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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프라티즘, 그것이 문제로다

코프라티즘, 그것이 문제로다

오늘은 까달로니아에서 온 세친구(스페인에서 왔다고 하면 혼납니다), 프랑스에서 온 한 친구(LCR이라는 조직 소속입니다. 저는 LCR이 프랑스에서 가장 큰 좌파 조직인 줄 알았는데, 이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건 아니라고 하네요. 트로츠키주의자입니다)와 까라까스 시내에 들어가서 UNT 소속 활동가를 만났습니다.
 



일행들입니다. 저 끝에서 진지하게 설명하고 있는 사람이 UNT의 활동가입니다. 식당에서 음식들을 시키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들 '아레빠'를 시켰습니다. 예전에 올렸던 기름에 한참 튀긴 옥수수빵이지요. 그래서 저만 따로 치즈+햄 샌드위치 시키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하루종일 저의 통역가 역할을 해줬던 피에르 모습이 오른쪽 구석에 숨었네요.


이 친구가 프랑스에서 온 삐에르입니다. 그 옆에는 제 캠코더입니다.


오늘 하루종일 수고했으니 한번 더 출연하기로 하지요.
이 마을에 온 활동가 중에서 유일하게 저랑 둘이 흡연자입니다.
덕분에 담배 피며 많은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지요.


UNT(우 에네 떼, Unión Nacional de Trabajadores)는 우리나라 말로 '전국노동자연합' 혹은 '전국노동조합' 정도가 되겠네요. UNT는 이제 갓 만들어진 신생노조입니다. 본래 베네수엘라에는 CTV(쎄 떼 베, Confederacion de Trabajadores de Venezuela, 베네수엘라 노총)라는 노총 하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2002년 CTV가 차베스 정권에 맞서서 자본 파업에 동조하며 우익 총파업을 일으키자 그 안에 있던 노동자들이 반발하면서 별도의 노총을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UNT입니다. 2003년에 만들어졌지요.

 


오늘의 주인공 입니다.

오늘 만났던 활동가는 UNT의 중앙에 있는 활동가로서 UNT를 좌우로 나눈다면 그 안에서 좌파활동가입니다. 까딸란에서 온 친구들의 소개로 만난 것이지만, 그 친구들도 오늘 인터뷰를 위해 처음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장장 두시간 동안 쉬지않고 인터뷰가 이어졌는데, 저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죄로 묵묵히 캠코더만 돌렸습니다. 흐...


중간중간 프랑스 친구를 불러내서 담배피며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요약본만 겨우 들을 수 있었지요. 물론 영어입니다. 베네수엘라 사람이 하는 스페인어를 프랑스 사람에게 영어로 전달받는 심정.. 아마도 겪어본 사람 아니면 모를겁니다. 흐흑..

나중에 이 프랑스 친구가 제가 녹화한 두시간짜리 테잎을 돌려보며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해주기로 했으니까 그것만 믿고 있습니다. 아니면 정말로 스페인어를 웬만큼 배운 후에야 그 활동가의 이야기들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겠지요.

그런데 프랑스 친구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듣다보니 갑자기 웃음이 나오더라구요. 어찌 이리 똑같냐. 우리는 지구 끝과 끝에서 활동하다가 이제야 처음 만난 건데.. 왜 이리 똑같냔 말이다. 헐헐.
 
앞서 쓴 대로 UNT는 자본의 어용 노총인 CTV를 깨고 나온 신생 노총입니다. 한국노총 깨고 나온 민주노총과 비슷하지요. 그런데 이 활동가의 말에 의하면 현재 UNT안의 가장 큰 논쟁꺼리는 바로 '코프라티즘'이랍니다. UNT 내의 우파들과 '관료'들이 코프라티즘을 주장하고 있어서 좌파들이 거기에 맞서 싸우고 있답니다. 코프라티즘에 대한 그의 이야기는 이겁니다. "코프라티즘, 즉 노사협조주의는 항상 현재의 상태, 다시 말해 자본주의 상태를 지속해나가기 위한 것이다. 그건 노동자에게 자살과 같으며, 결코 혁명적일 수 없다" 이러니 웃음이 안 나올수가 있겠습니까? 제가 스페인어만 가능하다면 그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너무 많았는데.. 무척 아쉽습니다. 대신 그의 전화번호를 받았지요. 나중에 스페인어가 가능해질 때 꼭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노동조직내에 다양한 정파의 좌파 활동가들이 '계급 정당'을 만들기 위해 모여있는 자리로 이동했습니다. 현재는 차베스의 MVR(에메 베 아르, Movimiento Quinta República, 제5공화국 운동)과 이에 동조하는 PPT(뻬뻬떼, Patria Para Todos 모두를 위한 조국)가 연정을 하는 형태인데, 좌파 진영 노동자들의 계급정당을 만들어 이에 가세할 모양입니다. (참고로 오늘 만난 UNT 활동가는 PPT 내부의 좌파 진영 활동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계급정당을 구성하며 그쪽으로 옮길 모양입니다.)



오늘 너무 많은 베네수엘라의 노동운동가들을 만났는데, 연락처는 저 친구들이 다 적었습니다. 저는 나중에 다 전해 받기로 했지요. 정신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계속 악수하고, 이름 밝히고, 남한에서 왔다고 이야기하고,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느라 한참을 보냈습니다.

 

오늘 다녀와서 마르셀로에게 사진을 보여주니 누군지 알아보더군요. 그런데 마르셀로는 저들의 전략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계급정당 전략'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마르셀로는 민중 그자체의 조직만 믿을 뿐 정당을 믿지 않습니다. 

저보고 어떠냐고 묻길래.. "나는 네 생각하고도 비슷하고, 저 사람들하고도 비슷한 거 같애." 그러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기회되면 이 나라의 운동진영들을 싹 훑으면서 한번 인터뷰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저한테도 많은 공부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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