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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 모두 관점을 바로잡고 초심으로 돌아가 보자!

  • 분류
    단상
  • 등록일
    2005/03/13 15:00
  • 수정일
    2005/03/13 15:00
  • 글쓴이
    서른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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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 모두 관점을 바로잡고 초심으로 돌아가 보자!

글쓴이 서른즈음에 글쓴날 2004-08-31 10:36:26


나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동의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사건이 만약 폭행을 당한 사람이 남자라고 해서 분노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이 문제는 남자가 여자를 때렸다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폭행했다는 것, 그것도 진보정당운동을 한다는 인간이 단지 자기 정파나 종파가 아니기 때문에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훨씬 문제를 심각하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의 다양성과 관용의 가치에 대한 아무런 자각을 갖지 않은 패거리들의 조폭문화의 발로라는 점에서 이것은 파시즘적인 폭력이 되는 것입니다. 히틀러가 주장한 국가사회주의를 나치즘이라고 하지요. 즉 대중을 조국과 민족과 국가라는 허구적인 이데올로기의 포로를 만들면서, 그 허구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노골적인 폭력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사회적인 어떤 세력들이 계급과 민중의 입장에 서지 않고 허구의 대중과 민족과 국가와 조국을 들먹일 때-히틀러나 박정희나 장개석이나 등등- 그들은 폭력의 유혹에 굉장히 가까이에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운동에 있어서 다양한 견해의 차이를 토론과 이성으로 극복하지 못하고, 아니 극복할 생각이 없이 진리를 독점했다고 주장하는 순간, 그들은 설득보다는 강요와 폭력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진실로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점입니다. 배타적이고 몰이성적인 자기확신 때문에 견해가 다른 자에게, 혹은 자기 정파가 아닌 자에게, 유일한 진리를 따라오지 않는 자에게는 폭력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자들, 그들에게는 다른 견해를 갖는 사람은 미친 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다는 주장에서 보듯 미친 개로 보는 것입니다. 대중을 이성으로 설득할 자신을 잃고 설득할 의지도 잃은 뒤에 광신도처럼 너와 나를 가르고 폭력과 테러가 난무하는 그런 시대에 우리가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 문제를 단지 힘없는 여자와 힘있는 남자의 문제로 보지 마시고, 운동의 내부에서 견해의 차이를 극복하는 수단으로서 토론이 아니라 폭력이 동원된 점에 보다 주의를 기우려야 할 것입니다.

또 한가지 내가 우려하는 점은 운동내의 패거리문화입니다. 올바른 운동에서 선배, 후배, 내 조직, 내 헤게모니나 따지는 패거리문화는 반동적인 문화이라는 것입니다.

자기와 정파가 다르고 소신이 다르다고 하여도, 보편적인 이성과 가치에 비추어 남이 한 일도 옳은 것은 옳고, 내 편이 한 일이라도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할 줄 알아야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입니다. 자신의 어떤 이해관계때문에 자신의 최소한의 출발점과 최소한의 양심을 부정하는 순간 그는 진실과 정직으로부터 멀어저서 운동가가 아니라 운동가의 탈을 쓴 사이비가 된다는 것입니다.

나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자기가 지금 어떤 정치적인 입장과 견해를 갖었던지 간에 항상 자기를 비판하고 부정하는 용기를 갖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딸딸이치기 위해서(미안합니다. 자기기만을 위해서) 이 험난한 세계와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기만이 아니라(혹은 자기 정파나 자기 패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인간해방을 위해서 먼저 우리 자신과 우리 자신들간의 관계와 그리고 우리와 대중간의 관계를 해방시키는 것이, 그러기 위해 우리 스스로 해방된 인격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해방된 인격은 역사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각인되어온 온갖 편견(당근 사회적인 소수와 여성에 대한 편견도 포함되지요)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하겠지요.

나는 이글이 편가르기에 익숙한 요즘의 현실에서, 단지 자기와 패거리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이 엄청난 반동적인 폭력에 대해 침묵하고 심지어 두둔하려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자기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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