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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투병기-_-

사실 뭔가 좀 이상하다고 느끼고는 있었다.

 

원래 계절이 바뀔때마다 꼬박꼬박 감기에 걸리곤 했었는데, 웬일인지 지난 겨울과 이번 봄에는 가벼운 감기 한 번 없이 스무드하게 넘어가는 것이었다. 그것도 매일 야근 + 주말 출근을 밥먹듯이 하면서 말이다. 4~5월에 주위 사람들이 감기에 걸려 쓰러지는 모습들을 보면서 왠지 모를 뿌듯함과 함께, '드뎌 나도 강력한 면역력을 지니게 된 것인가'라는 터무니없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수많은 경험에 의해 증명되었다시피, 문제는 말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어머니한테 "웬일인지 이번 환절기에는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넘어갔네"라고 자랑했다가 말이 씨가 된다고 혼났다. 그 때까지만 해도 뭐 그런 미신을 누가 믿냐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말이 씨가 되어서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_- 원래 감기에 한 번 걸리면 심하지는 않지만 잘 안낫고 오래 골골거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엔 제대로 걸린 것 같았다. 만만하게 보고 오전 반차만 내고 회사에 나갔다가 결국 다음 날에 병석에 눕게 되었다;;;

 

뭐 감기만 가지고 "투병기"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일 것까진 없을 것이다. 정작 문제는 다른 데에 있었다. 열이 나길래 침대에 누워서 목에 손을 대고 시원함을 느끼고 있었는데(아는 분들은 아마 알 것이다. 무지 시원함 ( -_-)-b) 뭔가가 볼록한 것이 왼쪽 목에서 만져지는 것이었다! 그것도 두 개나!!! 아무래도 흡연자인지라 담배를 많이 피운 날에는 편도선이 부어 목에서 이질감이 느껴지는 경우는 많았지만, 수상하게 생긴 덩어리가 목에서 만져지니깐 은근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의사 선생이신 동생한테 증상을 얘기하고 물어봤는데 임파선에 염증 같은 게 생기면 그럴 수도 있다면서 병원 가서 검진해보라고 한다. 아무래도 제일 걱정되었던 것이 종양 같은 거라서 수술을 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거였는데, 하필 이 당시 보고있던 만화가 "닥터K" 같은 거라서 불안감을 더해만 갔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닥터K" 보면 나오는 환자들은 죄다 무슨 암이고 주인공인 닥터K는 맨날 째는 게 일이다-_-;;;) 게다가 분위기 파악 못하는 아바이 동무는 수술할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해 두라는 둥 불안한 소리만 잔뜩 해 대길래 나중엔 짜증이 났다;;;

 

결국 병원 가서 조직검사와 CT 촬영을 했다. 조직검사라는 건 별 건 아니고, 주사기를 목에다 찔러넣고-_- 볼록하게 만져지는 부분에 들어있는게 뭔지 검사하는 거다. 당연히 무지하게 아프다-_- 그리고 CT 촬영은 "토탈리콜"에 나오는 기억을 심는 기계 비슷한 기계에 누운 채로 들어가서 단층 사진을 찍는 건데, 마치 세뇌라고 시킬 것 같이 무섭게 생긴 것과는 달리 금방 끝난다. 다만 이것도 촬영 전에 맞는 조영제 주사가 아프다-_-

 

여튼 거창한 검사를 지난 주에 받고 오늘 결과가 나왔다. 첨에 동생이 말했던 것처럼 림프절에 염증이 생긴 것이라는 결과에 안심하기도 했지만 왠지 허무하기도 했다;;; 그 사이 약 먹어서 그런지 목에 만져지던 것은 많이 작아졌고 감기도 다 나아서 지금은 거의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아프고 나서 몇 가지 변화가 생겼는데, 일단 담배를 디스플러스에서 레종으로 바꿨다-_- 물론 끊는 게 젤 좋겠지만 일단 타협책으로;;; 그리고 과도한 야근과 주말 출근은 자제하기로 결심했다. 원래는 이게 당연한 것인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에효;;;) 또 체력이 좀 돌아오면 운동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과연?)

 

역시나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당연한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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