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반복지 의식·제도’ 해소가 복지국가 첫걸음

초딩들은 반복지 의식 하면 뭔소린지 갸우뚱할꺼다.

결국에 복지 증세라고 하면 경끼를 일으킨다.

 

 

 

‘반복지 의식·제도’ 해소가 복지국가 첫걸음
<한겨레> 선진대안포럼 1부 대안을 향한 성찰 ⑫ 복지사회, 꿈이 아니라 대안이다
한겨레 안수찬 기자
  기획연재 : 선진대안포럼 대토론회
[관련기사]
2006년 현재, 한국 진보개혁세력 내부에는 하나의 공감대가 존재한다. ‘사회적 공공성’이 참 선진사회의 미래를 보증할 핵심 가치라는 판단이 그것이다. 이를 국가·사회·경제의 차원에서 표현하는 것이 ‘복지국가’ 또는 ‘복지사회’의 이상이다.

유럽 등 선진국가에서는 이미 복지국가가 보편타당한 가치로 자리잡았다. 80년대 이후 복지 시스템의 몇몇 가지를 쳐내는 일이 있었지만, 그 무성한 숲은 여전히 굳건하다. 문제는 한국 사회에 맞는 복지의 묘목을 마련해 이 땅에 뿌리내리게 하는 일이다. <한겨레> 선진대안포럼은 1부 ‘대안을 향한 성찰’의 마지막 토론회에서 이 화두를 잡았다.

지난달 22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고세훈 고려대 교수, 김연명 중앙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이일영 한신대 교수, 홍성태 상지대 교수,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 박종현 진주산업대 교수, 전병유 한국노동연구원 데이터소장 등이 참여했다. 토론회 전문은 <인터넷 한겨레>(www.hani.co.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재계·관계·언론·노동운동까지 반대세력 이뤄
복지경험 확대·정치적 리더십으로 난관 넘어야

한국 사회에서 ‘복지국가’ 또는 ‘복지사회’는 대단히 현실감없는 개념이다. 전혀 다른 별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진다.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고 강력한 ‘반(反) 복지의 덫’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 선진대안포럼 참석자들은 이 덫의 실체를 파악해 해체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 작업이 복지사회의 이상을 구체적 대안으로 바꾸는 일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고세훈 고려대 교수가 이를 가장 힘주어 말했다. 반복지 의식과 반복지 제도가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사람들은 반복지 의식이 강하다. 심지어 적극적으로 복지를 혐오하기도 한다. 이렇다 할 복지의 전통도 없고, 국가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았다는 기억도 없기 때문이다.” 복지국가 실현을 경계하는 의식이 이미 한국인의 심리구조 밑바닥에 내면화됐다는 이야기다.

‘반복지의 정서’는 복지를 혐오하게 만든 어떤 제도의 결과물이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한국이 복지사회로 진입하는 것을 가로막는 강고한 세력이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반복지 사회에서 거대한 이득을 취하는 세력들이 연대해 ‘반복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복지는 기껏해야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한 시혜라거나, 심지어 ‘빨갱이들의 사상과 가치’라는 오해와 거부가 퍼져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모든 사회 성원에게 인간다운 삶을 제공하는 것이 복지라는 사실”은 오랜 세월 동안 가려졌거나 잊혀졌다.




사회적 공공성에 대한 불신을 불러온 국가의 무능력도 여기에 한 몫하고 있다. 이일영 한신대 교수는 “위로부터의 발전을 기획한 것 말고는 별다른 경험이 없는 (한국의) 국가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빼앗아 부패에 탕진하는 ‘가렴주구’의 이미지가 국가와 관료사회 전반에 깊이 박혀 있는 것이다.

그 의구심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병유 한국노동연구원 데이터센터 소장은 “사회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능력이 필요한데 이 부문이 너무도 취약하다”고 말했다. “관료기능이 취약해 예산을 확보해도 이를 제대로 쓰는 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관료사회의 ‘반복지성’은 서구 복지국가와 뚜렷히 대비된다. 서구 복지국가의 경우,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복지 시스템의 충실한 대변자이자 집행자다. 반면 한국의 관료집단은 “오히려 반복지적 성향이 강하다.”(고세훈 교수)

가장 뼈있는 지적은 이런 ‘반복지의 덫’에 노동운동 또한 갇혀 있다는 이야기였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노동운동이 임금투쟁에 덧붙여 생색내는 식으로 복지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복지국가를 위한 사회적 자원을 동원하는 데 악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홍성태 교수도 “힘있는 노조가 복지문제에 관심있는 척하면서도 실제로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박종현 진주산업대 교수는 “복지국가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사회적 타협을 가능케 할 이해 당사자간 교정기구가 한국에는 없다”며 “이런 타협을 위한 문화와 정치제도도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국 사회의 거대한 반복지의 덫이 서로의 발목을 조이고 있다. 고세훈 교수는 “낙후된 복지의식이 반복지적 정치제도로 이어진다”며 “복지를 정치권에 요구하지 않는 국민이 다수인 한, 정치권도 복지를 위한 제도를 만들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 덫을 푸는 두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하나는 복지의 경험을 계속 확대하는 것이다. 전병유 소장은 “기초생활보장제도만 해도 이런 혜택을 난생 처음 겪어 봤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런 사람들이 새로운 복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복지제도를 지지하는 문화적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저변의 복지문화를 질적으로 끌어올릴 정치적 리더십도 중요하다. 고세훈 교수는 “노동운동이 한없이 취약한 현 상태에서 이들에게 과도한 기대를 걸 수는 없다”며 “복지제도를 앞장서 확충하는 정치적 리더십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미국이냐 스웨덴이냐’
한국 ‘미래모델’ 공론화 시작을

“작은 미국이냐 큰 스웨덴이냐.”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는 이 질문을 공세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대중적 구호 차원에서라도 ‘우리는 리틀 아메리카보다 빅 스웨덴을 원한다’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경제모델은 크게 보아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영미식 신자유주의 모델, 유럽대륙식 복지 모델, 북유럽식 복지 모델 등이다. 참석자들은 이 가운데 유럽 대륙식 복지모델이 최근 몇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자유주의자들이 복지 모델을 비판할 때 종종 인용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유럽대륙식 모델은 현재 ‘전환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남은 것은 영미식 모델과 북유럽식 모델인데, 이들은 그 나름대로 진화해왔다”고 말했다. 세계화의 파고 속에 이 두 모델이 살아남는 방식은 뚜렷하게 대비된다.

신정완 교수는 이 작동방식을 이렇게 설명했다. “영미식은 개인과 기업이 각자 알아서 세계화에 적응하라고 말한다. 북유럽식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도를 변화시킨다.” 이 두 갈래 길 가운데 어느 것을 택할지에 대해 사회적 공론을 형성해 나가자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유럽대륙식 모델과 북유럽식 모델을 ‘고용과 복지의 연계’를 중심으로 설명했다. “유럽대륙식 강중국 모델은 고용 자체가 복지다. 고용만 돼 있으면 모든 혜택을 받는다. 반면 북유럽식 강소국 모델은 노동시장에서 탈락해도 사회적 보장이 이뤄진다. 지금 한국은 고용과 복지가 너무 잘 연결돼 있다. 삼성에 입사하면 모든 걸 얻지만 쫓겨나는 순간 모든 걸 잃는다.” 신정완 교수도 “유럽대륙식에 비해 북유럽식은 모든 경제지표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 미국의 시민이 될 것인지, 큰 스웨덴의 시민이 될 것인지, 한국 국민들이 지혜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미래 경쟁’을 진보개혁세력이 먼저 주창하고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안수찬 기자

“서구 복지모델 위기론은 넌센스”

“유럽 복지체계는 뿌리깊은 문화…본질적 후퇴·변화 불가능”

서구 복지모델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이데올로기도 ‘반복지의 덫’에서 중요한 노릇을 하고 있다. 서구 유럽 국가 스스로 복지모델을 폐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신자유주의자들이 즐겨 들고 나오는 주장이다.

‘넌센스’라고 참석자들은 되받았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유럽 복지국가 모델의 유용성이 폐기됐다는 것은 과장된 주장”이라며 “지금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제도적 변화는 세계화에 대응해 기존 복지제도의 효율을 높이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스웨덴 모델의 핵심은 인간의 잠재력을 개발하고 사회의 총자원을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돕는 체제를 잘 갖춘 사회인데, 이런 일반 원리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고세훈 고려대 교수도 “유럽국가들의 사민주의적 복지체제는 경제적 수준을 넘어 이미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잡았다”며 “그 곳에서 복지는 이미 중산층을 포용한 포괄적 체계로서 그 본질적 후퇴나 위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논란의 핵심은 복지국가의 이상을 한국에 적용하는 게 ‘시대착오적’이라는 보수세력의 공세에 있다. 그래서 서구 복지모델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다분히 한국적 현상이다. 고세훈 교수는 “복지국가 위기론은 그 이론의 근거 자체도 문제지만, 이를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후퇴시키려야 후퇴시킬만한’ 복지제도 자체가 거의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은 “한국 복지의 문제는 ‘과잉’이 아니라 ‘절대적 과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수찬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