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되풀이되는 안전사고가 아니다.

다시 물어야 한다, 왜 죽였는가!

 

 

1.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다섯 달이 훌쩍 지났다.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자고 각 정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지도 3개월이 지났고 또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가 청원을 통해 국회에 특별법안을 제출한 지도 거의 3개월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그간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쇼가 말해 주고 있듯이 그들은 애초부터 세월호 특별법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들은 세월호 특별법을 여야 합의를 통해 입법하겠다는 둥 대국민 사기쇼를 일관되게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여야의 정치쇼에 침묵으로 일관하며 지켜보던 박근혜 대통령도 9월 16일 국무회의에서 드디어 특별법에 대한 자신의 본심을 드러냈다: “지금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자는 주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대통령이 결단을 하라고 한다. 그것은 삼권분립과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유족들 앞에서 ‘유족에게 여한이 없는 특별법’을 강조한 적이 있다. 그러던 대통령이 악마의 눈물과 침묵을 거두고 이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사실상 유족이 요구하는 특별법을 반대하고 나섰다.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못된 버릇을 이번에도 일관성 있게 펼쳐 보인 것이다.

이렇듯 지금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소권과 수사권이 부여된 특별법 제정을 결사적으로 막아내고 있다. 법조계 인사들도 기소권과 수사권이 보장된 특별법에 어떠한 문제도 없음을 여러 차례 성명서로 발표하였는데도 저들은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저들이 필사적으로 반대하는 이유는 특별법의 전례가 없어서가 아니다. 법조계가 알려 주었듯이 전례가 없으면 전례를 만들면 된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들이 진실로 밝혀져서는 안 되는 어떤 불가피한 사정이 있지 않고서야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4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무엇 때문에 304명의 생명들이 죽어 갔는지 그 진실을 알고자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을 한 것이고 지난 몇 개월 동안 힘차게 투쟁의 깃발을 올린 것이다.

 

2.

저들이 유가족이 원하는 기소권과 수사권이 보장된 특별법은 용납할 수 없다고 할수록 전 운동 진영은 힘을 모아 그것을 규탄하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민대책회의나 지식인들의 행보가 뭔가 수상하다. 그들은 이제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규제 완화나 사유화 등 자본의 논리와 안전의 문제로 단정 짓고, ‘안전 사회 건설’을 주요 쟁점으로 들고 나섰다. 안전 문제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명백하게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자 한 그간의 범국민적 투쟁을 무력하게 만들고 진실을 밝혀 달라고 서명한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점은 세월호 참사는 삼풍백화점 사고나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같은 여타 대형 재난 사고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관한 보도는 처음부터 오보로 시작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세월호가 침몰했다고 최초 방송한 것을 부인하는가 하면, 전원 구조했다는 오보를 내보내는 등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뉴스로 전해졌다. 해경의 구조 활동은 어떠했던가.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적극적인 구출 작전에 비해 승객들을 구출해 내는 데는 정작 바다에 빠진 사람들만 건져 내는 식의 활동을 하지 않았던가. 또한 세월호 운항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국정원의 실체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그리고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은 그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가. 처음에는 자리를 비웠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경내에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 24차례 유선 보고를 받을 동안 300여 명의 생명이 바다에 빠져 죽어 가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국민들에게 의혹을 심어 놓고는 해명할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대형 재난 사고가 아니다. 과거의 어떤 참사가 발생했을 때, 때맞춰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진상 규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안전 지침을 시달하지 못해서 세월호 참사가 불가피하게 다시금 되풀이된 것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는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의혹들로 점철된 사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를 단순한 재난 사고로 볼 수 없으며 따라서 다른 대형 재난 사고와는 성격을 달리해서 그 참사의 진상을 밝혀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세월호 참사의 배후로 ‘규제완화’와 ‘사유화’ 등을 들고, ‘자본의 이윤 추구에 갇힌 안전을 구출’해 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안전 사회 건설’을 주창하는 이들은 실상 정권의 입장을 재확인해 주고 동시에 정권에 힘을 실어 주는 행위를 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안전만을 문제 삼는 투쟁에 정권은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춘 채 안전 사회 건설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할 것이다. 이미 정부는 안전 예산을 대폭 늘렸다고 발표하기까지 했다. 물론 안전 의식이 결여된 채, 안전 예산만 늘렸다는 비난을 면하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국민대책회의와 지식인 부류들은 세월호 특별법 대신 안전 사회 건설이라는 잘못된 방법을 채택함으로써 세월호 참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의혹들을 배제시키고 그동안의 범국민적 투쟁을 무기력하게 만들려는 술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모든 의혹들을 다시금 들추어내어 왜 기소권과 수사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지를 역설해야 한다. 재고의 여지없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는 첫걸음은 바로 그 특별법 제정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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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6 11:48 2014/09/2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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