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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가 선암사에서 빠져 들었을 고민거리 4가지

개인적으로 아주 쥑이는 정치 공학 기사라고 생각한다.

 

 

 

이재오가 선암사에서 빠져 들었을 고민거리 4가지
읍참마속과 토사구팽이냐, 스스로 살 길을 찾아 떠날 것이냐?
입력 :2006-07-15 12:55:00   이동연 저술가· 대자보 편집위원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전남 순천에 칩거중이다.

더 정확한 그의 기거 위치는 순천의 선암사 경내 삼전(三殿).

그는 왜 거기에 갔을까? 하한거(夏閑居)에 들어 간 것은 아닐테고 7·11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강재섭 대표에게 패해서 내려 갔다.

이재오 본인은 당 대표에 떨어져서가 아니라면서 한나라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자신을 빨갱이로 몰고 ‘색깔’을 덧칠한 행태에 화가 난 것‘이라고 한다.

이재오의 산사칩거의 본심이 무엇이든 간에 색깔로 덧칠해 버리면 어느 누구든 당 대표가 될 수 없는 당이라면, 이념의 시대를 넘어서 버린 지구촌의 현 트렌드를 따라 잡기는 어려운 정당이 아닌가.

7·11 선거의 가장 큰 후유증은 이명박 진영과 박근혜 진영의 갈등의 골이 깊어 졌다는 정도를 넘어서서 한나라당이 다시 보수 영남의 패권주의 정당으로 도로 주저 않았다는 데 있다. 7·11은 한나라당의 대선후보가 누가되든지 한나라당에게 정권은 주지 않겠다는 역풍의 빌미로 언제나 작동할 개연성을 지닌다.

7·11은 한나라당이 명실공히 영남당, 그것도 냉전으로 이득을 보아왔던 일부 인사들이 탈 냉전시대에 재기의 발판으로 삼는 당으로 고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존의 우려를 확인시켜 주었다.

21세기 들어 민심은 일정한 패턴을 지니기보다는 대단히 카오스적으로 움직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열린 우리당이 미운털 박히면 덜 미운 쪽으로 표를 몰아 주는 스윙(Swing)민심의 맛을 톡톡히 보았다.

스윙민심에는 삼김(三金) 정치시대에 국민들이 보여주었던 순애보(純愛譜)는 없다.

21세기 한반도의 민심은 어제 열린우리당, 오늘 한나라당, 내일은 또 다른 당을 나비처럼 옮겨 다니며 지지와 철회를 반복한다. 이런 민심을 천심이 알아차린 듯이 전례 없던 국지성 호우가 한반도를 적시고 있다.

7·11에서 한나라당은 분명히 민심과 괴리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렇게 과거 회귀적인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쏟아져 내렸던 민심의 호우(好雨)가 내년대선에도 이어지지 못할 것이다.

아직도 레드 칼라 칠하기가 통하는 한나라당 당사를 떠나 순천 선암사에 머무는 이재오 최고위원을 찾아 강재섭 대표가 내려갔다.

강재섭 대표의 지역구는 대구 서구.

모양새로는 7·11에서 색깔론 공세의 최대수혜자로 해석되는 영남 사람이 색깔론의 최대 피해자로 보이는 사람을 찾아 호남으로 갔다.

비내리는 날 강대표가 찾아온 그 시각, 이재오는 법당에서 참선을 하고 있었다. 일반인들 같으면 먼 곳에서 찾아 온 손님을 마중 나갈 법한데 역시 정치인이라 다르다. 누가 오건 말건 예불드리고 참선하고 있는 모습이 절묘한 타이밍을 갖춘 것 같아 약간은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배우고 싶은 마음도 들고 하여튼 혼란스럽다.

과연 이재오는 찾아온 강 대표를 등 뒤에 세우고 잠시 무슨 상념에 젖었을까? 추측컨대 한 4가지가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을 것이다

1) 박근혜로 대권을 잡을 수 있을까?

박근혜는 강재섭 대표 취임으로 분명히 당내 대권주자 경선에 더 한층 유리하다. 박근혜가 한나라당 대권 주자가 되면 정말 집권이 가능한가?

이번 7·11선거로 더한층 영남 보수의 태두 이미지를 강화하게 된 박근혜, 그만큼 멀어질 개혁과 자유주의 세력의 민심. 아직도 여자 대통령에 대한 편견이 엄존하는 장년층 이후의 세대들, 그렇게 낙관할 수 만은 없다

2) 박근혜가 정권을 잡으면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아직도 자신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이는 그녀가 대통령이 되면 읍참마속의 대상은 되지 않을까? 차라리 야당이 되면 정치적 탄압이라고 몰아붙일 수 있지만 같은 집권당 내에서는 딱히 항거할 명분도 없이 토사구팽 당하기 쉽다.

3) 이명박과 함께 새로운 당을 만들어 박근혜를 수구 영남으로 묶어 영남표를 반분하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이명박이 제2의 이인제가 되는 것 아닌가, 아니지 과거 3김 때를 보면 툭하면 새로 정당 만들어 성공하지 않았던가. 혹 지더라도 제 거대 야당으로 남아 차기를 노리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마지막 네 번째는 그 스스로 밝혔다. ‘선암사는 어려운 고비때 마다 내게 힘주던 곳이다. 민주화 운동했던 초심으로 돌아 가겠다’

그말을 그가 전남 선암사로 내려간 본심이기를 기대한다. 차별의 상징, 호남으로 내려간 이재오는 영남당의 이미지를 더 강고하게 굳힌 한나라당에서 자신의 초심을 어떻게 펼칠지 부처의 지혜를 빌어 보라.

이재오의 정치적 입지에서 초심을 회복하려면 거의 해탈에 이르는 노력을 기울여야 될 것이다 해탈의 경지에 이르려면 온갖 번뇌와 속세의 집착을 끊어야 되는 데 그 정도의 각오를 할 수 있겠는가?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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