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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인, 너무나 기술적인

난 개발자라는 일군의 무리 중 하나다.

개발자 무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특히 열정있는 사람과)

종종 기술이 밝은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고 믿는

기술결정론-내지는 기술우위적태도-을 가진 사람들을 만난다.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라는 문제는

이들에게 인간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로 작용한다.

 

기술의 가치중립성, 기술의 사회적 사용.

지겹도록 듣던 얘기이고, 공대를 다니다 보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같은 기술을 적용한 것일지라도

그것을 어떤 목적에서 만들었는가, 어떤 사람들이 사용하는가를 생각해야만 한다.

 

 



진보넷 블로그는 블로그가 새로운 소통수단으로 등장한 시기에 비교하면

매우 늦게 준비되었고, 사실 그 전까지 블로그에 대해 알지도 못했다.

그 사이에 설치형 블로그를 사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접했으며

상업 포탈과 여러 회사들은 블로그 서비스를 개시했다.

블로그라는 소통 기술을 받아들인 시점이 너무 늦은 것이다.

 

그래서

이미 늦어버렸고 "서비스"도 다른 블로그들에 비해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진보넷 블로그를 사용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지나?

"서비스"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대체재가 충분하다면

굳이 진보넷 블로그를 사용해야할 이유가 없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면

블로그 기획자들과 개발자들은

멋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진보넷 블로그를 만들었나?

다른 사람들의 속내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훌륭한 "서비스" 따위는 관심없다.

(솔직히 조금은 관심이 있다...;;;)

난 오히려 블로그를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 이유를

소통의 목적을, 그 내용을, 그리고 그 방법을

블로거들과 포스트를 쓰면서 트랙백을 걸면서

확인하고 기획하며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

 

물론 진보넷이 자본이 깔아놓은 인프라를 사용하고

이를 사용하는 이상 검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기술이 있다고 해서

"북한"과 "핵"이란 단어를 포스트에 넣으면

창문을 깨고 특수요원들이 침투해서 자루에 담아 어디론가 실어가나?

검열의 결과가 현실 세계에서 영향력을 미치려면

이에 대한 헤게모니 싸움에서 승리해야 한다.

이 싸움은 기술적인 것과 별개로 정치적인 것이고 사회적인 것이다.

투쟁은 유효하고 유통기한이 없다.

(이것이 정보운동이 일면 수세적으로 보이는 원인 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즉, "이미 검열기술은 우리 모든 것을 검열 가능하게 한다. 피할 수 없다."

이런 소리 늘어놓고 있는 시간동안

정보인권, 검열문제에 대해 사회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전선에는

누군가가 기술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하려고 싸우고 있다는 말이다.

 

기술적으로까지 훌륭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술적으로 부족하면

제안하고 같이 기획하여

진보시켜나면 되지 않은가.

하긴,

이미 "이용자"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순간

훌륭한 "서비스"를 바라는 고객이 되어버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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