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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성매매여성 "대학 합격했는데.." 등록금 없어 발 동동

시대유감

 

탈성매매여성 "대학 합격했는데.." 등록금 없어 발 동동

성매매 그만두고 상담사 꿈꿔..3일까지 등록예치라도 해야, 모금운동, 지원 절실

미디어다음 / 김태형 기자

“지금 저는 너무 답답합니다. 다시 돈이라는 걸림돌에 걸려 있습니다. 또 다시 뻔뻔스럽게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고 있습니다. 누군가 나의 손을 잡아 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언젠가 저도 누군가의 손을 잡아 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미디어다음에 도착한 탈성매매 여성 박모(28) 씨의 사연 중 일부다. 부산 지역 한 지원센터에서 지내고 있는 그는 요즘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10월 지원센터에 들어온 이후 우여곡절 끝에 대학 수시모집에 합격했지만 등록 예치금마저 없어 합격 취소 위기에 처한 것.

박씨가 처음 성매매를 시작하게 된 것은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 때문이었다. 학비 문제에 가족들의 무관심과 불화까지 겹치자 박씨는 친구의 권유로 업소에 발을 딛게 됐다.

업소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박씨는 성매매를 강요받기 시작했다. 견디다 못해 업소를 그만두려 했지만 업자의 협박과 괴롭힘은 끝나지 않았다. 결국 이를 피해 지원센터를 찾은 박씨는 활동가들의 도움으로 새로운 직업 자활 훈련에 참여할 수 있었다.

많은 어려움과 실패를 겪으며 박씨가 택한 길은 자신과 같은 상황의 여성을 돕는 상담사였다. 박씨는 “이제야 비로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간절한 일이 생겼다”며 “많은 실패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삶의 목표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활력소가 됐다”고 이야기한다.

직업훈련 경우만 소액 지원 ... 저학력-저소득-성매매 유혹 악순환 고리 막아야

주변 학생들의 도움을 받으며 수능시험을 준비해 오던 박씨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달이었다. 박씨가 지원했던 사회복지 관련학과에서 수시모집 최종합격 통보를 받은 것이다. 박씨는 “너무나 어렵게 얻은 소중한 꿈이기에 두려움도 컸지만 미래를 상상만 해도 즐겁고 행복하다”며 합격 당시의 감격을 전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박씨에게는 당장 현실적인 문제가 닥쳤다. 300만원이 넘는 등록금과 입학금을 당장 마련해야 하는 것. 최소한 9월 3일까지 등록 예치금이라도 마련해야 하지만 1년 가까이 지원센터에서 지내왔던 박씨에게 그 돈은 엄두도 내기 힘들 만큼 큰 액수였다.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박씨의 안타까운 상황에 발 벗고 나선 건 지원센터 활동가들이었다. 하지만 활동가들 역시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현재 여성부가 성매매피해 여성들에게 지원하는 금액은 직업훈련 중심일 뿐만 아니라 그나마 턱없이 모자라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지원센터를 운영하는 이숙재 원장은 “지금과 같은 지원방식으로는 성매매피해 여성이 대학 진학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일이 불가능하다”며 “이런 문제가 지속된다면 자칫 성매매피해여성들을 저학력, 저소득층으로 몰아넣고 다시 그들이 성매매에 나서게 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시 돈 때문에 ... 근본적인 지원책 개선 전에 당장 따뜻한 지원 절실

지원센터 차원에서 어떻게든 박씨 개인의 어려움을 해결한다고 해도 문제는 달라지지 않는다. 박씨가 있는 지원센터만 해도 입학금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탈성매매 여성이 또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검정고시를 준비 중인 여성까지 포함하면 근본적인 지원책 개선 없이는 문제 해결이 소원하다.

이 원장은 “등록 예치금 문제만 해결돼도 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 장학금, 대출금 등을 통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다”며 “여성부, 부산시 등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어렵다는 대답만 들었다”며 뜻있는 분들의 도움을 간절히 부탁했다.

박씨와 마찬가지로 등록 예치금이 없어 합격 취소 위기에 처한 김씨는 “또 다시 돈 때문에 꿈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프고 저리다”며 “앞으로도 많은 아픔과 고통을 이겨내야겠지만 희망마저 꺾이는 절망은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한편 탈성매매 여성의 학자금 지원 문제와 관련 여성가족부 권익기획과 관계자는 “현재 많은 지원센터에서 이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하지만 안타깝게도 관련 규정과 예산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대학 학자금 지원까지 나서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회복지단체라면 학자금 지원 문제 등에서 융통성 있게 대책 마련에 나서겠지만 정부는 정해진 법규와 규정에 따라 국회 승인을 받은 예산을 가지고 적정한 집행을 하는 게 원칙”이라며 “다른 탈성매매 여성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기 때문에 관련 법규가 변하지 않는 한 목적 외 예산 집행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원센터의 김신효정 씨는 “청소년 성매매피해 여성도 상당수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해 학비 지원 대책에 관한 부분이 좀 더 고민될 필요가 있다”며 사회 각계의 관심을 촉구했다.

박씨가 대학에 다닐 수 있기 위해서는 늦어도 3일까지 등록 예치금을 마련해야 한다.

연락처 : 051-257-8297
부산 성매매피해여성 지원센터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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