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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상식조차 없는 '세계신문협회'

적절한 지적! 국가 뿐만 아니라 자본에 의한 언론 자유 침해

코리아에만 존재하는 재벌에 의한 언론 자유 침해는 말할 것도 없고...

 

 

 

신문의 상식조차 없는 '세계신문협회'
[손석춘 칼럼] 기본인 사실관계부터 명확히 인식하라
  손석춘(ssch) 기자
어지간하면 침묵하고 싶었다. 나름대로 한국의 신문사 발행인들로서는 세계신문협회(WAN) 총회라는 국제적 행사를 치르고 있어서다.

하지만 참으려 해도 그럴 수가 없다. 보라.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의 지면을. <조선일보>는 1면 머릿기사의 표제로 "한국 신문법은 독자의 선택권 제한"을 내세웠다. 대문짝만하게 편집했다. 분명히 묻는다. 과연 그러한가. 어물어물 넘기지 말기 바란다. <조선일보>는 진정 그렇게 생각하는가?

대체 <조선일보> 편집국 안에는 그것이 '사실 호도'라는 사실을 지적할 기자가 단 한 명도 없단 말인가. 어떻게 신문법이 독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단 말인가. 신문법은 독과점 우려가 있을 만큼 일정 비율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신문들이 독자를 경품이나 무가지로 매수할 때 한하여 규제한다.

아울러 신문에 '발전기금'을 지원하는 것은 바로 세계신문협회가 말끝마다 들먹이는 '신문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민주적 정책이다. 발전기금이 참으로 '언론통제용'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 스스로 자부하는 이른바 '비판신문'들은 받지 않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지원금도 받지 않고 경품이나 무가지 없이 독자를 늘리는 것은 언제든 자유 아닌가.

1면에 대문짝만하게 내세운 '사실 호도'

세계신문협회 신임회장이라는 게빈 오렐리의 발언도 가관이다. 일방적인 정보만 듣고 한국의 신문법 원문을 보았을지 의문이 들만큼, 그의 연설은 기본적인 사실(Fact)이 틀렸다. "언론의 자유를 제한해 주요 신문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려는 계획이 있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대체 한국의 언론자유 수준을 어떻게 생각하고 그런 망발을 하는가. 자본에 의한 언론자유의 침해는 미국과 유럽 곳곳의 언론학자들이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는 쟁점이다. 물론, 신문 발행인들로서는 단지 이윤획득의 자유만을 추구할지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그들이 자신의 나라에서 그런 망발을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언론 수준을 우습게 보고 그런 연설을 하는 것이라면 큰 착각이다.

기실 더 큰 문제는 세계신문협회에 참석한 인사들의 무지에 있지 않다. 그들에게 그렇게 정보를 제공한 이 땅의 신문발행인들에게 있다. 세계신문협회 회의를 주최한 한국신문협회를 보라. 현 회장은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회장이다. 그는 2002년 9월 국무총리서리에 지명을 받았지만 국회청문회를 통해서 불거진 땅투기 의혹과 위장전입으로 물러난 인물이다. 전국 곳곳에서 벌인 부동산 투기가 드러난 여론의 지탄을 받은 인사다. 바로 직전 회장 홍석현 <중앙일보> '사주'는 어떤가. 그 또한 엄청난 탈법 재산증식으로 주미대사 직책에서 자진 퇴진하라는 압력을 시민사회로부터 받고 있는 인사다.

하지만 그는 주미대사직을 지키면서 자신이 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세계신문협회 총회를 서울에서 열어 사실과 다르게 한국의 신문상황을 호도하고 있다. 그가 사주로 있는 <중앙일보>의 사설도 "민주국가에선 이해할 수 없는 신문법"이라는 제목을 내세웠다.

서울에 온 세계 신문 발행인들에게 권하는 당부

그렇다. 한국의 신문협회는 "이해할 수 없는" 법일 수 있다. 세계신문협회에 참석한 발행인들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솔직히 미지수다. 다만 한국신문협회의 본질을 세계의 신문사주들은 똑바로 보기 바란다. 아울러 한국의 신문법은 언론현장의 기자들과 언론의 궁극적 주권자인 시민들이 힘을 모아 민주적 여론형성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마련한 법임을 성찰하기 바란다. 오히려 신문법은 국회에서 빚어진 정쟁으로 '누더기'가 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지하면 용감하다고 했다. 세계 신문협회 총회에 참석한 각 국의 발행인들이 새겨야 할 경구다. 한마디만 덧붙인다. 서울에 어렵게 온 참에, 부디 한국언론운동에서 겸허하게 배우고 가라.
   민언련 "조중동 행태는 사대주의적 핑퐁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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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31 오후 2:28
ⓒ 2005 OhmyNews
손석춘 기자는 오마이뉴스 고정칼럼니스트입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를 지냈으며, <한겨레> 비상임 논설위원입니다.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로 EBS의 아침8시 <월드FM손석춘입니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문읽기의 혁명> <아직 오지 않은 혁명>을 비롯한 언론비평서들과 함께 장편소설 <아름다운 집>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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