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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도 피곤하다

"지가 뭘 한게 있다고 피곤해, 피곤하긴~"

 

한참 전에 고모님이 오셔서 남기고 가신 말입니다.

 

책에 보니까

젖을 먹은 다음 40분쯤 놀다가 피곤해하면

그때부터 재우면 된다고 하길래

 

그대로 설명하다가 들은 이야기입니다.

 

사실, 뭐

저도 비슷한 생각이었습니다.

 

'지가 뭘 했길래..

...피곤하면 아빠랑 엄마가 훨씬 피곤하지

저는 그냥 먹고 놀기 밖에 더 했어?'

이게 제 속에 있는 '악마'의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속의 '천사'는 이렇게도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작은 애기니까 조금만 안 자고 깨어 있어도 피곤할거야..그럼, 그럼'

 

근데 미루는 젖을 먹은 다음에 한번 놀면

한 시간씩 놀았습니다.

 

그 한 시간 동안 미루는

다리를 막 움직여서 걷는 시늉도 하고, 손으로 만세를 불렀다가

랩 가수 처럼 희한하게 손을 꼬고

한쪽 손을 번갈아 가며 양쪽으로 쭉 뻗고

또 길거리 시위대처럼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권투선수처럼 두주먹을 위아래로 쥐고

손을 빨려고도 하고, 그러다 지 손에 얼굴을 몇 대씩 맞고 그럽니다.

 

참, 별 짓을 다합니다.

 

그러다가 피곤해지면,

손으로 귀를 쥐어뜯고, 눈두덩이가 빨개지고 하면서

금새 알아볼 정도로 방금 전하고 얼굴이 달라집니다.

 

'아..미루가 피곤하구나. 인제 재워야지...'

 

이런 생각을 하고 항상 재우는 시도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의 피곤함이 딱히 이해가 가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집에 놀러온 친구랑 있다가

애기는 조금만 놀아도 피곤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미루는 한 시간만 놀면 피곤해서 거의 미쳐버릴라고 그래..

이 때 안 재우면 난리가 뒤집어져~~"

 

친구가 대답했습니다.

 

"당연하지~!!"

 

애도 없으면서 다 아는 것처럼 대답하길래 좀 더 설명하길 기다렸습니다.

 

"어른한테 누워서 한 시간 동안 팔다리 흔들고 있으라고 해봐, 얼마나 피곤한가..."

 

아, 정말 일리가 있는 설명이었습니다.

 

친구가 간 다음에, 누워서 미루랑 똑같이 해보았습니다.

 

5분도 안 했는데, 숨이 턱에 닿았습니다.

힘들어서 더 이상 못했습니다.

혼자 누워서 그러는 제가 좀 미친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이 힘든 일을 한 시간씩이나 해 내는 미루는 참 대단한 앱니다.

 

게다가 요즘은 움직이면서 이상한 소리까지 내는데... 정말 대단한 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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