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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 2

주선생님께서 잠깐 밖에 나갔다 오시더니 말씀하십니다.

 

"공원에 보니까 조그만 애가 아빠랑 공 차는데..진짜 잘 차~

우리 미루도 빨리 그랬음 좋겠다..."

 

저는 대답했습니다.

 

"일단, 목부터 가누고..."

 

애가 어서 빨리 훌쩍 커버렸으면 하는 바램이 자꾸 생깁니다.

하지만 크는 것도 순서가 있는 법입니다.

 

돌이켜보면,

지금 이만큼 큰 것도 참 잘 해오고 있는 겁니다.

 

처음엔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일 때문에

'어서 빨리 컸으면..'하고 바라기도 했었습니다.

 

태어나고 2-3주간은 미루 콧구멍이 작아서

코딱지가 코에 꽉 차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것 때문에 숨을 잘 못 쉬기도 했습니다.

 

특히 젖먹을 때

계속해서 "쉭~쉭~" 소리를 내면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는 건

참 괴롭기까지 했습니다.

 

"헉..헉..저..저기, 나 좀 도와줘요.."

"아니, 이봐요..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예요?"

"수..숨을 쉴 수가 없어요"

"숨을 못 쉬겠다고요?...이..이런, 이걸 어쩌죠?"

"코에 코딱지가 꽉 차서, 수..숨을..커어억.."

 

만약 어른이 이랬다면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미루는 처음에 이랬습니다.

 

약국에서 코빼는 이상한 기구를 사다가 미루 코에 대고 씨름을 하기도 하고

주선생님의 지시로, 제가 직접 미루 코에 입을 대고 코딱지를 빨아내기도 했었습니다.

모두 실패였습니다.

 

근데 어느 덧 미루는 벌써 많이 컸습니다.

코도 커지고 콧구멍도 넓어졌습니다.

어른 코딱지만한 게 항상 코 속에 있지만 숨만 잘 쉽니다.

 

이런 것 말고도 미루가 참 많이 자랐다는 증거는 여러가집니다.

 

아침엔 몇 차례나 활짝 웃었습니다.

다리 힘도 많이 세져서, 안다가 잘못 맞으면 가슴이 아픕니다.

머리는 두발규제에 반대하는 학생 마냥 긴데다 헝클어져 있습니다.

 

경륜이 붙은 것도 있습니다.

하도 젖을 빨아서 입술에 굳은살이 박혔습니다.

미루 생애 첫 굳은살입니다.

 

사실 평생 이 때 말고는 입술에 굳은살 박힐 일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중에 아무리 밥을 자주 먹어도, 아무리 뽀뽀를 많이 해도 이 정도는 아니겠죠

미루 입술의 굳은살은 2달짜리 젖먹이의 경륜의 표현입니다.

 

낮에 잠깐 슈퍼에 갔는데,

심부름 온 꼬마애가 똑부러지는 게 참 예뻤습니다.

 

미루가 심부름 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목을 가누는 게 당장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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