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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고 싶은 욕구

옛날 일입니다.

 

어찌어찌 해서

제가 주선생님 앞에서  댄스를 추게 됐습니다.

 

가볍게 몸을 흔들면서 매혹적인 눈빛을 날리자

 

제 화려한듯 하면서도 절제된 춤을 보고

주선생님은 그게 무슨 춤인지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물었습니다.

 

"상구, 왜? 오줌 마려워?"

 

그 날 이후 저는 다시는 춤을 추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하는 일을 누가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는데

이게 안되니까 참 괴롭더군요.

 

근데

최근에는 제가 하는 일을

여기 저기서 알아주기 시작했습니다.

 

주선생님의 동생,

그러니까 처남이 어느날 전화가 와서 집에 놀러오겠다고 했는데

장모님이 말려서 안 온 일이 있었습니다. 

 

"야~형부가 살림하는데, 너 가면 형부만 힘들어~

나야 가면 내가 밥 해 먹으면 되지만 넌 니가 해먹을거냐?"

 

처남한테 장모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주선생님의 집은 주선생님과 바로 아래 동생이 여자이고 처남이 막내인데

위 두 사람의 영향을 받아서 처남은 저를 자꾸 '형부'라고 부릅니다.

 

아무튼, 그 말을 전해 듣고 전 기분이 꽤 괜찮았습니다.

드디어 인정을 받기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저께는 주선생님께서 또 저를 추켜세워주셨습니다.

 

"어...인제 부엌에서 움직이는 게 굉장히 여유 있어, 부드럽고..." 

"전에는 어땠는데?

"전에는 뭔지 모르게 분주해 보이고 그랬는데 인제 안 그래~~"

 

사실, 예전에는 부엌에서 혼자 바빠서 팔딱팔딱 거리긴 하는데

빨리 되는 건 없고 그랬었습니다.

 

근데 인제는 뭐 별로 움직이는 것 같지도 않은데

식사 준비가 딱딱 되니, 제가 봐도 실력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이걸 주선생님이 또 적절한 때에 칭찬으로 날려주셨구요.

인정 받는 건 역시 좋은 일입니다.

 

오늘 지하철을 잠깐 탔는데

할머니가 자기 옆자리가 비니까 저를 가리키면서 말씀하셨습니다.

"학생 여기 앉어~"

 

36살 먹은 사람이라고 학생이 아니란 법은 없지만

할머니는 저의 지나치게 동안인 얼굴을 보고 그렇게 말씀하신게 틀림 없었습니다.

 

요즘..너무 인정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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