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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2

오늘은 집 앞 공원으로 나들이를 나갔습니다.

 

병원하고 사진관

그리고 엄마 아빠 때문에 백화점에 마구 끌려다녔던 걸 빼면

뭔가 그럴듯한 외출로는 처음입니다.

 

날씨가 좀 차가워져서

잘 안 입는 바지까지 차려입히고

유모차를 끌고 나갔습니다.

 

며칠 전 새로 구한 유모차로 공원을 한바퀴 돌려는 생각에

우리는 미루를 유모차에 태우고

 

첫 나들이니까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발사 직전의 우주인 모양으로 미루에게 안전벨트를 잔뜩 매어놓고

기세 좋게 출발할려고 했다가

 

미루가 마구 울어서

집 문에서 2미터 떨어진 엘리베이터까지 갔다

바로 철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날의 교훈을 되살려

오늘은 유모차를 따로 끌고 가고 애는 안고 갔습니다.

 

미루를 안고 나무 밑을 걸어가는데

세상이 갑자기 미루의 눈으로 보입니다.

 

커다란 나무들이 곳곳에 있고

무성한 나뭇잎들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갑니다. 

 

'아..저 나뭇잎은 왜 저런 모양이 됐을까?'

36살 남자가 갖기엔 너무 순수한 궁금함이 머릿 속에 떠오릅니다.

 

미루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불타는 호기심을 보입니다.

 

원래 장모님께서

미루가 세상일에 관심이 많은 눈이라고 하셨지만 그러려니 했는데

오늘 보니까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밑에서 위로 나무를 쳐다 보고 있으면

겹쳐져서 무성해 보이는 나뭇잎이 참 상쾌합니다.

 

바람이라도 불면,

'사삭~사사삭~' 하면서 흔들리는 게

더 없이 기분이 좋죠

 

오늘은 바람이 별로 안 불었지만

아이 눈은 지금까지는 직선을 보더라도 흔들리게 보이는 상태라니까

 

오늘 미루는 기분좋게 흔들리는 나뭇잎들을 본 셈입니다.

 

공원에서 만난 할머니는

'애를 너무 시원하게 입혔다'

'이제 겨우 두달된 애를 너무 빨리 밖에 데리고 나왔다' 는 둥 자꾸 잔소리를 하시면서

오늘 같은 외출의 훌륭한 조연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미루의 첫 나들이를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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