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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인생] 386과 88만원 세대의 '만남'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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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남'이란, 들뢰즈도 그랬고, 틱낫한 스님도 그랬지만 "나도 변하고, 너도 변해야" 만남이다.
“이 세대가 아이들을 낳게 되었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원정출산이 나타났고,
그 아이들이 자랐을 때는 조기유학 붐이 일어났다."던 386 세대와
“후진국에서 태어나 개발도상국의 젊은이로 자라나
선진국에서 대학을 다녔는데 직업이 없는" 88만원 세대는 만날 수 있을까?
만나서 서로가 서로를 변화시키고, 서로의 삶을 긍정할 수 있을까.

2.
<즐거운 인생>을 봤다.
이준익의 영화들이 "여성을 볼모로 잡은 남성 환타지"라는 남다은 등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나도 불편하다.
그리고 이 놈의 이준익 영화는 '진화'라는 걸 모른다. 갈수록 수준이 떨어진다.
근데도, 보고 있으면 너무 재밌고, 즐겁고, 때로 슬프고,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찔끔 흐른다.
불편한 건 불편한 거고, 영화의 수준이 낮은 건 낮은 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오는 게 있기 때문일 거다.

3.
386세대는 어떻게 88만원 세대를 만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말한다. 386세대의 그 욕망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이 영화는 사실 자발적으로 자기 세대의 욕망을 포기한 이들이라기 보다는 강제로 포기당한,
승자독식 세상에서 패배당하고 추방당한 이들과
'형편없이 낮은 삶을 살지만 놀라운 능력을 가진' 88만원 세대의 만남을 그린다.
(장근석 아주 이뻐 죽겠더라. 이준익은 남성들의 동성애적 욕망을 자극하는 듯.ㅋ)

4.
83년 대학가요제 예선 탈락이라는 과거를 가진 활화산의 21세기 모습은 "7080밴드"가 아니다.
이들이 타겟으로 삼은 무대는 '홍대'다. 이들은 '홍대 인디밴드'인 것이다.
"젊은 년하고 바람났다"는 오해를 사는 기영(정진영)의 모습이 난 이 영화에서 제일 재미있었다.
패배당하고 추방당한 그 자리에서 '회춘'의 능력을 거머쥔 활화산!

5.
"LIVE 조개구이 '활화산'"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난 이 가게? 콘서트장?(이 정체성으로부터의 탈주란~!!)이 이준익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숙제같다. 
아직 이런 공간은 어디에도 없다. "LIVE 조개구이 '활화산'"은 '미래의 공간'이다.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승자독식의 자본주의를 이기려면,
우리가 만들어야 할 바리케이드와 들어야 할 짱돌이 있다면 그건 "LIVE 조개구이 '활화산'"이 아닐까.
"30평대 아파트에서 평온하게 늙어가는 중산층"의 삶에서 이탈당한 아저씨들이 함께 조개를 굽고,
주말마다 88만원 세대의 라이브 밴드와 여행객들이 신나게 땀을 흘리며 먹고 마시는 어떤 곳.
그러다 보면 애들도 오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놀다갈 수 있는 어떤 곳.
그곳이 카페든, 연구실이든, 교회든, 생활협동조합이든, 시민단체든, 기업이든.
그런 곳을 우리가 얼마나 창조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 우리의 삶이
이 지긋지긋한 승자독식의불안사회로 가느냐, 자유로운 개인들의 공통적 삶으로 가느냐를 가늠하지 않을까.

6.
벅스를 찾아보니 OST음반이 있더라. 듣고 있는데 눈물이 찔끔찔끔 난다.
"이건 슬퍼서 우는 것도 아니고, 감동해서 우는 것도 아니여."
도대체 왜 이러고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
아주 조금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이 답답하고, 아주 조금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가슴이 벅차다.
필요한 건 친구. 나와 같이 쫓겨나서 지랄발광 해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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