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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며칠간 ; 비동시대성

7월 초중순 열흘정도를 태국에 다녀왔습니다.

 이런 일정들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Asian Labor Assembly Privatization Of Essential Service (Focus on Water and Power)

/ 7월 8일~12일
Conference on A Decade After : Recovery and Adjustment since the East Asian Crisis

/ 7월 12일~14일
Understanding Global Finance, Bulilding International Resistance / 7월 15일~17일

주로 남-동남아시아의 사회운동, 노조를 중심으로 하는 행사들이었습니다. 첫번째 것은 '주빌리사우스-아시아태평양'에서 주관한 노조단위의 회의였고, 공공노조, 공무원노조 동지들과 참석. 뒤의 것들은 노조활동가들도 있었지만 주로 NGO, 학자들이 참석하는 회의였습니다.

 

원래는 공식참가 예정이었지만 노조활동 쉬고하는 바람에 개인자격으로 참가. 다소 경제적-정치적 부담이 있기는 했지만, 하긴 덕분에 공식참가였다면 함께하기 힘들었을 국제금융 관련 일정까지 함께 참석할 수 있었으니 불행중 다행 혹은 전화위복이랄까요. 주로 회의들에 참가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서 글을 몇개 쓰겠지만, 우선 태국이란 나라에 다녀왔으니 회의와 무관한 그 곳 느낌부터.

 

무엇보다 사람에 대해서 말하자면, 열흘정도, 피부색이 진한 사람들과 함께 있다 보니까 사람을 보는 미美적인 취향도 바뀌더군요. 피부색이 진한 사람들이 더 친근하고 익숙하고, 어쩌다 가끔 보는 (주로 관광객들인) 한국인들을 보면, 뭔가 피부색도 희멀건한 것이 인상도 밋밋하게 느껴지고 그렇더라구요. 역시 익숙한 게 아름다워 보이는 건지, 아니면 (저를 포함해서) 한국 사람들 인상이 평면적이라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음식도 태국음식도 잘 맞고 특히 인도음식이 아주 취양에 맞더군요. 흠;; 인종주의적인 미적 기준이나 그런게 얼마나 부질없는지 혹은 상대적인 것에 불과한지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밑에 캄보디아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그곳 어린이들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태국이야, 캄보디아보다는 잘 사는 나라이지만(그렇다고 해도 1인당 GNP는 남한의 1/7 수준입니다.) 유사한 혹은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갖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번째 회의는 휴양지로 유명한 파타야의 소박한 호텔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그 곳에는 백인남자들이 태국 아가씨들을 한명씩 데리고 다니는 게 길거리의 주된 풍경입니다. 말하자면 '현지애인'일 텐데 변형된 형태의 매매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구걸하지는 않지만 젊은 여성들에게 이 것이 생존방식이 되는 곳. 파타야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에 다녀온 분의 말에 따르면, 젊은 한국 남성들(기껏해야 20대 후반으로 보이는)들까지 그렇게 하고 있더라는군요.. 착찹한 일입니다.

 

뒤의 두 회의는 방콕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방콕에 세계의 배낭여행족들이 모이는 곳으로 유명한 '카오산 거리'라는 곳이 있죠. 정말 상인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외국인인 거리.(아래 사진)

 

이곳에서 보니, 태국관광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더 보입니다. 의식주 관련된 것을 제외하자면 주로 있는 것들이 (그 유명한 태국) 맛사지, 피부관리, 미장원과 같은 일종의 하인노동들인 대인서비스들과 디스코텍, 바와 같은 유흥업소들.

 

결국, 낮은 임금에 기반해서 값싸게 고급 대인 서비스를 받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중심부국가의 관광객들이 오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앞서 말한 '현지애인'이나 매매춘도 그 일부겠죠. 태국은 이런 방식으로 관광산업에 '특화'한 셈입니다.

 

(사실 태국에 대표적인 '볼거리'인 불교 사원들은 화려하기는 하지만 인접한 캄보디아 같은 곳에 비해서 크게 볼거리가 있나 싶은데다가, 해변도 필리핀 등에 비해서는 그리 훌륭한 편이 아니라는 게 중평입니다. 그러니 태국의 관광산업에는 이렇게 '다른 요소'가 있는 셈입니다.)

 

저도 맛사지도 받고 했지만, 이런 것들이 세계체계 안에서 불평등한 구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되더군요. 특히 이런 하인서비스는, 참. 

 

태국에 또 다른 모습이 이와 관련되기도 합니다. 방콕에는 서울 못지 않게 고층빌딩이 많습니다. 국제금융 회의 중에 들으니 이들 중 상당수는 초민족 금융자본이나 금융거래와 관련된 기업의 것들이라고 하는군요. 그렇지 않으면 호텔, 쇼핑센터이거나 말이죠. 방콕은 동남아시아에서 나름대로 유력한 초국적 금융도시(혹은 그것을 지향하는 도시)인데, 이를 위한 인프라가 매우 비동시대적으로 갖추어져있는 셈입니다. 고층 빌딩 사이에는 화려한 쇼핑 센터도 있습니다. 외국인들로 넘치는 이 곳은 Siam센터라는 방콕 중심부의 복합건물로 세계의 명품들이 전시, 판매됩니다. (아래 사진)

 

태국은 국내의 산업기반은 거의 없지만 금융자유화와 매우 저렴한 도시 서비스(하인노동을 포함해서)를 통해서 금융센터를 유치하는 전략을 취한다고 볼 수 있겠죠. 서울도 이런 동아시아의 도시들과 같은 목표를 향해서, 유사하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거리에는 왕의 재위 60년과 팔순을 축하하는 기념물과 사진이 즐비하고, 이를 축하하는 단체복을 시민들이 유니폼처럼 입고 다니며, 군부쿠데타 이후 이들이 헌법제정을 논의하고 있는 곳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해당 국가의 정치체계가 심지어 봉건적이라고 해도 금융자본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왕실 문장이 새겨진 노란색 반팔T를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매주 월요일마다 반드시 입어야하고, 사기업에도 '권장'된다는 군요. 심지어 TV 뉴스 아나운서과 출연자들까지 노란색T를 입고 방송.)

 

그런 점에서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통화위기가 태국에서 시작된 것이 꼭 우연은 아닐 겁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생산과 무관한 자본운동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항상-이미 비동시대적인 착취구조를 전제한다는 것도 눈앞에서 볼 수 있지요.

방콕은 그래서 서울의 다른, 더 적나라한 모습.

 

이런 비동시대성은 이곳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녁 시간, 카오산거리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에 하나는 서울의 홍대앞과 유사한 클럽문화입니다. 밴드들이 직접 연주-노래하고 젊은 사람들이 춤을 추는 곳. 그곳에 유명하다는 The Club라는 곳에 일행들과 함게 가게 되었는데요, 그곳은 전혀 또 다른 세계더군요. 그곳의 밴드가 하는 락 음악은 미국이나 영국, 한국과도 그리 다르지 않은 것이었습니다.(물론 미국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태국의 노래도 다르지 않더라는 것) 음악이나 분위기까지도 익숙한 것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어색한 느낌. 광케이블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이동하는 금융자본처럼 문화도 그렇게 이동하는 셈인데, 역시 너무나 비동시대적으로 느껴졌던 겁니다. 그렇다면 그 밴드들에게, 그 음악은 무엇일까, 혹은 그들과 남한의 밴드들과 영국와 미국의 밴드들은 같은 음악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같은 것인가.

낯선 외국에서 금융세계화 시대, 지구적인 비동시대성에 직면하는 또 하나의 순간.

 

그런 비동시대성의 시간들을 압축적으로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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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내용들과, 그곳에서 만난 운동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트에 쓰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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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태국의 사원들이 볼거리가 별로 없다고 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느꼈던 것은 두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습니다. 타국 문화와 유산에 대한 폄하이거나 혹은 어떤 오리엔탈리즘일 수도 있지만, 그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언급하자면 이렇습니다.

 

하나는, 작년에 와서 처음에 볼 때 놀랐던 그 규모, 황금으로 번쩍이는 것들에 대해서 다른 방식으로 보게 되었다는 점.

 

옆에 불상은 Wat Traimit라는 사원의 유명한 황금불상입니다. 중세시기에 무려 5.5톤의 황금으로 만들어진 불상. 이건 중요한 문화유산이기는 하지만, 석가모니의 가르침이 5.5톤의 황금에 어울리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그 시기의 많은 금들이 현재의 태국을 구성하는 시암족들이 크메르왕국에서 약탈한 것이라는 점에서도요. 황금으로 도금한 세계최대의 와불상이 있는 Wat Pho 사원에도 다시 가보았지만 처음 보았을 때의 놀라움과는 달리 (그 나라의 문화유산에 대한 존중을 부족하다는 점에서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가슴이 횡한 느낌.

 

더구나 왕이 미륵불이라고 믿는 불교 나라라는 점에서, 불교가 직접적인 왕정 이데올로기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의 '호국불교'나 시청앞 극우 시위에 나서는 대형 기독교 교회들도 마찬가지죠) 종교가 보편적인 어떤 이념이고자 하길 멈추고 국가 이데올로기가 되는 이상, 황금불상과 같은 것으로 그 권위를 세워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겠죠. (이런 점 역시 우리나라의 종교들을 비추어보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얼마전 앙코르와트를 보았다는 것과 연관됩니다. 많은 양식들이 시암족이 그들로부터 독립했던 크메르왕국을 모방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좀 노골적이기도 해서, 방콕에 묵었던 호텔 로비에 걸려있는 장식품들은 태국의 것이 아니라 앙코르와트 유적의 모작이더군요. 심지어는, 태국 국제공항의 출국대를 나서면 보이는 조형물은, 앙코르와트 유적에서 볼 수 있는 힌두교 신화에 대한 조형물입니다. 불교국가인 태국에서 힌두교 신화 조형물이라니 원.(아래 사진)

 

 이 조형물은 힌두교 신화 중에서 비슈누 신이 악마와 신들을 동원해서 불사의 약을 만들기 위해서 1000년 동안 '우유바다'를 휘젖는다는 내용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불교가 힌두교 신화들에 함께 기반하고는 있지만, 좀 너무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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