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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세요?]‘박수칠 때 떠나라’ 여검사역 장영남

새로운 히로인이 뜨다. 나날히 발전하는 대한민국 영화

 

누구세요?]‘박수칠 때 떠나라’ 여검사역 장영남
[경향신문 2005-09-01 16:21]    

“죽은 당신 아버지 애인이 죽었대. 슬퍼? 아니면 기뻐?” 여검사가 묘하게 용의자의 감정을 건드리면서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캐나간다. ‘쥬얼리’의 박정아가 연기한 상대 용의자와 기싸움이 만만치 않다. 돈 많은 집 딸인 데다 건방지기 짝이 없어 더욱 지기 싫다.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유진주 검사 역을 맡은 장영남(32·사진)이다. 극중 차승원의 든든한 동료로 등장해 명민한 이미지의 여검사로 인상을 남겼다.

많이 본 듯한 얼굴이다. ‘분신사바’의 이세은과 닮은 구석이 있어 헷갈리는 관객도 있지만 그는 경력 10년의 연극배우다. 장진 감독의 2004년작 ‘아는 여자’에서 유령처럼 등장해 순식간에 차에 치여 죽는 여자 역으로 관객들을 섬뜩하게 했던 배우가 그다. 연극 ‘웰컴 투 동막골’에서는 영화 속 강혜정이 연기한 여일 역을 맡기도 했다.

장진 감독과는 오래 전부터 친분이 두터운 사이다. “진이오빠와는 연극계에서 오며가며 알게 됐어요. 신하균·임원희씨와 함께 진이오빠 습작영화를 찍은 적도 있고, 공식적으로 처음 같이 일한 건 2002년 연극 ‘…동막골’에서였고요.” ‘택시 드리벌’ 등 장진 감독 연극뿐 아니라 ‘환’ ‘오필리어’ 등 유명 연극에서 주요 배역으로 극을 이끌어왔다. 데뷔 첫해 배역에서 밀렸던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2002년에 줄리엣 역을 맡아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을 받게 돼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기도 하다.

서울예대를 나와 1995년 극단 목화에 입단해 연기를 시작한 그가 이 분야에 몸을 담게 된 계기는 다소 엉뚱하다. 중학교 때 시내버스를 타고 등교를 하는데 창밖에 계원예고 스쿨버스가 눈에 들어왔다. 신호등 앞에 나란히 서 있는데 이쪽 버스와 저쪽 버스의 공기가 너무도 달라 보였다. “어린 마음에 본 예고 언니들의 버스 안은 전혀 다른 세계로 보였고, 어떤 자유로움을 꿈꾸게 했어요. 전에 연극을 본 적조차 없는데, 이후 예고에 진학해 연극영화과를 선택하게 됐죠.” 별난 이유지만 그렇게 인생의 길이 정해진 게 참 재미있는 것 같단다.

그는 아직 ‘박수칠 때 떠나라’를 보지 못했다. 촬영을 마치자마자 베를린 아·태주간 행사에 연극 ‘바리공주’로 참가, 독일 공연을 마치고 10월에야 돌아온다. “아직 영화에 감이 잡히지 않아서 제 표정이 과장되지는 않았는지 걱정이에요. 연극 연기의 과장을 죽여나가는 게 가장 큰 숙제였거든요. 멋있어 보이려는 게 아니라 정직한 연기를 하고자 합니다.” 국제전화를 통한 그의 목소리에서 전형적이고 냉철하기만 한 검사가 아닌 인간적인 속내를 드러내는 수사관의 면모가 전해져왔다.

〈송형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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