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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 싸우다

미루 엄마와 미루 아빠가 대판 싸웠습니다.

저와 주선생님이 싸웠다는 얘기입니다.

 

미루가 자지 않고 우는 데

미루 아빠는 그냥 놔두자고 했고

미루 엄마는 그러는 건 싫다고 했습니다.

 

미루 아빠는 미루 엄마가 너무 과민하다고 생각했고

미루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는 아빠가 못 마땅했습니다.

 

근데 사실 따지고 보면 이런 싸움은 정말 산후에나 있을 법한 일입니다.

서로 힘들고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할 때 말입니다.

 

며칠 전 주선생님께서 하루 종일 무한한 짜증을 부린 날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놀랍게도 그 짜증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 넘기며 하루를 잘 보냈었습니다.

 

밤에 주선생님이 책상 위에다 메모를 남겼더군요.

 

'할 말이 있소. 뒤를 보시오'

 

저는 주선생님이 저를 놀라게 하려고

제 뒤에서 무서운 얼굴로 서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더 무서운 얼굴을 하고 "획~"하니 뒤를 돌아봤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더 무서웠습니다.

 

알고 보니, 종이의 뒤를 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냥 '뒷면을 보시오'라고 하지.

 

뒷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자꾸 짜증내서 미안하오.

아직 인간이 덜 돼서 그러오.

산모는 인간이 아닌 듯 하오.

얼렁 인간이 되어 상구에게 짜증 안내도록 하겠소. 졸리네..

(여기서 갑자기 존대말로 바뀌었습니다. 정말 졸렸나 봅니다.)

많은 양해 바랍니다.

글고 사실 많이 고맙고 자랑스럽고 안쓰럽고 그렇소.

힘냅시다!'

 

이렇게 주선생님은 나름대로 노력 중이었는데, 결국은 우리가 싸우고만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어제의 싸움은 제가 진 겁니다.

왜냐하면, '게임의 법칙'을 어겼기 때문입니다.

'꽥~'소리를 질렀거든요.

 

이래저래 수습이 안돼서 우리는 5분 안에 화해하는 원칙을 깨고 그냥 자버렸습니다.

 

다음날 아침, 이번에는 제가 편지를 썼습니다.

 

<앞장>

"뒤를 보시오.."

 

<뒷장>

"현숙아 미안해..어쩌고 저쩌고...주저리 주저리..온갖 변명, 핑계 등등" 

 

결국, 우리 두 사람은 금새 화해를 했습니다.

 

역시 두 사람의 대화와 타협 능력은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정도는 훌륭하다고 해도 괜찮을 듯 합니다. 

사실, 아이를 키우는 상황에서 인격 수양은 불가능하지만, 어쨌든 앞으로는 좀 더 잘해야겠습니다.

 

그나저나, 화가 풀리고 주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는데

자기도 뒤를 돌아봤다고 합니다. 꽤 무서웠을 것 같습니다.

 

또 지난 밤 얘기도 해주었는데

화가 난 걸 표현하기 위해, 안방으로 안 들어오고 거실에서 자다가 모기에 물렸다고 합니다.

참, 불쌍한 주선생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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