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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보기

아마도 OOO은 이회창?

 

훔쳐보기

▣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착한 여자는 죽어서 천당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살아서 어디든 간다는 가르침을 실천하는 여자들의 소굴로 ‘찍힌’ 덕에 꽤 보람찬 나날을 보내던 서울 홍익대 앞의 ‘지스팟’(G-Spot)이 요즘 고민에 빠져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모조(Y)와 팍시(X)는 뜻있는 이에게 가게를 넘길까, 하던 대로 계속 달려볼까 저울질 중이다. 경영상의 위기라기보다는 ‘대연정’의 욕심이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놀이불감증, 성불감증을 타파하겠다는 게 이들의 모토니깐.

지스팟은 여성의 질 안쪽 손가락 두 마디 정도(4∼5cm) 들어간 윗벽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해부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과 평소에는 감춰져 있다가 좋으면 부풀어오르는 신비의 성감대이므로 인정하기 싫으면 인정하지 말고 살라는 주장이 첫 발견 뒤 5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내 경험으로는 있다. 아랫배 낮은 곳 적절한 부위를 몸 밖에서 손가락으로 눌러 돌리는 식으로 자극해 지스팟의 반응을 얻어내는 쾌거를 이뤘다는 이도 있지만, 선호 체위가 다르듯 찾는 길도 다르다. 부단히 해보는 수밖에. 어쨌든 지스팟을 널리 알리고자 2002년에 문을 연 이 술집은 간간이 속옷 파티, 나비넥타이 파티 등 주제가 있는 스탠딩 파티를 기획해 장안의 심심한 이들을 즐겁게 해줬는데, 스탠딩 쇼가 아니라 파티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말하자면 ‘보는’ 게 아니라 ‘하는’ 거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물이 좀 달려도 별 눈치 안 보며 놀 수 있다는 점과 오픈 당시 ‘(대선 후보였던) OOO과 개는 출입금지’라고 써놓은 출입문의 낙서 때문인지 드나들다보면 저절로 정치적으로 올바르다고 믿게 만드는 점이 지스팟의 특징이었다.


△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그런데 언제부턴가 지스팟에 가기가 불편해졌다. 구경꾼이 우글거렸기 때문이다. 가장 ‘경우 없는 경우’는 훔쳐보기다. 끼리끼리 등돌리고 앉아 남 노는 걸 힐끔힐끔 보거나 벽에 등대고 팔짱 끼고 앉아 째려보는 인상파들 말이다. 나쁜 여자를 헤픈 여자로 착각하고 “넌 얼마니?”라고 묻거나, 집요하게 몸을 들이대는 덜 떨어진 범죄자들도 있었다. 이곳을 ‘플레이 걸’들과의 만남의 광장으로 착각한 이들이다. 이런 달갑지 않은 ‘죽돌이’들을 막느라 경영진에서는 무던히 애를 썼는데 연령이나 겉모습으로 출입을 제한할 수도 없어 딜레마라고 한다.

나도 좀 찔린다. 좋아라 따라와서는 “이제 재미있게 해줘” 모드로 돌변하는 ‘손가락 쭉쭉 빠는 족’을 몇번 데리고 간 일이 있어서다. 이런 이들일수록 쉽게 실망한다. 채찍 든 간호사나 노팬티의 세일러복 소녀가 기다릴 거라 기대하셨나? 혹은 레슬링복 입은 새끈남이 테이블 위에서 공중부양하길 원하시나. 손 안 대고 자위할 수 없듯 스스로 하지 않고 즐거울 수는 없다. 물론 노는 센스는 없어도 지갑 여는 센스는 있어 장내 선남선녀들에게 데킬라 한잔씩 돌린 신사도 있었고, 홀 가운데에서 개다리춤을 춰 많은 이들을 자지러지게 한 숙녀도 있었다. 이런 언니 오빠 만나기는 지스팟 오르가슴을 만나기만큼이나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굳이 지스팟에 와서 훔쳐보느라 눈 쓰시는 분들께는 집에서 그냥 편히 손 쓰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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