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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오른 친재벌 신문들의 '노동계 때리기'

 

 

물오른 친재벌 신문들의 '노동계 때리기'
[取중眞담] 조중동, 파업 줄이고 싶다면 보도부터 바꿔라
선대식 (sundaisik)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지난해 11월 11일 오후 경찰의 원천봉쇄에도 불구하고 '한미FTA 저지, 비정규직 철폐, 반전평화를 위한 2007범국민행동'이 서울시청 부근에서 민주노총, 전농, 학생단체 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 권우성
범국민행동의날
 

유도성 질문, 앞·뒷말 자르기, 왜곡, 비보도 깨기….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보수 언론들도 신명이 난 것일까? 보수 언론들의 '노동계 죽이기'가 힘을 내고 있다. 지금껏 악의적인 기사에 질린 노동계였지만, 이번엔 양대 노총 위원장의 발언을 왜곡하고 비보도 약속을 깨면서 노동계가 '부글부글' 하고 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래서 언론과 인터뷰를 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 언론은 이래서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도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 만난 고기'처럼 기세 오른 보수 언론의 '반노동자적' 보도 태도를 살펴보자.

 

조·중·동, 10일 이석행 위원장 '파업' 발언 맹비난

 

'민노총은 얼마나 더 고립돼야 제 정신이 드나' (<조선일보> 14일자 사설 제목)
'민주노총은 파괴 집단인가' (<중앙일보> 12일자 사설 제목)
"국가 신뢰도 떨어뜨리겠다"는 민노총 (<동아일보> 12일자 사설 제목)

 

보수 언론들은 지난 10일 민주노총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이석행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사설을 통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이 위원장이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리는 파업을 할 수 있다"고 말한 게 화근이 됐다.

 

<동아>는 "21세기 세계에 유례가 없는 후진적 노조 지상주의가 딱하다"고 비꼬았다. <중앙>은 기자간담회 날짜를 11일로 잘못 밝히면서도 "민주노총의 주장은 국민과 차기 정부에 대한 협박"이라고 강조했다. "폭력을 선동하는 것이냐"고도 했다.

 

<조선>도 가만있지 않았다. "노골적인 공갈"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5년 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양대 노총 사무실을 방문해 '앞으로 사회적 힘의 불균형을 시정하겠다'고 나섰던 것이 이 눈 사태의 시작이었다"며 노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들 신문은 이 위원장의 '파업'에 '불법'과 '폭력' 딱지를 붙이며 새 정부에 엄정한 법 집행을 주문했다. 조·중·동뿐만 아니라 아류 보수 신문과 몇몇 경제신문들도 민주노총 때리기에 동참했다.

 

왜곡하고 비보도 약속 깬 보수 언론... 민주노총, "참 악의적"

 

  
<조선일보> 1월 14일자 사설. <조선>은 이 사설에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파업' 발언을 "노골적인 공갈"이라고 규정했다.
ⓒ <조선일보>
조선일보 사설

겉보기엔 사실을 기초로 쓰인 보수 언론의 사설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는 이들의 앞·뒷말 자르기의 성과일 뿐,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이 위원장의 발언을 돌이켜보자. 그는 "노동자들이 파업하면 국가 신인도 떨어진다고 해서 작년 총파업을 안 했고, 대화를 요구했다"며 "하지만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 이런 식으로 나와 우리가 총파업을 하면 그들 말대로 국가 신인도 떨어진다, 국가 신인도 떨어지는 총파업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누가 헌법에 단체행동권이라는 이름으로 보장돼 있는 노동자의 파업을 '협박'과 '공갈'로 치부할 수 있을까? 또한 어떻게 파업을 '불법'과 '폭력'으로 바꿔 부를 수 있을까?

 

이 위원장은 조·중·동의 말처럼 노조만 살겠다고 "무조건 불법 폭력 파업하겠다"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보수 언론의 사설은 민주노총에 불법과 폭력이라는 주홍글씨를 세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맥락을 잘라 먹으니, (이 위원장의 발언이) 협박하는 것으로 들린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보수 언론은 사설에 앞서 이 위원장의 발언을 기사로 만들어냈지만, 이 또한 취재 윤리에 반하는 것이었다. 서로 약속됐던 기자간담회 비보도 약속을 깼기 때문이다. 우 대변인은 "참 악의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기자 역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동아>, 한국노총 위원장 왜곡 인터뷰... "이래서 언론과 인터뷰를 할 수 없다"

 

  
<동아일보> 1월 7일자에 실린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인터뷰 기사.
ⓒ 동아일보
동아일보

 

보수 언론의 노동계 죽이기엔 한국노총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번엔 <동아>가 빛났다. 이 신문의 1월 7일치에 보도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의 인터뷰 기사가 문제가 됐다. 이 기사는 제목이 "노 정권, 자기들이 노동전문가라 착각"일 정도 참여정부를 공격하는 내용으로 가득 찼다.

 

이 위원장을 이를 두고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며 인터뷰에 응한 자신을 탓했다. 그는 "이래서 언론과 인터뷰를 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 언론은 이래선 안 된다"고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6일 <동아> 기자 2명이 이 위원장을 찾아와 2시간이 넘는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주제는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이 위원장의 노총위원장 선거 불출마, 한국노총의 운동 방향 등으로 매우 넓었다. 하지만 <동아>는 자기 입맛에 맞는 내용만 지면에 실었다.

 

인터뷰 도중 <동아> 기자는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을 평가해달라"고 말했고, 이 위원장은 성과와 한계 모두를 짚었다. 그는 "정부가 노동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면서도 "노사관계 로드맵 등에서 노사합의를 존중했다"며 성과도 인정했다.

 

하지만 인터뷰 기사엔 성과를 언급한 부분은 쏙 뺀 채, '노무현 정부를 거침없이 비판했다'고 왜곡했다. <동아> 기자는 또 "참여정부가 최악의 정부가 아니었느냐"는 유도성 질문도 했다.

 

이에 대해 박영삼 한국노총 대변인은 "인터뷰를 통해 이 위원장이 참여정부를 실패로 규정하면서 새 정부에 호의를 표시하고 아양을 떤 것처럼 비쳐졌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중앙> 1월 5일자에 실린 "이명박 당선인, 기업만 챙기고…"라는 기사도 비판했다. 한나라당에 줄을 대려는 내부 인사에 대해 '거지가 쪽박 깬 마당에 첨지박 동냥은 힘든 것 아니냐'는 이 위원장의 비판을 두고 <중앙>이 '한나라당에 대한 투쟁'으로 왜곡한 것이다.

 

노사는 서로 대화 파트너, 적이 아니다

 

  
이랜드 노조 조합원들의 농성에 대한 경찰의 강제해산이 시작된 지난해 7월 20일 오전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매장에 경찰들이 진입해 점거 농성을 펼친 노조원들을 연행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명박 시대, 가장 찬 바람을 맞을 곳은 노동계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쪽은 "법과 원칙을 내세운다"며 파업 엄단 방침을 밝히고 있다. 전기 충격기를 사용한다는 말도 나왔다.

 

'덜' 친기업적인 정부 10년 동안,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렸다. 이들은 '생존권'을 위한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보수 언론은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했고, 죽음으로 몰린 노동자들은 더울 가열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게 됐다.

 

노사는 서로 대화 파트너이지, 적이 아니다. 앞으로 친기업적인 이명박 시대 5년 동안, 보수 언론이 이명박 정부의 기업 편향적인 정책을 지적하지 않는다면, 생존권을 위한 투쟁은 더욱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보수 언론이 그토록 우려하는 파업을 줄이는 건, 스스로 '친노동자적인' 기사를 쓰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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