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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지역주의 집착은 정치회피

논문 요약

 

"노 대통령 지역주의 집착은 정치회피
최악의 경우에 재난적 사태 온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 대연정론 강력 비판
텍스트만보기   이성규(dangun76) 기자   
최장집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정치회피 행위"라고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 소장은 2일 발간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개정판 후기를 통해 지역주의를 한국 정치의 근본 문제로 상정하는 노 대통령의 현실 인식을 정면 비판했다. 사실상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겨냥한 셈이다.

"지역주의가 궁극적 문제? 현실 사회갈등 대면하지 않으려는 것"

▲ 최장집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 (자료사진)
ⓒ2005 오마이뉴스 권우성
최 소장은 이번 개정판 후기를 통해 자신이 참여정부의 정치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요인 중 하나로, 노 대통령이 한국 정치의 궁극적 문제점을 지역주의에서 찾는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이는 현실로 존재하는 사회갈등과 균열요인에 제대로 대면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이 지역주의 타파를 최대 과제로 꼽는 것은 정치의 근본 역할과 기능을 망각한 정치회피 행위라는 얘기다.

최 소장은 이 같은 노 대통령의 인식이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사회 정책 이슈들을 마주하지 않고 이를 경제 관료들의 관장사항으로 내맡기는 결과를 낳는다고 꼬집었다.

특히 최 소장은 지역주의 문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인식에 대해 거의 "이념이나 이데올로기 수준에 가깝다"고 분석한 뒤 "그것도 지역주의를 그대로 두는 한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권력을 포기해서라도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식의 근본주의적 관점”이라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보수독점적 양당체제 강화되고 지역갈등 구조를 다시 불러들일 수도"

최 소장에 따르면 지역주의는 권위주의 지배의 한 산물인데, 이는 김대중 정부의 집권과 함께 괄목할 만큼 개선이 됐다는 것.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지역주의를 만들고 유지시키는 현재의 정치적 대표체제를 더욱 민주화하고 갈등의 이념적 기반을 넓혀야 하는 일인데, 노무현 정부는 이에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 최 소장의 지적이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도' 집착을 보이는 지역주의 문제의 해결은 한국의 정당체제가 갈등의 사회화 내지 전국화에 그 기반을 둘 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혁신도시 건설이나 기업도시 건설, 지역균형발전 정책 등으로 갈등을 국지화시키는 데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정책들은, 그 의도가 지역주의 해소에 있다 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지역간 정치경쟁을 자극하는 데 기여할 뿐이라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애초 의도와는 달리 정반대의 정책효과를 낳을 수 있음을 꼬집은 것이다.

최 소장은 노 대통령의 인식방식이 "최악의 경우 재난적 사태를 불러오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했다. 나아가 그는 "지역갈등의 극복을 정치개혁의 최우선 의제로 삼고 선거제도를 바꾸게 된다면, 기존 거대정당들은 규모의 이점을 나눠갖게 되고 보수독점적 양당체제는 강화되며 오히려 약화되고 있는 지역갈등 구조를 다시 불러들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역주의 해결은 '갈등의 사회화'로... 당정분리는 반정치의 정치관"

이와 함께 최 소장은 노 대통령이 개혁의 성과로 자평하는 당정 분리에 대해 "반(反)정치의 정치관"이라고 평가했다. 당정 분리라는 말이 표현하듯 대통령은 정부와 사회를 매개할 수 있는 정당과의 관계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키고 거리를 두었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이에 대해 "사회적 갈등에 접근하는 정당 지도자로 행위하기보다 국가 전체의 지도자로서 행위하는 데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부정적 전망에만 머문 것은 아니다. 최 교수는 적잖은 과제와 주문사항도 함께 던지고 있다.

그는 노무현 정부를 향해 "중심적인 갈등을 회피하는 정책은 필연적으로 그 결정 과정에서 왜곡이 일어난다"고 충고하면서, 한층 적극적으로 이러한 중심적 갈등과의 정면대결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예를 들어 정당 정치와 격리되려는 정치 행위, 성장일변도의 재벌중심 경제정책 노선을 버리고 "문자 그대로 공정한 시장경쟁의 실현, 사회정책의 강화, 사회경제적 시민권을 확대하는 개혁적 내용을 가지라"는 것이다.

결국 최 소장이 현 정부에 당부하는 것은 결코 정당과의 고리를 끊지 말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치의 영역을 초월 또는 회피하는 정치 행태를 민주주의로 착각하는 인식에서 벗어나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논문요약] “노무현 정부, 지역주의 통한 정치문제 이해 이념수준”

다음은 최장집 교수의 논문 가운데 관련대목을 요약한 것이다.

(전략) 정치를 부정적으로 인식토록 하는 데,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이 지적될 수 있다. 그것은 민주화 이후 한국의 정치를 규정하는 가장 큰 요인을 지역감정, 지역갈등, 지역주의에서 찾는 특정의 이해 방법이다.

지역주의라는 이름의 비합리적인 집단 감정이 정당정치와 투표행태를 결정한다고 보기 때문에 이를 망국병, 지긋지긋한 고질병이라고 규정하기까지 한다. 지역주의를 한국정치의 중심적 갈등축이며, 한국정치의 의식과 문화, 행태와 제도를 지배하는 중층결정적 힘이라고 이해한다면, 자연히 지역주의 극복 없이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정치를 이렇게 이해하고 정의하는 것은 현실정치를 아무런 합리적 대의 없이 지역감정이 난무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고, 적나의 당파적 이익이 충돌하는 것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당연히 이런 정치가 긍정적으로 인식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개혁의 최대 과제는 곧 지역주의에 의해 지배되는 정치를 타파하는 것이 되고, 지역주의에 책임이 있다고 여겨지는 모든 정치가와 집단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추궁하게 된다. 그 결과 민주화 이후 한국정치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합리적이고 분석적인 이해는 더욱 약화되고 여론의 호응을 동원하기 위한 공허한 제안들의 다툼이 이어지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한국정치가 갖고 있는 문제의 궁극적 원인을 지역주의라고 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권정부이기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태도는, 현실로 존재하는 사회갈등과 균열요인에 제대로 대면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하나의 정당과 정부가 사회부문과 연결되고 사회에 기반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보통사람들의 경제적․물질적 삶의 내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다룰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러므로 하나의 정당이 어떤 성격을 갖느냐 하는 것은 이 정책영역에서 특정 정당이 어떠한 정책비전과 이념, 정책프로그램을 갖느냐 하는 문제와 직결되며, 그것이야말로 정당의 차이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 책에서 민주정치에 있어 갈등이 그 중심에 위치한다고 거듭 강조하는 이유는 모든 정치와 정책 이슈가 갈등적이어야 함을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보통사람들의 삶에서 가장 중심적 문제인 경제․사회정책의 이슈들은 근본적으로 갈등적이라는 것, 민주정치의 중심적 기능은 바로 이 갈등적인 경제․사회정책을 잠정적인 다수의 형성을 통하여 합의적인 결정으로 만들어내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모든 민주정부들은 개혁이라는 말을 높이 내세웠지만 이들이 사회갈등의 중심문제를 진정으로 마주한 적은 없다.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개혁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중심적 사회갈등을 정치의 문제로 다루지 않으려 할 때 실제 정치를 지배하는 담론과 언어는 현실을 초월한 것이 되기 쉽다.

하나의 정치체제가 진정으로 민주적이라면 당과 정책을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다. 정치가 갈등을 회피했을 때 나타나는 가장 직접적인 결과는 보통사람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중심적인 문제들이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노무현 정부가 사회의 중심적 갈등을 대면하지 않는다는 것과 지역주의적 퍼스펙티브에서 한국정치를 본다는 문제 사이에는 적지 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겠다.

노무현 정부의 경우 지역주의를 통하여 정치문제를 이해하는 것은 거의 이념이나 이데올로기 수준에 가깝다. 그것도 지역주의 때문에 문제이고 지역주의를 그대로 두는 한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권력을 포기해서라도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식의 근본주의적 관점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국에서 지역주의는 권위주의 지배의 한 산물로서 반호남주의를 핵심으로 하는바 민주화의 진전과 더불어, 특히 김대중 정부의 집권과 함께 괄목할 만큼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비교적 용이하게 지역주의가 완화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체가 독자적이면서 지배적인 사회 균열이 아닌, 권위주의의 잔여 범주로서 민주화 이후에도 유지되었던 한국정당체제의 이념적 협애성과 사회적 기반의 약함, 시민사회의 강한 보수 헤게모니 등으로 인해 작위적으로 동원될 수 있었고 영향력을 가졌던 일종의 종속변수였기 때문이다.

(중략) 앞에서 필자는 민주정부의 능력에 대해 말했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정의하느냐 하는 것, 그리고 이를 기초로 정책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능력이다. 잘못된 현실인식은 잘못된 처방으로 이어지고 최악의 경우 재난적 사태를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제한된 인적․재정적 자원과 능력을 갖는 정부가 잘못된 정책방향을 설정했을 때 보다 중요한 정책이슈를 다룰 수 없게 됨은 당연하다. 지역주의에 기초한 현실인식 위에서 추구되는 지역간 균형발전의 메가 프로젝트들이 그보다 중요한 정책영역에 있어서의 자원배분을 제약할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공직의 충원이 지역간 형평의 기준을 최우선으로 할 때 또 다른 차원에서 인적 충원의 불균형을 결과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지역갈등의 극복을 정치개혁의 최우선 의제로 삼고 선거제도를 바꾸게 된다면, 기존 거대정당들은 규모의 이점을 나눠 갖게 되고, 보수독점적 양당체제는 강화되며, 오히려 약화되고 있는 지역갈등구조를 다시 불러들일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사회의 계층이익들이 대표될 수 있는 보다 민주적 제도개혁의 가능성은 사전에 봉쇄될 것이다.

오늘의 시점에서 지역문제가 정권의 운명을 걸고 추구해야 할 최우선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뭔가 다른 의도를 가진 정치적 알리바이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민주정부에게 기대하는 바는 무엇보다도 오늘의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 해결을 위한 과제에 대면하는 것이다. 중심적인 갈등을 회피하는 접근방식은 필연적으로 정책결정과정을 왜곡한다.
2005-09-02 23:53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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