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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권 “박정희는 머릴 잘랐고, 전두환은 판을 뺏었다”

 

 

 

전인권 “박정희는 머릴 잘랐고, 전두환은 판을 뺏었다”
억압받은 반자유 속에서 저항과 포용 배우다
입력 :2005-12-02 16:13   조은영 (helloey@dailyseop.com)기자
▲ 한국 록음악의 살아있는 전설 전인권 ⓒ2005데일리서프라이즈 민원기 기자 
답변 “어린 시절 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고등학교까지 그만 두었다. 그림을 그리면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림 속엔 나의 생각과 초상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설레진 않았다. 그런 내가 음악에선 가슴 뛰는 그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음악을 외면 할 수 없던 이유인 것 같다”

1979년 '맴도는 얼굴'을 발표하며 시작된 전인권의 음악인생은 올해로 26년이 되었다. 한국 대중음악의 전설로 회자되는 그룹 들국화의 리드 싱어였던 그는 허성욱, 최성원, 주찬권 등과 함께 완벽에 가까운 창작력과 연주력으로 해외 뮤지션들과의 격차를 단숨에 따라잡으며 어두운 사회 현실이 그물처럼 마음을 옥죄던 그 시절 젊은이들에게 바람 같은 위안이 되었다.

때문에 그의 이름은 흔히 어두운 터널로 표현되는 80년대를 지나온 청장년들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처럼 한 시대의 상징적 의미가 되어버린 전인권은 들국화의 해체 이후 몇 차례 마역 복용과 연루 되면서 한동안 공백기를 가지기도 했지만 최근 왕성한 음악 활동을 통해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런 그가 올 초 갑작스럽게 자살로 생을 마감한 한 젊은 여배우와 사랑했었다고 고백하면서 ‘네카시즘’(네티즌과 매카시즘의 합성어) 공공의 적이자 2005년 최고의 이슈 메이커가 되었다. 어쩌면 그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과 추억을 공감해 줄 수 없었던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나이주의, 외모주의를 돌아보게 한 사건이었다. 그는 요즘 공연을 할 때면 관객들 앞에서 “제가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서 신나죠?” 하고 소리 지른다고 했다.

참 걱정 없고 솔직한 사람이다. 어쩌면 그의 말처럼 낙천적인 성격은 타고나는 것 같다. 순간 트레이드마크가 되어 버린 검은색 선글라스를 벗겨내고 마치 착한 초등학생처럼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던 조세현 작가의 사진 속 전인권의 얼굴이 떠올랐다.

삼청동 사운드

▲ ⓒ2005데일리서프라이즈 민원기 기자 

3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그의 어린 시절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작은 목소리에 말 없는 소년이었던 그는 영문학을 전공한 작은 형 덕분에 팝송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독학으로 작곡 공부를 시작한 후 소문난 스승들을 찾아다니며 음악 공부에 매진하던 20대는 전인권 스스로도 정말 모범적인 음악생활을 했던 시기라 평하기도 했다.

“나는 19살 때 음악에 관해 10년을 계획했다. 어떻게 보면 고맙게도 나는 산이 만든 가수이기도 하다. 북악산에 올라 대마초를 피며 기타 하나 메고 밤새도록 노래 불러도 좋았던 삼청동 시절은 내 음악 바탕의 전부다. 나는 그로부터 12년만에 내가 원하는 음악 들국화로 성공할 수 있었다.”

전인권은 자신을 사람 좋아하며 지극히 낙천적 인물로 소개한다. 그의 말처럼 주변엔 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뛰어난 음악인인데도 사회적으로 외면당한 삼청동의 대부 춘길이 형님을 필두로 엄인호, 최성원, 조덕환 등 엄청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세상과 거래하는 방법을 몰라 힘들어 하던 친구들도 있었다.

“음악하는 사람들은 세상과 거래해야 하는 것을 가장 힘들어 할 것이다. 많은 가수들이 세상과 거래하긴 하지만 음악하는 사람들은 음악하고만 거래하길 원한다. 물론 세상과 맞춰 나갈 때도 있지만 나 같은 경우도 솔직히 음악이나 마약과 거래하는 것이 더 편하다.”

세상과 마주서기 전 가장 자유로웠던 삼청동 시절이 그의 음악적 이데아이자 뿌리였다는 단언을 이해할 것도 같다.

음악을 위한 자극

▲ ⓒ2005데일리서프라이즈 민원기 기자 

음악이든 미술이든 표현을 위해서는 자극이 필요하다.

전인권은 자신의 노래 대부분이 약물의 힘을 빌어 만들어 졌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한때 마약과 관련하여 4번씩이나 구속되었던 전인권은 무엇을 그리 잘못 했다고 4번씩이나 잡아 가두나 너무 화가 나서 한동안 음악 활동을 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노래를 느낌으로 부르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생각도 하지만 때론 공연장에 모인 5000여명의 관중이 가수 하나에 집중하면서 뿜어내는 엄청난 에너지를 되받고 견디기 위해 어떤 초인적 힘이 필요했던 것도 같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대마초 합법화 논란이 일 때마다 대마초는 필요한 것이라는 소신을 밝히고 있다.

사랑은 탐구하는 것

전인권은 아름다운 퇴폐란 말을 자주 한다. 자신의 4집 수록곡 중 “나는 사랑하고 싶다. 영원한 숙제라지만 사랑이 진리라면 난 탐구하겠다.”란 가사를 들려주며 정말 열심히 노래한 뒤 필요한 건 사랑이고 연인 아닌가란 질문으로 되묻는다.

여전히 그에겐 지치지 않는 존재가 사랑인가 보다. 20대에 만나 불같이 사랑하며 거의 4년 동안을 매일 함께하다 결혼한 여자와 이혼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그 이후에도 여전히 그에게 사랑은 정말 흥미롭고 사랑스러운 존재라고 말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랑의 감정이나 기억들이 타인에 의해 난도질당하는 것이 슬프지 않았냐는 질문에 오히려 이은주 사건은 화끈하지 않았냐고 되묻는다. 다만 그렇게 나를 몰아붙이던 사람들이 정말 사랑이란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인지 궁금해 졌다고 한다. 그다운 대답이다.

▲ ⓒ2005데일리서프라이즈 민원기 기자 

내 인생의 자유, 반자유

전인권의 자유는 모험이다. 음악 하는 사람들은 모험심이 강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물론 음악적 자유를 얻으려면 테크닉을 가져와야 하는 것처럼 자유는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타당한 것을 몸에 담고 그 이후에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는 말이다.

언젠가 그는 TV에서 서태지가 지붕 없는 차를 타고 초코렛을 먹으며 “자유란게 별건가요”란 카피가 뜨는 광고를 보았다. 순간 우리가 자유를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으며 또 얼마나 힘들게 찾은 것인데 저렇게 얘기 할 수 있는가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물론 그것도 자유지만 자유를 통해서 자기 인생을 마음껏 탐험해 보는 것처럼 자유가 멋있는 것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나는 내 나이 열아홉 감수성이 예민하던 시절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내 머리를 자르고 나보다 어린 군인에게 개머리판으로 맞았다. 5공때는 들국화 음반을 심의에 넣었는데 말도 안되는 이유로 모두 거부당했다. 그러나 그러한 반자유 속에서 반항적인 성향과 그것을 포용할 수 있는 힘 모두를 얻었다.”

영원한 록커

지금 활력과 핏기를 잃어버린 음악시장에서 방향성을 상실한 채 가장 고통에 시달리는 장르가 록은 아닐까?

그 역시 이러한 생각에 공감하고 있었다. 자신이 오래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히트곡이 있던 때문이라고 자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인권은 이러한 난관을 연습으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자신도 30년째 아주 작은 새싹 같은 희망으로 록을 하고 있으며 현재 세끼 밥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록이 소중하게 돼 버렸다며 웃었다. 어쩐지 그 웃음에 뭉클함이 느껴졌다.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

▲ 전인권은 3일 평택을 시작으로 4개월간 전국 10개 도시를 도는 투어 공연을 갖는다 ⓒ2005데일리서프라이즈 민원기 기자 

전인권은 지금 4개월간의 전국투어를 앞두고 있다. 늘 상 연말공연에 이야기 콘서트를 열었던 것처럼 이번 투어 역시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란 주제를 두고 어린 시절부터 전성기 때 활동 모습 등을 담은 사진들을 보여주며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직접 들려줄 생각이다.

장기 투어인 만큼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겠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2800회 이상의 공연을 해왔던 자신은 공연과 살아온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록 음악이 시장성은 없지만 록에 충실한 공연을 만들 생각으로 작지만 멋진 여행을 기대하라는 말을 남겼다.

한편 이번 투어엔 ‘m.net·KM 뮤직비디오 페스티벌’ 시상식에서 전인권과 감동적인 합동 무대를 꾸몄던 드렁큰 타이거가 내년 1월 중순까지는 전인권의 전국 투어 콘서트에 게스트로 동참을 결정하였다. 드렁큰 타이거는 내년 5월 선보일 전인권의 새 앨범에서도 랩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휴먼엔터테인먼트는 “오는 12월 3일 경기도 평택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대구, 천안, 수원, 부산 전주, 광주, 청주, 안산, 제주 등 10여개 도시를 도는 전국투어가 4개월간 계속 된다”며 “큰 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에서도 전인권의 오리지널 노래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을 강조했다.

▲ 사랑 앞에서 그는 늘 외로운 영혼이었다 ⓒ2005데일리서프라이즈 민원기 기자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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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대한 의견
회원의견(0) 비회원의견(1)  
 
zzz
2005-12-02 오후 11:26:00
(210.216.207.*)
  전인권이
머리카락 자른

박통이

먼저

잘렸군-----------

박통 지가 무슨 권리로

시민에게 선생질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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