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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민주주의, 그 해법은...

 

 

위기의 민주주의, 그 해법은...
‘디 차이트’ 기획 세계석학들의 ‘민주주의 구하기’
입력 :2005-12-07 09:00   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전 세계적으로 꽃피는 민주주의. 현실인가 환상인가?

독일의 시사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가 이런 의문들에 대해 귄터 그라스, 울리히 벡, 프랜시스 후쿠야마,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석학들의 대답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펴낸 '세계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번역돼 나왔다.

민주주의는 자유주의적 구조의 약화와 세계화된 경제가 가져온 혼란이라는 양 측면 모두로부터 동시에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 이들 석학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특히 '역사의 종언'에서 민주주의의 승리와 역사의 종언을 외치던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책에 실린 '개인인가 공동체인가-세계화와 개인주의 사이에서'라는 글에서 처음으로 냉전체제 붕괴 이후의 사회에 대한 낙관적 확신을 수정하고, 세계화가 가져온 사회변화의 불안정성을 인정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는 자유주의적 개인주의가 확산됨으로써 나타나는 공동체성의 파괴는 자유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울리히 벡과 지그문트 바우만의 경우는 공적 공간을 사적인 영역이 침식해가고 있으며, 이는 정치의 무력화와 퇴행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이런 정치부재의 상황을 새로운 무정부적 급진주의가 점유할 수 있기 때문에 현 세계의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해 있다는 주장이다.

클라우스 오페, 알랭 투렌, 데이비드 헬드 등은 정치부재의 현실이 초래한 민주주의의 위기는 신뢰의 회복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특히 정치적 결정이 의회를 벗어나 이뤄지는 '정치의 탈의회화'가 은밀히 진행되고 있고, 유권자들은 통제력이 약해진 의회에 반감을 갖게 되어 '신뢰의 철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오페의 진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바는 결국 과도한 경제권력의 비대화에 맞서 다시 '정치'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이를 통해 경제에 대한 정치의 통제력을 재확보해야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는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생전에 독일의 문호 귄터 그라스와 나눈 대담이 실려 있다. 이들은 대담에서 이성에 대한 비판으로 무장한 포스트모더니즘 집단이 유포하는 이른바 '운명주의'에 반대하면서, 세계 사회의 자기 교정과 경제의 문명화를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의 전면화와 민주주의 고갈에 대항한 '정치의 저항'을 주장한다. 결국 핵심은 '정치로의 귀환'인 셈이다. 원제 'Was wird aus der Demokratie?'.

평사리 펴냄. 이승협 옮김. 187쪽. 1만2천원.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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