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투기 늘려 집값 잡는다'는 위험천만한 발상

 

 

 

투기 늘려 집값 잡는다'는 위험천만한 발상


[경제뉴스 톺아읽기] '이명박표' 반값 아파트,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 부를 수도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분형 아파트'라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핵심은 아파트에 들어가 살 사람과 투자 만 하는 사람이 각각 절반씩 돈을 내서 아파트를 사고 나중에 이 아파트를 팔게 되면 시세차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정확히는 들어가 살 사람이 51%를 내고 투자만 하는 사람이 49%를 내는 구조다. 51%의 지분을 갖는 사람은 이 아파트를 내다 팔 권리가 있고 49%를 갖는 사람은 이 아파트가 팔릴 때 매도 금액을 나눠 갖게 된다. 이를테면 2억 원짜리 아파트를 1억200만 원과 9800만 원씩 내고 샀는데 이 아파트가 1년 뒤에 3억 원에 팔리면 1억5300만 원과 1억4700만 원씩 나눠 갖게 된다는 이야기다.

만약 5천만 원 밖에 없는 신혼부부가 2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1억5천만 원을 대출 받고 연 800만 원 정도 이자를 물어야 하지만 이 지분형 반값 아파트의 경우 절반은 재무적 투자자가 내고 그 나머지 가운데 절반을 국민주택기금 등에서 대출 받으면 5천만 원만 있어도 2억 원짜리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지분 투자자는 아파트가 팔려야 이익을 실현하게 되지만 그 전에라도 시세를 감안해 지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있다. 인수위는 이 지분을 자산유동화증권으로 만들어 시세에 따라 사고팔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부동산을 금융시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이야기다. 여러 지역에 투자한 자산유동화증권을 묶어 이를 여러 투자자가 나눠서 투자하면 특정 지역에 투자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만약 가능하기만 하다면 이 '이명박표' 반값 아파트는 시중 유동자금을 끌어들여 실 수요자들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있고 장기적으로 파생상품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 한국경제 1월18일 1면.  
 
   
  ▲ 한겨레 1월18일 5면.  
 
언뜻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이명박표 반값 아파트는 애초에 부동산이 투자 대상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명박표 반값 아파트의 치명적인 약점은 금리 이상의 투자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으면 투자자들을 끌어 모을 수 없다는데 있다. 아파트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 전제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겠다는 선거 공약은 결국 허울 좋은 구호에 그치는 것일까.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환금성 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은 주식과 달리 거래량이 많지 않은데다 변동성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가격이 충분히 올랐을 때 더 오를 거라고 생각하는 다른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이익을 실현할 수 없다. 분양가를 시세보다 낮게 잡아 시세차익을 충분히 보장해주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 투기 거래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실 거주자의 경우 10년 전매제한 조건이 붙지만 지분 투자자들은 언제라도 지분을 내다팔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아파트 가격이 충분히 올랐을 때 이를 넘겨받을 다른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거래가 급감하고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가뜩이나 부동산 가격이 정점에 온 것 아니냐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돼 있는 상황이다. 자칫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재연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18일 주요 언론이 이 소식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일부 보수·경제지들이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투자자의 입장을 고려, 수익률 확보가 어려울 것을 우려한 반면, 한겨레와 세계일보, 서울신문, 한국일보 등은 부동산 가격 폭등을 우려하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서울신문은 "지분 투자자에게 양도세와 재산세 등 관련 세금을 어떻게 부과할 것인지도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투자는 조금만 과열되면 투기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명박표 반값 아파트는 투기적 수요와 부동산 가격 거품을 제도화할 우려가 있다.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정환 기자, black@mediatoday.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