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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중순 며칠간 태국에서 진행된 회의들에 참석하면서 생각한 것들.
아래 일정은 주빌리사우스(아시아태평양)에서 주최-조직한 필수서비스의 사유화와 관련된 노동조합의 회의였습니다. 주빌리사우스는 외채탕감운동단체이지만 중심부 국가들이 외채를 이용해 주변-반주변 국가들을 착취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한 비판과 반대운동을 전개해왔죠. 집행국도 (필리핀 사람들인데) 다른 국제NGO에 비해서 매우 건강합니다.
특히 외채를 통해 주변-반주변을 착취하는 유력한 방식이 필수서비스(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공공서비스)의 사유화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반대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해당 부문에 노동조합들을 직접 조직하려는 시도가 이번 회의였던 셈이죠. 주빌리사우스가 건강하다고 하는 것은, 집행국의 정치적 성향(주로 필리핀의 비공산당좌파들이 함께 하더군요) 때문만이 아니라 실천적으로 대중운동을 조직하는 방식의 운동을 국제적인 수준에서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Asian Labor Assembly Privatization Of Essential Service (Focus on Water and Power)
필수서비스 사유화에 대한 아시아 노동자 회의( 물과 전력)
국가단위를 넘어선 국제적-지역적인 접근
언급한대로 이 회의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수서비스 산업의 사유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프로그램은 각 국에서 진행되는 필수서비스의 사유화가 국내적인 사안이라기 보다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데 집중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를 통해서 필수서비스의 사유화 문제를 각 나라 사회운동의 국내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연대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죠.
이런 점은 남한의 공공부문 노동자운동에도 부족했던 측면입니다. 주로 남한의 공공부문노동자운동은 국내정치적인 요소만 고려했는습니다. 물론 국제 금융기구의 직접적 강제보다는 남한의 지배계급이 능동적으로 추진한다거나, 금융위기 과정에서 국가가 다른 주변-반주변 국가처럼 취약해지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특수한 지형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는 인식을 계속 국내에 가두는 편향을 낳게 됩니다.
따라서 사유화가 진행되는 직접적 과정은 국내정치적인 제도를 거친다고 하더라도 국제금융기구, 중심부 국가, 초민족자본, 국제적인 컨설팅 기업, 주반-반주변 국가를 모두 고려해야하고 이 주체들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메커니즘 속에서 움직인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적, 지역적 관점에서 전반적인 접근을 통해서 말이죠. 남한에서는 IMF 구제금융 이후 (직접적으로 IMF SAPs에 의해 강제된 사유화에 대항하는) 몇년 동안 사유화반대 투쟁을 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IMF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 적이 없을 정도로 국내정치에 대한 대응에 집중해왔습니다.
한편, 이러한 회의가 아시아에서 조직되는 대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산업적 팽창 때문에, 물-에너지도 emerging market의 일부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적극적으로 사유화, 주식상장, 지분매각 등을 통해서 금융화됩니다.
필수서비스 사유화에 대한 사회운동의 접근방식
공공부문의 사유화 반대에 있어허 해당 노조들은 주로 고용, 임금, 노동조건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고 이러한 문제가 신자유주의의 문제라는 인식정도에서 사유화반대투쟁을 진행합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특히 사회운동들의 문제제기는 물-에너지에 대한 인민의 권리, 환경에 대한 권리, 정보의 공개-참여 등에 대해서 접근하는 방식이더군요. 인민의 보편적 권리의 한 항목이라는 것으로 말이죠.
노조와 사회운동의 접근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고, 노조에 있어서도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지난 사유화 반대투쟁들을 평가할 필요가 있을 텐데요, 남한에서는 사유화에 대해서 공공성-국부유출 이런 방식으로 비판하기는 했는데, 그게(국부유출은 민족주의적인 구호고, 공공성이라는 구호는) 인간-시민의 권리라는 방식과 유사하기는 하지만 꼭 같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사용하는 개념도 차이가 나는데, 회의 제목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만 남한에서 "공공 public 서비스"라고 부르는 것들을 그곳 논의에서는 "필수 essential 서비스"라고 부릅니다.)
공공성 수호라는 구호는 국가가 이런저런 항목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데 더 중점이 있는데, 인간-시민의 권리라는 것은 인권의 항목으로 바라보는 것으로서 접근 방식이 다른 거죠. 공공성 구호가 남한에서 중심이었던 것은 국가가 그만큼 강력했기 때문이기도하고, 따라서 사회운동이 국가와 투쟁하는 것에 비중을 두는 상황에 근거하는 것같습니다. 그러나 그것때문에 이 투쟁이 보편적인 인권-시민권을 확장하는 투쟁으로 나가지 못하고 코포라티즘에 수렴될 위험성도 매우 강한 것이 사실입니다.(그런 점에서 저는 "사회공공성" 구호에 대해서는 항상 "?"를 칩니다.) 물론, 국가의 책임을 강제한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함의가 있고 그런 점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여튼 남한의 정세에서 운동에도 그런 효과가 발생한 셈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국가를 상대화하는 대안까지 함께 고려하고 운동에 기입해야한다는 점.
특히 에너지의 경우 지구온난화 문제와 함께 결합해서 인식할 필요성
이번 프로그램에서 가장 관심있게 들었던 발제는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에너지부문의 노동자운동이 여기에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취지에서 배치되었습니다. (옆 사진에서 발제하는 사람은 Red Constantino라는 그린피스 활동가)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는 다른 자료를 참조하면 될 테니 여기서는 생략. 다만 도쿄협정의 CO2 감축 요구는 선진국 정부의 무시는 물론이려니와, 그 자체로도 에너지가격을 높이면서 빈곤층, 노동자에게 고통을 심화한다는 점을 인식해야하고 그런 측면에서 민주적 통제, 세계화반대와 함께 인식해야한다는 접근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운동이 체제에 부담을 주고 체제전복적이어야한다는 주장은 월러스틴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그러나 환경과 관련된 '산업'자체가 성장할 수 있고, 자본은 여기서도 이윤을 얻을 수 있죠. 그런 점에서 환경규제가 '체제에 부담'을 주는 것인지는 논란이 있습니다. 다만 자본주의 자체가 인간이라는 종이 지구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도록 하는 물질적 한계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 이것은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혹한, 주체없는.. 폭력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인류의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보편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다른 운동적 접근이 필요할 것같습니다.)
남한에서도 공공연맹 안에 에너지관련노조들과 환경운동연합 등이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라는 것을 구성해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에너지 소유-운영구조에 관심이 집중된 측면이 있고 지구온난화문제 등 보다 넓은 환경운동의제에 대해서는 접근이 부족한 점도 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도 노조들의 인식이 가지는 편차는 크게 드러나더군요. 환경운동단체들의 주장이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같이 할 수 있냐 없냐가 갑론을박. 인도의 어떤 참가자는 화해불가능이라고 주장하기도. 생태주의를 노조의 이념으로 수용하는 것이 중요할 텐데, 에너지 부문 노동자 당사자들, 특히 주변-반주변의 노동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경로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 체제 대안이라는 것이 해당 부문의 노동자에 대한 대안을 필수적으로 포함하지 않으면 안되겠죠. 특히 환경운동 진영과 함께 노동자 운동이 고민하면서 공동의 "전략적 합의"를 국제적인 수준에서 만들어낼 필요가 있는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너지분야 분임토론에서 이런 주장을 언급하긴 했는데, 다른 참가자들은 좀 시근퉁 하더군요 ─_─;;)
사유화와 젠더
프로그램 중에는 물과 전력의 사유화가 여성에게 특히 문제라는 내용의 워크샵이 있었습니다. 여성이 '가사'유지와 더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인데요, 특히 가정을 유지하는 임무가 여성에게 주어지며, 특히 물의 경우 여성이 획득하도록 요구받는다는 점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가족구조에서 물을 확보하는 것이 여성의 임무로 규정된 이상 여성들은 물을 얻기 위해서 더 힘든 조건에 처할 수밖에 없죠. 또한 생계를 부양하는 빈곤여성의 경우 공공요금의 인상은 더 큰 부담이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성노동자에 대한 해고만이 아니라, 필수서비스, 특히 물의 사유화가 여성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이러한 논의를 통해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전 발제를 했던 PSI--국제공공노련--는 성주류화전략에 입각해서 여성에 대한 구조조정이 국가의 노동력 개발이나 생산성에도 역행한다는 입장으로 이야기하는데 그건 좀 그렇더군요.) 여성노동자의 측면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여성일반의 문제로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특히 정규적인 노동자 인구가 적은 주변부 국가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더욱 의미가 있겠더군요. (남한과 같은 사회라고 예외는 아닙니다만.)
그런데 이런 문제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유화 반대운동을 생계부양자로서의 여성의 피해가 가중된다는 식으로 진행할 수 있는가는 고민이 필요한 것같습니다. 여성을 사유화 반대투쟁에 동원할 수 있기는 할텐데, 가족 내 여성의 위치를 당연히 전제하면서 고정하는 효과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주변부국가에서 지역차원에서 여성들을 조직하는데는 의미있는 경로일 수는 있겠군요. 가족 내에서 불평등한 여성의 역할을 전제하고 여성을 조직하는 방식은 꼭 이런 예만이 아니라도 학부모의 역할, 가족 내 돌봄노동의 역할 등 여러가지가 있을 텐데, 어떤 의미일지 어떤 방식의 접근이 필요한지는 고민해보아야할 것같군요.
<더 이어지는 내용은 다음 포스트에. 글이 너무 길어지는군요>
7월 초중순 열흘정도를 태국에 다녀왔습니다.
이런 일정들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Asian Labor Assembly Privatization Of Essential Service (Focus on Water and Power)
/ 7월 8일~12일
Conference on A Decade After : Recovery and Adjustment since the East Asian Crisis
/ 7월 12일~14일
Understanding Global Finance, Bulilding International Resistance / 7월 15일~17일
주로 남-동남아시아의 사회운동, 노조를 중심으로 하는 행사들이었습니다. 첫번째 것은 '주빌리사우스-아시아태평양'에서 주관한 노조단위의 회의였고, 공공노조, 공무원노조 동지들과 참석. 뒤의 것들은 노조활동가들도 있었지만 주로 NGO, 학자들이 참석하는 회의였습니다.
원래는 공식참가 예정이었지만 노조활동 쉬고하는 바람에 개인자격으로 참가. 다소 경제적-정치적 부담이 있기는 했지만, 하긴 덕분에 공식참가였다면 함께하기 힘들었을 국제금융 관련 일정까지 함께 참석할 수 있었으니 불행중 다행 혹은 전화위복이랄까요. 주로 회의들에 참가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서 글을 몇개 쓰겠지만, 우선 태국이란 나라에 다녀왔으니 회의와 무관한 그 곳 느낌부터.
무엇보다 사람에 대해서 말하자면, 열흘정도, 피부색이 진한 사람들과 함께 있다 보니까 사람을 보는 미美적인 취향도 바뀌더군요. 피부색이 진한 사람들이 더 친근하고 익숙하고, 어쩌다 가끔 보는 (주로 관광객들인) 한국인들을 보면, 뭔가 피부색도 희멀건한 것이 인상도 밋밋하게 느껴지고 그렇더라구요. 역시 익숙한 게 아름다워 보이는 건지, 아니면 (저를 포함해서) 한국 사람들 인상이 평면적이라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음식도 태국음식도 잘 맞고 특히 인도음식이 아주 취양에 맞더군요. 흠;; 인종주의적인 미적 기준이나 그런게 얼마나 부질없는지 혹은 상대적인 것에 불과한지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밑에 캄보디아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그곳 어린이들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태국이야, 캄보디아보다는 잘 사는 나라이지만(그렇다고 해도 1인당 GNP는 남한의 1/7 수준입니다.) 유사한 혹은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갖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번째 회의는 휴양지로 유명한 파타야의 소박한 호텔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그 곳에는 백인남자들이 태국 아가씨들을 한명씩 데리고 다니는 게 길거리의 주된 풍경입니다. 말하자면 '현지애인'일 텐데 변형된 형태의 매매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구걸하지는 않지만 젊은 여성들에게 이 것이 생존방식이 되는 곳. 파타야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에 다녀온 분의 말에 따르면, 젊은 한국 남성들(기껏해야 20대 후반으로 보이는)들까지 그렇게 하고 있더라는군요.. 착찹한 일입니다.
뒤의 두 회의는 방콕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방콕에 세계의 배낭여행족들이 모이는 곳으로 유명한 '카오산 거리'라는 곳이 있죠. 정말 상인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외국인인 거리.(아래 사진)
이곳에서 보니, 태국관광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더 보입니다. 의식주 관련된 것을 제외하자면 주로 있는 것들이 (그 유명한 태국) 맛사지, 피부관리, 미장원과 같은 일종의 하인노동들인 대인서비스들과 디스코텍, 바와 같은 유흥업소들.
결국, 낮은 임금에 기반해서 값싸게 고급 대인 서비스를 받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중심부국가의 관광객들이 오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앞서 말한 '현지애인'이나 매매춘도 그 일부겠죠. 태국은 이런 방식으로 관광산업에 '특화'한 셈입니다.
(사실 태국에 대표적인 '볼거리'인 불교 사원들은 화려하기는 하지만 인접한 캄보디아 같은 곳에 비해서 크게 볼거리가 있나 싶은데다가, 해변도 필리핀 등에 비해서는 그리 훌륭한 편이 아니라는 게 중평입니다. 그러니 태국의 관광산업에는 이렇게 '다른 요소'가 있는 셈입니다.)
저도 맛사지도 받고 했지만, 이런 것들이 세계체계 안에서 불평등한 구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되더군요. 특히 이런 하인서비스는, 참.
태국에 또 다른 모습이 이와 관련되기도 합니다. 방콕에는 서울 못지 않게 고층빌딩이 많습니다. 국제금융 회의 중에 들으니 이들 중 상당수는 초민족 금융자본이나 금융거래와 관련된 기업의 것들이라고 하는군요. 그렇지 않으면 호텔, 쇼핑센터이거나 말이죠. 방콕은 동남아시아에서 나름대로 유력한 초국적 금융도시(혹은 그것을 지향하는 도시)인데, 이를 위한 인프라가 매우 비동시대적으로 갖추어져있는 셈입니다. 고층 빌딩 사이에는 화려한 쇼핑 센터도 있습니다. 외국인들로 넘치는 이 곳은 Siam센터라는 방콕 중심부의 복합건물로 세계의 명품들이 전시, 판매됩니다. (아래 사진)
태국은 국내의 산업기반은 거의 없지만 금융자유화와 매우 저렴한 도시 서비스(하인노동을 포함해서)를 통해서 금융센터를 유치하는 전략을 취한다고 볼 수 있겠죠. 서울도 이런 동아시아의 도시들과 같은 목표를 향해서, 유사하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거리에는 왕의 재위 60년과 팔순을 축하하는 기념물과 사진이 즐비하고, 이를 축하하는 단체복을 시민들이 유니폼처럼 입고 다니며, 군부쿠데타 이후 이들이 헌법제정을 논의하고 있는 곳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해당 국가의 정치체계가 심지어 봉건적이라고 해도 금융자본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왕실 문장이 새겨진 노란색 반팔T를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매주 월요일마다 반드시 입어야하고, 사기업에도 '권장'된다는 군요. 심지어 TV 뉴스 아나운서과 출연자들까지 노란색T를 입고 방송.)
그런 점에서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통화위기가 태국에서 시작된 것이 꼭 우연은 아닐 겁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생산과 무관한 자본운동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항상-이미 비동시대적인 착취구조를 전제한다는 것도 눈앞에서 볼 수 있지요.
방콕은 그래서 서울의 다른, 더 적나라한 모습.
이런 비동시대성은 이곳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녁 시간, 카오산거리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에 하나는 서울의 홍대앞과 유사한 클럽문화입니다. 밴드들이 직접 연주-노래하고 젊은 사람들이 춤을 추는 곳. 그곳에 유명하다는 The Club라는 곳에 일행들과 함게 가게 되었는데요, 그곳은 전혀 또 다른 세계더군요. 그곳의 밴드가 하는 락 음악은 미국이나 영국, 한국과도 그리 다르지 않은 것이었습니다.(물론 미국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태국의 노래도 다르지 않더라는 것) 음악이나 분위기까지도 익숙한 것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어색한 느낌. 광케이블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이동하는 금융자본처럼 문화도 그렇게 이동하는 셈인데, 역시 너무나 비동시대적으로 느껴졌던 겁니다. 그렇다면 그 밴드들에게, 그 음악은 무엇일까, 혹은 그들과 남한의 밴드들과 영국와 미국의 밴드들은 같은 음악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같은 것인가.
낯선 외국에서 금융세계화 시대, 지구적인 비동시대성에 직면하는 또 하나의 순간.
그런 비동시대성의 시간들을 압축적으로 만났습니다.
=====
회의 내용들과, 그곳에서 만난 운동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트에 쓰도록 하죠.
=====
위에서 태국의 사원들이 볼거리가 별로 없다고 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느꼈던 것은 두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습니다. 타국 문화와 유산에 대한 폄하이거나 혹은 어떤 오리엔탈리즘일 수도 있지만, 그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언급하자면 이렇습니다.
하나는, 작년에 와서 처음에 볼 때 놀랐던 그 규모, 황금으로 번쩍이는 것들에 대해서 다른 방식으로 보게 되었다는 점.
옆에 불상은 Wat Traimit라는 사원의 유명한 황금불상입니다. 중세시기에 무려 5.5톤의 황금으로 만들어진 불상. 이건 중요한 문화유산이기는 하지만, 석가모니의 가르침이 5.5톤의 황금에 어울리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그 시기의 많은 금들이 현재의 태국을 구성하는 시암족들이 크메르왕국에서 약탈한 것이라는 점에서도요. 황금으로 도금한 세계최대의 와불상이 있는 Wat Pho 사원에도 다시 가보았지만 처음 보았을 때의 놀라움과는 달리 (그 나라의 문화유산에 대한 존중을 부족하다는 점에서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가슴이 횡한 느낌.
더구나 왕이 미륵불이라고 믿는 불교 나라라는 점에서, 불교가 직접적인 왕정 이데올로기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의 '호국불교'나 시청앞 극우 시위에 나서는 대형 기독교 교회들도 마찬가지죠) 종교가 보편적인 어떤 이념이고자 하길 멈추고 국가 이데올로기가 되는 이상, 황금불상과 같은 것으로 그 권위를 세워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겠죠. (이런 점 역시 우리나라의 종교들을 비추어보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얼마전 앙코르와트를 보았다는 것과 연관됩니다. 많은 양식들이 시암족이 그들로부터 독립했던 크메르왕국을 모방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좀 노골적이기도 해서, 방콕에 묵었던 호텔 로비에 걸려있는 장식품들은 태국의 것이 아니라 앙코르와트 유적의 모작이더군요. 심지어는, 태국 국제공항의 출국대를 나서면 보이는 조형물은, 앙코르와트 유적에서 볼 수 있는 힌두교 신화에 대한 조형물입니다. 불교국가인 태국에서 힌두교 신화 조형물이라니 원.(아래 사진)
이 조형물은 힌두교 신화 중에서 비슈누 신이 악마와 신들을 동원해서 불사의 약을 만들기 위해서 1000년 동안 '우유바다'를 휘젖는다는 내용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불교가 힌두교 신화들에 함께 기반하고는 있지만, 좀 너무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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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산/세르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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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서비스의 공공성문제를 다른 관점(인권의 문제)으로 볼 필요와 그것의 해결을 국제적-지역적 차원에서 해야한다는 점은 신선하군요.그러고보면 남한은 정치, 사회, 경제발전에서 해온 국가의 강력한 조정자역할(특히 특정 산업의 보호와 규제라는 측면에서)탓에 좌파들도 그런 구조에 순응하면서 그것에 기대는 전략을 추진해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역시 특정한 사회의 정치,경제적 발전과 주조과정은 노동자운동의 이념과 접근방식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필수 서비스의 문제를 지구온난화,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국제적-지역적 차원에서 협력해야한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한가지를 더 바라봐야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수단의 다르푸르 지역같은 경우가 그 좋은 예인 것 같습니다.
2003년부터 시작된 다르푸르 사태로 최근까지 20만명 이상이 숨지고 25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다르푸르 사태의 원인으로는 주로 아랍계와 흑인계 주민 사이의 인종·종교·문화적 갈등과 식민지 시절 분리 통치의 폐해, 그리고 아랍계 민병대 주도의 대량 학살에 대한 수단 정부의 조종 등이 거론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언급한 정치·사회적 차원도 사태를 악화시킨 부분이 있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 파괴 및 물과 토지 등 자원 부족이 다르푸르 사태를 심화·지속시키는 한 원인이라고 지적해 왔습니다.
극심한 가뭄 때마다 다르푸르에서 폭력 갈등이 터져 나온 것도 우연은 아니라는 것이죠.
유엔환경계획도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강우량이 급감하면서 북부 다르푸르 지방을 시작으로 초원 등의 사막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자 북쪽에 머물던 아랍계 유목민들이 물을 찾아 남쪽으로 이주했고, 흑인계 주민들과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보스턴 대학 연구팀이 위성과 레이더 자료를 분석해보니 다르푸르 북쪽에서 면적이 3만750㎢에 달하는 호수의 흔적을 찾아냈는데 이정도의 크기면 벨기에 영토에 버금가며, 세계에서 열번째로 큰 호수인 미국 오대호의 이리호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문제는 연구팀이 수단 정부와 협력해 호수에 1000개가량의 우물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이집트 정부도 이중 20개의 우물을 파는 작업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이것이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칠 지,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게 될지가 매우 의심스럽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면, 이런 일들이 급속도로-특히 아시아나 아프리카같은 가난한 지역-확대될텐데, 이 문제를 대하는 각 이해주체들이 더이상 자신의 관점만을 고수하기에는 상황이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일 것 갑습니다.
(이미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물 공급 문제로 매우 사이가 안 좋아졌었죠)
물 부족으로 인한 공급문제와 개발-유지, 그것의 배급문제를 둘러싸고 환경단체-노조-일반민중들이 새로운 관점에서 공동의 협력을 유지하면서 국제적인 차원의 지배계급들의 논리와 개입에 대항하지 않으면 기존의 물 자원에 대한 사유화문제만이 아니라 '사라져가는 물'에 대한 접근 자체에도 제약을 받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즉, "지구온난화 시대"인 지금에는 물같은 필수서비스의 문제도 기존 접근에 약간 시야가 더 보태져서 "기존 물 자원"을 전제로 한 관점도 중요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점점 사라지면서 희소가치를 띄고 있는 물이라는 자원을 둘러싼 현재의 경향을 전제로 하는 인식으로 확장되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인권의 관점에 기인한 생존권의 문제는 물론이고, 자칫 전혀 예상치 못하게 해당 지역을 평화냐 전쟁이냐의 분깃점에 놓을 정도로 이 문제는 중요한 쟁점으로 돌연변이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여러차원의 문제가 한 이슈에 전부 응축되 폭발할 가능성이 많아보입니다)
어우.... 글이 무지 길어졌네요.
앞으로도 시야를 더 넓히는 글들을 자주 써주시길....
(추천 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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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것처럼 물과 관련해서는 환경적인 문제, 국제정치적인 문제까지 다 얽혀서 매우 어려운 것같습니다. 이번 회의에서도 중요한 내용중에 하나가 (아세안 국가들에서 참석하다보니) 메콩강 유역의 개발문제였습니다. 중국-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지류까지 따지면 태국)에 걸친 메콩강 유역은 2030년까지 180여개의 댐을 건설하는 계획이 있다고 합니다.이 댐들은 주로 수력발전을 위한 것인데, 이들이 만드는 댐유역의 환경파괴는 물론이고 국제적인 분쟁으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상류에서 중국이 몇개의 댐을 짓는가가 하류의 유량과 관계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것은 곧 주변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물과 관계됩니다. 게다가, 댐을 통해서 유량을 '조절'하면 최종적으로는 배트남 남부지역의 메콩 삼각주 지역이 지속적으로 '염화'되어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다고 하는군요.
그렇게 되면 해당지역 주민들의 생존권 문제는 물론이고, 그 지역의 '소수민족'인 캄보디아인들부터 시작해서 대규모 난민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것은 인도차이나지역의 분쟁으로 연결될 수도 있고, 등등.
그밖에도 네팔과 인도, 방글라데시도 마찬가지고, 강이 국경을 통과하는 어디에서든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언급하신 것처럼 사회운동의 국제적인 수준의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도 회의에서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결국 부족한 물자원'에 대해서 협력-연대의 자세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초민족 자본들의 물 산업에 대한 진출는 이런 분쟁을 가속화할텐데, 물가격의 상승은 물론이지만, 이들 자본들이 서로 민족주의적 논리를 동원할 가능성이 많겠죠. 지역의 정치인들은 물론이구요.)
대중들이,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회운동들이 민족주의적 이해를 넘어서는 것이 시급한 점일 겁니다. 이런 점에서도 운동들의 국제주의가 필요할 텐데, 정말정말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운동들의 변화는 물론이려니와, 이러한 지역에서 호혜적이고 평화적인 지역협력체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쟁점이 될 것같습니다. 이것이 현실적인 문제가 되는 것은.. 각국의 국가차원의 '생존전략'이 역시 달려있다는 것인데요. 라오스같이 자원도 지정-지경학적 이점도 거의 없는 매우 빈곤한 나라의 경우 메콩강 유역에 건설을 추진중인 30여개의 댐이 절실한 것이 사실입니다.(동남아아시아에서는 아세안이 그렇게 발전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지역차원에서 국가간체제를 민주화하는 과정--그리고 대안적인 '발전전략'(<-요건 좀 논란이 될 수도 있겠지만서도)에 대한 고민이 병행되어야겠죠.
(지역차원의 국가간 체제와 관련된 쟁점은 저도 이번에 가서 많이 고민하게 되었는데, 더 많은 쟁점이 있는 만큼 고민했던 점에 대해서는 정리해볼까 생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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