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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조수 피해농민 “그래도 반달곰이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

또 난감

 

 

야생조수 피해농민 “그래도 반달곰이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
방사한 반달곰 올무에 걸려 희생…“농작물 피해 때문” 선처 호소
입력 :2005-08-16 13:43   구례 = 연합뉴스 남현호 기자  
"야생동물로 농작물 피해를 본 사람이라면 제 심정을 이해할 것입니다"

16일 야생 조수 피해를 막기 위해 올무를 쳐 놓았다가 천연기념물인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올무에 걸려 죽는 바람에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양모(58.하동군 화개면)씨.

9000평의 밤나무 농장을 하는 양씨는 농장안에 설치해 놓은 벌통 6통을 누군가 싹쓸히 하자 야생 동물의 소행으로 보고 밤나무 주변에 올무 3개를 설치해 놓았다.

그런데 지난 7일 동물 한마리가 올무에 걸렸다.

처음엔 멧돼지 인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반달가슴곰이었다.

겁이 난 양씨는 처벌이 두려워 농장에서 500m떨어진 곳에 흙을 파고 나뭇가지를 덮어 곰을 암매장 해 버렸다.

양씨는 "곰이 걸릴 줄 몰랐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양씨처럼 야생 조수로부터 농작물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는 농민들은 '오죽했으면 그랬을까'라며 양씨와 같은 심정이다.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면 올무가 아니라 별 방법이라도 동원해야 한다는게 그들의 얘기다.

최근 고구마밭을 헤집고 다니는 멧돼지를 퇴치하기 위해 동물원에서 사육중인 호랑이의 똥을 동원한 농민 박모(54.장흥군 장흥읍)씨는 "온갖 방법을 동원하다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 호랑이 똥"이라고 말했다.

해남군 송지면 서정리 용모(51)씨는 "고구마 밭 8천여평중 멧돼지 출몰로 2천여 평이 피해를 입었는데 그물과 폭음기 설치 등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며 "매년 수확기 무렵에 되풀이 되는 농작물 피해에 속수무책일 뿐"이라고 말했다.

일부 농민들은 자구책으로 개를 풀어 놓는가 하면 불을 켜고 그물을 쳐 놓기도 하지만 별 효과가 없어 속만 태우고 있다.

지난해 전남도의 야생동물에 의한 공식적인 농작물 피해액은 23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조수보호단체 등은 '그래도 불법 포획 기구 사용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사단법인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전남지회 이성훈 회장은 "결국은 야생동물의 먹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며 "연중 먹이 주기 행사를 민.관이 벌이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또 "농작물 피해를 본 농민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야생 동물을 멀리 쫓아 내는 방법을 강구해야지 올무, 덫 등 야생동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 포획 기구를 사용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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