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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05
    [독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2)
    겨울철쭉
  2. 2007/09/05
    [독서] 88만원 세대 (1)
    겨울철쭉

[독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여행을 앞두고 읽은 "여행도서" 중 하나.
전우주적인 농담을 엽기발랄하게 진행하는 책이다.
다만 5권 합본인 이 책의 쪽수는 1236쪽에다가, 두께가 상당해서 가벼운 책이지만 질량은 꽤 나간다. 그래서 침대에 누워서 볼만한 책을 책상에 좌정하고 봐야하는 고통이 있다. (그래서 다섯권을 따로 사는게 좋을 수도 있는데 다만 2000원이 비싸다.)

마치 여행안내서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책이다.
여행안내서라면 우리나라건 너무 딱딱한 편이고, Lonely Plenet 같은 경우만 해도 어떤 도시를 "쇼핑몰만 있는 형편없는 도시"라고 말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자유분방한 편.(사실 책 제목도 애덤스가 여행하다가 "유럽을 여행하는 히키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착상한 것이다.)

이런 책하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루이스 캐럴의 말장난의 계보를 이은 것같다. Give me your hand(도와줘)라고 하면 로봇 마빈이 자기 팔을 떼어준다. (영국식 말장난 유머라고나 할까, 이해하기 쉽지 않다. ─.─;;) (위에는 영화에 나오는 "안내서"이미지. "겁먹지 마세요"라고 씌여있다. 여행자에게 꼭 필요한 문구다.)

영국에서는 라디오드라마로 시작했고 책으로 나왔다. 나름대로 코믹SF라는 장르를 뚜렷하게 형성한 웃기고 재밋는 책. (하지만 시시껄렁한 영국식 유머에 간질나는 분들에게는 비추.) 뜬구름 잡는 말장난만은 아니고, 우리가 사는 사회의 웃기는 짬뽕들이 우주적 차원에서는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 다룬다고나 할까.

워낙 유명한 책인데다가 영화도 나왔기 때문에 내용소개는 필요없겠지만, 소설에서 남성들은 하나같이 나사가 한두개가 아니라 백개 이상 단위로 빠진 것같고, 여성들은 그나마 "제 정신"에 가깝다.(가장 괜찮은 생물은 돌고래인데, "그 동안 물고기는 고마웠어"라고 노래하고 그냥 지구를 떠나 버린다. 어디로? 알게뭐야) 그게 아주 자연스럽게 읽히는 걸 보면, 현실에서도 그런 경향이 뚜렷하다는 걸 다시 느낄 수 있다.

여튼 책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해함(Mostly Harmless)이라 할 수 있다. (이건 지구에 대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설명이다.---여기 소설책 말고 그 설명서 말이다---전체가 두 단어나 된다;; 이 책의 5권 제목이기도 하고.)

가장 호감이 가는 인물(?)은 마빈인데, 우울증에 걸린 로봇이다. 아.. 너무 아는 것도 많고 고민이 많아서 그렇다. 영화에는 이런 이미지로 나온다. 머리가 행성만큼 크고 특별히 설계된 GPP를 갖고 있다. GPP? "Genuine People Personalities" 크크



사실, 영화는 책에 비해서 좀 실망스러운데, 너무 "그럴 듯하게" 결론을 낼려고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다. 우주는 말도 안되게 엉망이라야하거든. 그래서 영화에서는 딱 두개, 마빈의 이미지와 돌고래들이 부르는 엽기발랄한 노래(So long and thanks for all the fish)만은 맘에 든다.
마빈은 위에 이미지, 돌고대들의 노래는 아래 동영상.



가사가 이렇다. (시작하는 부분의 영화 자막까지)

"사물들이 겉보기와는 항상 똑같지 않다는 것은 중요하고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예를 들어서, 사람들은 지구상에서 자기들이 가장 지적인 종족이라고 늘 알아왔지만, 알고보면, 인간은 3번째 영물밖에 안되고 두번째 영물은 돌고래로서, 흥미롭게도, 돌고래들은 오래전부터, 지구의 종말이 임박해 있음을 알아왔다.

그들은 인류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고 수많은 시도를 했으나, 인간들은 돌고래들의 대부분의 의사소통을 축구공을 펀치하거나 생선 한조각을 먹고 싶어 휘파람을 부는 등의 인간들을 즐겁게 하는 놀이 정도로 오해를 하였다.
    
그래서 결국 그들은 그들 자신만이라도 지구를 단독 탈출하여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심지어는,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마저 오해를 하였는데, 휘파람 불며 고리를 뒤로 재주넘어 통과하는 묘기를 하기 위한, 고난이도의 놀이 정도로 또 잘못 해석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실인즉은 그 메세지는 이랬다 "
        
잘있게들, 그 동안 맛있는 생선은 고마웠어...
이렇게까지 되어서 너무 슬퍼   
우리는 너희들에게 알려줄려고 무진장 노력을 했건만,   
우리 가르침에 귀를 안기울이니 우린들 어쩌겠나   
너희들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연적인 경이로움에   
무신경하게도 존경하지 않은 결과라네   
안녕 안녕, 생선은 고마웠네   
너희 세상은 곧 파괴가 될걸세   
너무 안절부절 할 필요 없네   
그저 느긋하게 누워서   
지구가 네 주위에서 분해되도록 놔두면 되는거야
참치군을 쓸어가는 저인망에도 불구하고,   
너희들의 대부분은 착하고 괜찮은 종족이라고 생각했네   
특히 너희들의 임산부와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 말이네...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생선은 고마웠네   
만약 내게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맛있는 생선을 맛보고 싶어   
만약 우리가 한가지를 바꿀 수만 있다면,   
그건 우리 모두가 노래부르기를 배우는 것   
자 모두들, 어서요   
인간과 포유 동물   
나란히 나란히   
생명의 위대한 유전 풀 안에서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고마워!    
생선은 고마웠~~~~~네

아아, 이번 여행이 끝나면 언젠가 은하수 여행도 해야할텐데, 언제나 할 수 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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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88만원 세대


88만원 세대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88만원.
비정규직노동자의 평균임금 119만원에 전체 세대에서 20대의 임금비율을 곱한 값이다.
비정규직이 아니면 일자리가 없는 20대가 직장에서 벌 수 있는 금액. 저자들은 이 숫자로 20대 표현한다.

이들은 어떤 세대인가?
당장 보기에, 이들은 문화적으로는 소비주의에 물들어있고, 붉은악마-황우석-디워까지 이어지는 민족주의 마케팅에 쉽게 동원되기도 한다. 인터넷에서는 악플을 남기고, 학생운동은 하지 않으며, 비권/반권 후보를 찍는다. 보수적인 인민주의에 휩쓸린다. 토익에 몰두하면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거나 고시촌에서 근근히 살아간다. 정규직 노동자의 파업을 비난하고 차라리 구조조정하라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비정규직노동자에 파업에 연대하는 것도 아니고 노조에도 잘 가입하지 않거나 몰입하지 않는다. 소비는 동네수퍼가 아니라 대형할인매장, 찻집이나 동네빵집이 아니라 스타벅스, 뚜르주르 같은 프렌차이즈만 이용한다.

이런 20대가 한심해 보이나?
(특히 386의 눈에 그렇게 보일 것이라고 저자들은 예상한다.)
그러나 그것이 그들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왜 그런지 물어야한다는 것,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경제"를 보라는 것이 저자들의 말이다. 하다못해, 도대체 20대가 왜 스타벅스만 가는지 같은 것이 궁금하더라도 이렇게 해야 답을 찾을 수 있다.

남한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적으로 재편되는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이제 과거와 같은 노동시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한때 대학을 나오면 학점이야 어떻든 취업이 가능했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지속적으로 임금이 인상되면서 정년퇴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IMF구제금융, 노무현정권의 성장전략을 거치면서 이제 그런 일은 생각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노무현은 독점의 기형적 강화를 촉진함으로써 사태를 돌이킬 수 없게 만들었다.) 이제는 아무리 경쟁해도 비정규직일자리뿐이고, 공공부문의 안정된 일자리나 대기업의 정규직은 "거의" 불가능한 꿈이다.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은 고졸 여성인데, 이들은 대졸 남성의 취업난이 부각되는 와중에 주목조차 받지 못한다.

게다가 앞선 세대인 386은 안정적 노동시장의 막차를 타면서, 뒤따를 수 있는 문을 모두 닫아버리고 자기들끼리 연대한다. 그러니, 386의 눈에 20대가 한심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386이 신자유주의 1세대라는 것을 생각하면 기만적인 일이다. (저자들은 이를 "386의 배신"이라고 부른다.)

386만이 아니라 그 앞선 세대인 40,50대도 20대를 착취하는데는 모두 공범이다. (저자는 이런 식의 악날한 세대착취가 이루어진 예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한다.) 10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데, 10대 아르바이트에 대한 노동인권 침해는 이미 많이 알려져있다.

(그러나 전혀 해결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교육청의 결정으로 옥수동에 있는 "동호정보공업고등학교"가 폐교될 상황에 처하게 됐다. 공고학생들 불량해서 집값떨어진다는 주변 아파트주민들의 민원때문이다. 자신을 대변할 수 없는 10대들--정치적 대표성이 사실상 부재하기는 20대도 마찬가지다--에 대해서 잔인하다. 노동시장의 최하층에 몰릴 이들에 대해서 이 어른들이 작업장에서는 어떻게 할지 눈에 선하다. 참고:[왜냐면] 동호공고 폐교는 정당한가? / 이상조)

이들을 하나의 세대로 정의하면서 주목하는 것은, 특별한 대책이 없이는 이들이 처한 상황이 고착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가 그것은 한국경제의 미래에 두고두고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남한 경제의 "현재의" 모순을 통해서 미래를 예상하는 작업인데, 단지 지금의 문제를 언급하기도 급급한 입장들보다 상당히 앞서 나가있는 흥미로운 분석이다. 특히 경제를 특정한 대중들의 문화와 정치에 단락시킴으로서 대중들이 처한 조건(따라서 대중운동의 조건)을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점에서 독자들에게는, 이 책이 열어주는 시야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20대가 어떻게 (기만적이고 과잉된 허구적인 "희망" 마케팅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논쟁적인 지점들도 있다.
우선 저자들에게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대한 비판이 없다. 저자들은 이건 당장 어찌할 수 있는 해법의 영역에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국내정책적인 수준에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저자들이 제안하는 대안은 아르바이트에 대한 노동권보호와 보조금지금, 20대가 연대할 수 있도록 하는 창업지원, 사회적 일자리 사업을 통해서라도 좋은 일자리decent job을 확대하는 것 등이다. 10대들에게는 사교육의 금지를 포함한 교육제도의 개편과 같은 다른 대안들도 제시하는 데, 10대들까지 그대로 두면 지금의 20대보다 더 절망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제안들은 매우 구체적이고, 급격한 혁명같은 것이 없이도 충분히 '개혁적'이기만 해도 실현가능한 것들이라 매력적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은 물론 문국현이나 류시민도 이런 제안들을 수용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책활용수단이 제한되어 있더라도 사태가 이렇게 전개된 데에 대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분석은 필수적이라는 점은 지적할 수 있다. 그리고 국내 경제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안이 없다고 말하는 것도, 단기적으로는 모르겠지만 미봉책이 그칠 수 있다. (정책의 실현가능성에 주목하는 저자들과 나는 쟁점이 있다.)

특히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20대가 자신들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스스로 발언할 수 있도록 조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때, 그런 점에서는 여전히 20대는 정치무능세대로, 기성세대의 어떤 양보가 없이는 절망적인 세대로 규정되는 것같다.(그러나 그들은 어떻게 스스로를 대표할 것인가..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과 같은 기존의 운동들이 그것을 함께 할 수 있을까? 아니면 파시즘, 인민주의? 이 책은 지금같이 가다가는 20대가 파시즘에 쉽쓸릴 수 있다는 점도 경고하는 데, 매우 현실적인 정치적 문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이 제안하는 대안들은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들이 제기하는 대안들은 비록 당장 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어쩌면 작은 제도들의 변화일 수도 있겠지만 바로 그 '작은 것'들 속에 신자유주의 착취 체제의 문제들이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다. 독점을 규제하거나, 20대에게 정부가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고 취업을 지원하거나, 사교육을 금지하는 것과 같은 "현실적인" 대안도 이미 지금의 착취체제에 핵심적인 요소가 된 것들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작은 변화도 큰 저항을 불러오고, 또 그만큼 정치적으로 어렵고 급진적인 것이 될 수 있다.

다만, 저자들이 제안한 대안조차 수용이 쉽지 않은 조건이라면 거기에는 정책대안을 넘어서는 다른 논의가 필요하게 된다. 정치적으로 실현가능하게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

하지만 이런 질문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20대가 처한 조건, 다들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는 느끼고 있지만 그것이 왜 그런지,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알지 못했던 것을 가시적으로 드러내준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든) 20대를 위한 대안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지배계급과 이전 세대가 "안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고 투쟁하는 과정에서도 20대가 오히려 자신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현재의 시기에, 비정규직운동을 조직하기 위해서라도 20대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선배 세대들은 물론, 20대도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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