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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전쟁

"으악~~"

 

"왜 무슨 일이야?"

 

얼마전 일입니다.

 

주선생님이 미루 젖을 먹이는 동안

다른 곳에 앉아 있던 저는

느닷없는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갔습니다.

 

"현숙아, 왜 그래..괜찮어?"

 

"으...피가 나.. 어떡해..."

 

주선생님께서는,

피부가 딱 저를 닮아서 안 그래도 땀을 많이 흘리는데다

하필이면 여름 직전에 태어난 미루가 불쌍하다면서

 

귀 뒤, 목, 팔꿈치 반대편, 무릎 반대편 등

주로 미루 몸 중 '접히는 부분'에 대해 부쩍 신경을 많이 쓰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젖을 먹이다

마침 귀 뒤가 좀 지저분하다 싶어서

거즈로 닦아 낸다는 것이, 아마도 벅벅 문질렀나 봅니다. 피가 날 정도로...

 

안 그래도 이런 저런 걱정이 태산인 주선생님,

굉장히 괴로워합니다.

 

저는...그 와중에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때 목욕탕에 갔었는데

 

같이 간 아버지가

"야, 상구야~너 때 한번 밀어달라고 해보까?"하시면서

저를 때밀이 아저씨한테 맡기셨습니다.

 

취직한 지 얼마 안됐는지, 의욕이 넘치던 그 아저씨는

3학년 짜리를 무슨 어른 다루듯이 하면서

두 손모아 힘차게 때를 밀었습니다.

 

그러다가 어이없게도 제 옆구리 피부를 홀랑 벗겨버리고 말았습니다. 피가 낫죠.

그때 참 많이 아팠었습니다.

 

갑자기 미루가 무척이나 안쓰러운 마음이 들더군요.

 

사실, 미루의 피 사건이 있기 전에

이미 한 차례 난리가 나긴 했었습니다.

 

어느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미루의 '접히는 부분'이 온통 새빨개지고 짓물러서

무덤덤한 저도 깜짝 놀랄 정도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병원으로 달려가서

의사 선생님한테 상담을 받고, 약 받아 오고

집에 돌아와서 목욕 시켜주고

그리고 정말 큰 맘 먹고 장만한 에어콘을 튼 다음에야 안심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까지 저는

주선생님께서 미루가 땀띠가 좀 심한거 아니냐고 하면

 

"괜찮아, 괜찮아..나도 어릴 때 땀띠 맨날 몸에 달고 살았거든?

근데 지금 봐봐~이 백옥 같은 피부~"

하면서 신경 안 써도 된다고 했었는데

 

이 때문에 사실은 아무 대책도 안 세우고 있다가

크게 당한 것입니다.

 

"어머, 이거 봐..귀에서 발 냄새가 나..."

"목이 또 왜 이래 이거...어휴 이 땀띠 좀 봐.."

 

이럴 정도가 되도 무심하게 있다가

미루를 그 지경으로 만든 것입니다.

 

그 이후 우리의 경각심은 계속 최고조 상태입니다.

 

주선생님께서 오늘 아침에는

자고 일어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꿈에...산후조리원에 있었는데

애가 눈이랑 얼굴에 두드러기가 왕창 난거야

의사가 와서, 애를 왜 이렇게 방치했냐고 뭐라고 하고..

어휴...암튼 디게 시달렸어.."

 

그 말을 듣고 전 생각했습니다.

 

'잠만 잘 자드만...'

 

아무튼

그 날 이후 우리는 정말 열심히

미루의 피부를 관리해줍니다.

 

목욕도 열심히 시켜주고

보습제도 발라줍니다.

짓무르는 곳은 적당한 수준에서 연고도 발라줍니다.

 

아직 목을 가누지 못해서 늘상 접혀 있는 목에

최대한 공기가 통하도록 이런 저런 노력을 합니다.

 

우리의 소원이 있다면

빨리 이 놈의 더운 여름이 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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