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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 정호승

너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정호승


불국사 종루 근처
공중전화 앞을 서성거리다가
너에게 전화를 건다

석가탑이 무너져내린다
공중전화카드를 꺼내어
한참 줄을 서서 기다린 뒤
다시 또 전화를 건다

다보탑이 무너져내린다
다시 또 공중전화카드를 꺼내어
너에게 전화를 건다

청운교가 무너져내린다
대웅전이 무너져내린다
석등의 맑은 불이 꺼진다

나는 급히 수화기를 놓고
그대로 종루로 달려가
쇠줄에 매달린 종메가 되어
힘껏 종을 울린다
너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 정호승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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