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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의 어려움

트랙팩님의 [아기가 자라고 있어요.] 에 관련된 글.

평소 존경하는 진경맘과 다섯병님께서

제가 집에 없는 사이

놀러오셨다 가셨습니다.

 

두 분께서는 놀러오시면서

미루에게 필요한 옷이며 장난감 같은 것들을

한 박스 담아오셔서,

한 여름의 산타클로스 분위기를 잠시 연출하셨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쁜 선물은

역시 수유쿠션입니다.

 

저희 집에도 수유쿠션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가 또 다른 훌륭하신 분에게 받은 수유쿠션은

워낙 그 역사가 오래돼놔서

눌리고 또 눌려 아주 납작해진 상태였습니다.

가히, 수유쿠션계의 쥐포라고 불릴만 했습니다.

 

주선생님께서는 그 동안 이 쥐포 위에 미루를 올려놓고

젖을 먹이느라고 그야말로 고생 또 고생을 했습니다.

 

주선생님께서는 일찌기

모유수유의 고통을 다음과 같은 행동을 통해 저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어느날 저는 너무 덥고

어디 밖에 나갈 일도 없어서 웃통을 벗고

모유수유 중인 주선생님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선생님이 갑자기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제 젖꼭지를 꽈~악 꼬집었습니다.

 

"아앗~~ 왜 그래?"

너무 기습적인 공격에 저는 몸을 파르르 떨며 물었습니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주선생님께서 대답하십니다.

 

"응...고통을 같이 나누고 싶어서.."

 

그냥 말로 해도 될텐데..그렇게까지 하는 걸 보니

혼자 아픈 게 좀 억울했던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 전날 밤에

주선생님께서는 수유하는 데 젖꼭지가 얼마나 아픈지를

저에게 말로 한참 설명하긴 했었습니다.

 

"빨래집게로 젖꼭지를 꽉 찝으면 어떨까? 많이 아프겠지?"

"으....정말 아프겠다.."

"그러고 나서 빨래집게를 빼.."

"..그리고..?"

"그러다가 그 아픔이 다 사라지기 전에..다시 꽉 찝어..어때?"

"으으으..생각만 해도 소름이 쫙 끼친다.."

"바로 그런 아픔이야..요즘 내가 아픈게.."

 

이렇게 힘이 드니까

특히 아침에 수유를 하고 나면 완전히 뻗어서 잠을 잡니다.

 

오늘 아침엔 6시에 수유를 했는데

가슴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다며 한참을 낑낑거렸습니다.

 

수유쿠션 하나로 모유수유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순 없고

또 주선생님이 아픈 게 꼭 수유쿠션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전 보다 훨씬 나아질 것 같습니다. 

 

오늘 받은 수유쿠션은

어릴때 길을 가다가 정말 충격적으로 뚱뚱한 배추벌레가

옆으로 말려 누워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걸 그대로 확대해 놓은 모양입니다.

 

우리 미루가 이 위에서 주선생님 아프지 않게

잘 먹고 잘 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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