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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e So Great

얼마 전에 어떤 기획자이자 디자이너인 사람과 얘기하던 중

자신을 "노가다꾼"이라 부르는 것을 들었다.

이 얘기는 약간 충격적이었는데

일반적으로 프로그래머들이 자신을 "코더"라고 부르는 것과

조금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 탓일 것이다.

 

프로그래머들이 자신을 "코더"라고 지칭할 때는

뭔가 새로운 구조를 구축하고 새로운 로직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구조 속에서 알려져 있는 로직을 "복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

그 단어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 기획자의 경우도 이와 비슷할 지 모른다.

다른 누군가의 생산물을 적절한 포맷으로 정돈해서

페이지에 "복사"하는 일 자체는 전혀 생산적이지 않고

동시에 재생산한다고 보기에도 애매하다.

말 그대로 "노가다"로 느낄 수도 있는 것이며

어쩌면 그 단어가 보다 진실에 가까울지 모르겠다.

 

단지 다른 의미로 느껴졌다는 것은

그 일이 원래 그런 일이 아니라

책임질 사람이 혼자밖에 없고 절대적인 시간도 부족한 상황 탓에

그 의미는 단순반복작업으로 축소되고

자유로운 상상력과 영감을 펼치는 재미를 느낄 여지조차 없어졌단 것이다.

왠지 슬퍼졌다.

 

뭔가 뾰족한 해법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거나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상황을 타개해 볼 수밖에 없을텐데

그것도 여력이 남아있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때에나 가능하겠지.

 

그럼에도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 가장 나쁜 결과란 생각이 든다.

자신에게서나. 또는 주위 사람에게서나.

매우 무책임한 말인 것은 알지만.

 



♪ Blur - You're So Grea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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