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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로 알아보는 Web 2.0

* 회사에서 청탁받아 쓴 글입니다;;;

 

Web 2.0이라는 단어가 전파된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이루어진 일이었습니다. 마치 어느날 갑자기  모두가 웹2.0을 말하고 있었다는 느낌이었죠. 소수 집단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던 웹2.0은 개발자, 웹기획자 뿐만 아니라 관리자, 마케터 등 웹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것 같은 압박을 주는 단어로 성장했습니다.

 

웹2.0이라는 용어는 O'Reilly사와 MediaLive International사의 컨퍼런스를 위한 브레인스토밍 도중 최초로 도출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유명한 웹2.0의 meme map이 나왔으며 2004년 10월에 웹2.0 컨퍼런스가 개최되어 몇 가지 원칙 등이 정리되게 됩니다.

 

웹2.0의 meme map

 

이 meme map에 있는 말들이 곧 웹2.0에 대한 정의는 아닙니다. 사실 웹2.0이라는 단어는 그 안에 워낙 많은 개념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상당히 애매합니다. 단지 2.0이라는 숫자가 주는 새로움에 대한 인상이 워낙 강렬하기 때문에, 어렴풋이나마 이미지를 그려서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여기에선 그 의미를 정리하는 것보다는 몇 가지 대표적인 서비스들을 통해 웹2.0의 특징을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Computing with Google

 

국내에서 Google은 일반 사용자들에게 검색 시장을 정복한 업체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Google의 진정한 야망은 세계 정복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Google은 강력한 검색 서비스를 필두로 하여 뉴스 서비스맵 서비스, 데이터베이스 서비스, 데스크탑 툴바 등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작업들에 개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Google은 과거의 Netscape나 현재의 MS처럼 서버나 소프트웨어를 판매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수집하고 정보의 흐름을 매개함으로써 독립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죠(Services, not packaged software). Tim O'Reilly는 웹2.0의 전략적 포지셔닝으로서 "플랫폼으로서의 웹The Web as Platform"을 제시하고 있는데, Google은 이런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 Google vs MS

 

Learning with Wikipedia

 

웹2.0을 설명하는데 있어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은 빼놓을 수 없는 항목입니다. 사실 집단 지성은 인터넷이 시작되면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중요한 주제 중 하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경험을 커뮤니케이션하며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이 개념은 1994년 프랑스의 사회학자/철학자인 피에르 레비Pierre Revy동명의 책에 등장했습니다. 인터넷의 발전에 따라 오픈소스 프로젝트, 블로그, 그리고 가장 급진적인 방식인 위키위키Wikiwiki까지 이어져 온 이 개념은 Wikipedia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죠.

 

Wikipedia는 위키의 편집 방식에 따라 누구나 쓸 수 있고 자신이 쓴 글은 물론이고 다른 이가 쓴 글까지도 수정, 삭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위키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집단적인 이성을 극단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Trust your users). 누군가에 의해 통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용자들은 스스로 데이터를 올리고 수정하면서 하나의 백과사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가끔 악의적인 사용자에 의해, 혹은 사용자의 실수에 의해 어떤 항목이 통째로 사라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곧 다른 사용자에 의해 히스토리에서 복구되곤 하죠. 역시 많은 사용자들에 의해 데이터베이스가 쌓이고는 있지만 중복된 지식과 닫힌 구조의 한계를 지닌 지식인 서비스와 비교하여, 보다 신뢰할 수 있고 훨씬 많은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것도 Wikipedia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편집에 제한을 가하기도 하고 토론도 전개하곤 합니다.

 

Tagging with delicious

 

delicious는 태그tag의 사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서비스입니다. 태그는 말 그대로 뭔가에 붙이는 꼬리표입니다. 이 단순한 행위가 카테고리를 기본으로 하는 기존의 분류법taxonomy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새로운 분류법folksonomy이 되고 있습니다.

 

북마크 서비스를 하는 delicious는 각 링크에 태그를 붙이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면 진보불로그에 진보넷, 블로그... 이런 식으로 말이죠. 저장된 북마크는 이러한 태그에 의해 분류해서 관리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각 사용자들이 모은 북마크를 공유(소셜 북마크Social Bookmark)합니다. 어떤 사이트가 유용한 곳인지 다른 사람들이 저장해 놓은 북마크를 통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블로그"라는 태그를 진보불로그에 붙여 저장한 사람이 많아진다면 진보불로그의 순위도 점점 높아지게 됩니다. 태그를 붙이는 행위인 태깅tagging은 곧 가치있는 사이트를 찾는 일에 사람들을 참여하게 하는 방법이기도 한 것이죠(Architecture of Participation). 지금은 동영상, 사진, 포스트 등 웬만한 컨텐트를 생성할 때 태그를 다는 것은 하나의 추세가 되고 있습니다.

 

Mashing with Google Maps

 

앞에서 Google 서비스들에 대해 얘기했지만, 그 중 가장 웹2.0적인 서비스는 단연 Google Maps입니다. Ajax라는 비동기 처리 기술을 사용한 Rich Interface도 돋보이지만, 무엇보다도 다른 웹 어플리케이션과 쉽게 매쉬업mash-up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웹2.0답다고 할 수 있습니다(Remixable data source and data transformation). Tim O'Reilly의 글에서 소개되기도 한 하우징맵스닷컴의 경우를 보면 Google Maps의 데이터가 다른 데이터들과 어떻게 섞일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Google Maps의 데이터는 그 자체로도 물론 가치가 있겠지만, 사방으로 흘러나가 다른 데이터와 섞여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그 작업을 하는 것은 Google Maps가 아니라 그 사용자들이며, Google Maps는 데이터베이스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매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이쯤되면 Google의 세계 정복 야망이 왠지 현실성 있어 보이는 것 같습니다.

 

 - UFO Search

 - e-Bay + Google Maps

 

 

웹2.0은 아직 진행중

 

이렇게 여러 서비스들을 늘어놓고 보면 웹2.0에 대해 어렴풋이 이해가 될 듯 할 것 같지만, 막상 웹2.0을 정의하려면 어떤 설명부터 해야 할지 난감하긴 여전합니다. 웹2.0은 아직까지도 차세대 웹의 모습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긴 하지만, 한 편으로는 예전부터 있던 개념을 새삼스레 꺼낸다-한 마디로 뒷북이란 얘기죠-고 생각도 있고, 극단적으로는 단지 마케팅 용어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새로운 기술, 풍부해진 유저 인터페이스 등과 함께 그 동안 주류에서 밀려나 있었던 웹의 진정한 의미를 찾았다는 뜻으로 "2.0"이라는 숫자는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웹2.0 서비스라고 예를 들 만한 곳이 별로 없습니다. 한국에서의 인터넷 환경의 특수성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웹2.0 서비스가 탄생하기 위해서 좀 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생소하기만 했던  RSS 서비스, 태깅 등이 일반화되고 있고 API 서비스 등이 신규 오픈되고 Long Tail의 중요성이 부각되어가는 것을 보면,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신선한 웹2.0 서비스라고 부를 만한 것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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