼 일해야 한다는

개발독재시대의 생각을 갖고 계신 건 아니겠죠.

파업을 하면 국가 경제에 피해가 물론 갑니다.

"기간산업"이라면 더욱 그러하겠죠.

그런데 누가 그들에게 계속 노동해야만 한다고 요구할 권리가 있는 건가요?

파업으로 해결되어야만 하는 문제라면

당연히 파업을 통해 풀어야만 하고

그 동안 발생하는 "피해"는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업을 통해 발생하는 피해들에 대해 개인적으로 분노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저는 파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개인적인 손실은

충분히 감수할 용의가 있고 적극 그들의 편에 설 생각이 있습니다.

즉, "국민"의 한 사람인 저한테까지 그들이 파업의 "공공성"을 구차하게

(정말 구차한 일이죠. 왜 자신이 노동을 멈추게 되었는지를 공공적인 차원에서

설명할 필요가 뭐가 있습니까.)

설득할 필요는 없단 얘깁니다.

 

첫 번째 요인에서 말씀하신 것들에 대해

집단의 이름으로, 전체의 이름으로 합리화시키려 한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적어봤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