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투쟁만이 학살의 진상을 밝힐 수 있다

 

수학여행 길에 나섰던 고등학생 250명을 포함, 최소 304명을 산 채로 수장시킨 4ㆍ16 세월호 참사로부터 벌써 만 4개월. 참사의 진상은 아직도 맹골수도의 깊은 바다 속에 침몰된 채로 있다. 난당(難當)하게 거짓말을 일삼아 온 박근혜 정권이 극우언론의 적극적 비호 속에, 아니 주류 언론 일반의 여러 형태의 비호 속에 필사적으로 진상규명을 거부해 온 것이 물론 그 진상이 규명되고 있지 못한 주요 원인이다. 이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여의도에서 벌어진 여야 간의 ‘세월호 특별법 타결’ 소동은, 박근혜 정권만이 아니라, 실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새민련) 역시 그 진상이 밝혀지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그러면 박근혜 정권을 정점으로 하는 새누리당과 새민련은 누구인가? 바로 이 사회, 이 나라 지배계급을 정치적으로 대표하는 자들의 집단이다. 그런데 그들이 공동하여 참사의 진상규명을 저지하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ㆍ새누리당이야 당사자들이니까 그렇다 치고, 학살의 당사자도 아닌 저들 새민련은 도대체 왜 그 진상은폐에 동조하고 나서는 것일까? 그 동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추론하자면, 그 진상의 공개 여부에 여야 공동의 이해관계가, 어쩌면 이 나라 이 사회 지배계급 전체의 명운이 달려 있기 때문이라고밖에는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 특히 새민련의 경우, 그 ‘타결’에 대한 광범하고 격렬한 대중의 비판ㆍ비난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야합에는 분명 엄청난 정치적 부담ㆍ손실이 따르고 있다. 그런데도 저들이 그러한 정치적 부담ㆍ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진상은폐에 동조하고 나서는 까닭을 달리 설명할 수 있겠는가? 새민련의 경우, 그간의 여야 협상 과정에서 학살의 진상을 대략 귀띔 받고는, “이거야말로 폭로되어서는 큰일 나겠구나, 정말 큰일 나겠구나” 하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다시 생각해 보자. 박근혜 정권과 극우언론은 사실상 “대형 교통사고였을 뿐인데, 다만 정부의 ‘무능’ 때문에 대량의 인명 희생이 뒤따랐을 뿐”이라는 식으로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단편적이지만 드러난 사실들은 304명이 수장되는 참사는, 무능하여 구조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구조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나아가 민간 어선과 민간 잠수사들의 구조까지를 저지했기 때문임을 명백히 웅변하고 있다.

실제로 “‘무능’ 때문에 대량의 인명 희생이 뒤따랐을 뿐”이라면, 정부와 극우언론이 대대적으로 나서서, 아니 이제 야당까지 나서서 그토록 난당하게 거짓말로 일관하고, 그토록 필사적으로 진상규명을 거부해야 할 이유가 과연 있겠는가?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저들은 지배계급의 정치적ㆍ이데올로기적 대표자들 전체가 나서서 필사적으로 진상규명을 거부하고 있다. 바로 세월호 참사는 이 나라, 이 사회의 근본적 모순, 근본적 성격과 관련하여 발생한 사건ㆍ학살이며, 그리하여 그 진상이 밝혀지면 이 사회의 성격, 지배 체제 자체가 위협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에, 아직도 그 진상이 은폐되어 있는 천안함 침몰 사건처럼 세월호 침몰 역시 ‘한미 합동군사연습’ 기간 중에 발생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 규명되었더라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겠는가” 하는 의미의 신상철 씨의 발언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단적으로, 저간의 정황은 저들 지배계급의 대표자들, 그 지배 기관들에 의해서는 학살의 진상이 결코 밝혀질 수 없다는 것, 그리하여 오직 노동자ㆍ민중의 단호한 투쟁만이 그 진상을 밝힐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누구든지 자신이 관여하는 사건에 심판관이 될 수 없다”는 법언(法諺)이 있다. 그런데 저들이 특별법상의 진상규명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지 않겠다는 것은 범죄자 자신이 수사관이 되고 심판관이 되겠다는 파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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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4 13:29 2014/08/1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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